저유가 시대 뒤안길로…에너지 질서 흔드는 4가지 변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이채원 매경이코노미 기자(lee.chaeweon@mk.co.kr) 2026. 4.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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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AI가 열어젖힌 가보지 않은 길

지금까지 세계 에너지 산업과 정책 화두는 삼중 딜레마를 뜻하는 ‘트릴레마(Trilemma)’였다. 전력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등 상호 충돌하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공급망 불안과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전력 수요 폭증은 ‘에너지 레짐(Energy Regime·에너지 시스템 작동 체계)’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 AI 전력 수요, 탈탄소 압력, 비용 상승 등이 얽히고설켜 ‘슈퍼 트릴레마’에 빠져들며 에너지 질서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중동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저유가 시대 회귀를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서둘러 에너지 전략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동 전쟁과 러·우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는 갈수록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원유 수급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안보’는 특히 취약한 부분이다. (UPI=연합뉴스)
고차방정식 된 에너지 전략

공급 패러다임 급변

과거 에너지가 단순히 산업을 돌리기 위한 ‘연료’였다면, 현재는 AI 패권과 국가 안보 등이 맞물린 ‘생존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AI라는 전력 포식자의 등장과 상시화된 전쟁, 거세지는 탈탄소 압력은 에너지 공급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4가지 변수를 짚어봤다.

[변수1] 지정학적 리스크

‘에너지 무기화’에 정치 이슈로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는 갈수록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향방이 시장 원리가 아닌 정치적 결단에 의해 정해지는 흐름이다. 원유 수급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안보’는 특히 취약한 부분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최악 시나리오’가 아닌 ‘상시적 위험’이 됐다는 평가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인도양-말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오는 기존 루트 의존도를 낮추고 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라며 “미국산 에너지 도입 비중을 높이거나, 장기적으로는 북극해 루트나 태평양을 통하는 새로운 운송 경로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뉴노멀이 되며 에너지 정책은 이제 경제를 넘어, 외교·안보 정책으로 본질이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에너지안보환경협회장)는 “에너지의 정치화·무기화로 이제는 가격 변동 예측보다 어떤 정치적 사건이 어떤 과정으로 에너지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의 무기화, 자원민족주의를 넘어 전력안보주의 시각에서 다층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수2] AI 전력 수요 쇼크

‘24시간 고밀도’ 전력 포식자 등장

AI 산업 팽창은 전력 소비를 ‘양’에서 ‘질과 밀도’의 문제로 바꾸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수준을 넘어, 특정 거점에 집중되는 초고밀도 전력을 단 1초의 끊김도 없이 공급해야 하는 난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일례로 AI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클라우드센터와 차원이 다른 전력 스펙을 요구한다. 생성형 AI 구동을 위한 고성능 GPU 서버는 막대한 전력을 집약적으로 소모하기 때문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한 용량도 중요하지만 주파수와 전압 안정도를 0.01초까지 확보해야 한다.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상황이 이렇자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재생에너지는 AI 인프라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는 자연 조건에 의존하는 ‘간헐성’이라는 명확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공급을 중간에서 조절해줄 완충 장치가 필수적이다. 최근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에서 배터리 기반(BESS)뿐 아니라, 수소 기반(HESS)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상시 고밀도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과 무탄소에너지(CFE)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거론된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대도시 인근에 건설 가능한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받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발전 단가를 보면 원자력은 1㎾h당 50~60원 수준이지만, 재생에너지는 약 270원에 달한다”며 “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국가는 에너지가 저렴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에너지 믹스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위기 상시화로 기업 생존 방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가 원전과 SMR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이웅혁 교수는 “에너지 자급자족 시대가 도래하면 발전소를 가질 수 없는 기업에는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며 “영세 금속 주물 기업, 노후 설비 제지 기업, 양식장 운영 기업, 중소 규모 냉동창고업 등은 에너지 소작농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3] 탈(脫)탄소 압력

해외 의존 화석연료, 안보에 불리

안정적인 고밀도 전력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수급하는 것도 숙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대 적용으로, 역내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등 글로벌 탈(脫)탄소 압력이 거세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EU의 CBAM 시행이 대(對)EU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EU 집행위원회는 2028년부터 CBAM 적용 대상 품목을 기존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에서 기계류, 전자기기, 수송기계, 정밀·의료·계측기기 등 전방 산업 품목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탄소는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된다. 석유, 천연가스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러·우 전쟁으로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더욱 강화했다”며 “우리나라도 안보 차원에서 탈탄소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원자력이 주목받는 것도 에너지 안보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원자력 강국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민간원자력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지정학적 맥락에서 볼 때 탄화수소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그것이 압박 수단, 심지어 불안정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에너지 주권과 탈탄소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범진 교수는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 능력에서 원자력은 압도적이다. 석탄은 15일, LNG는 45일, 석유는 180일 치를 비축하지만, 원자력은 3년 치 연료를 비축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원자력이 핵심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변수4] 발전 단가 상승

인플레에 ‘싸고 풍부한 전력’ 옛말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지탱했던 전제였다.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일례로 2021년 ㎾h당 90원대에 머물던 전력도매가격(SMP)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거치며 한때 250원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120~15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며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로 인한 금융 비용 상승 등이 더해져 발전 설비를 짓는 비용인 ‘에너지 카펙스(Capex)’ 인플레이션이 산업계 전반 원가 압박으로 이어진다.

조홍종 교수는 “에너지 투자 비용은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전력망 인프라 비용과 함께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쟁국보다 높아지면 국제 경쟁력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국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는 전력망 확충이다. 전력을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게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요동치는 에너지 산업 질서

‘페트로달러’ 체제도 흔들

에너지 시장은 이 같은 4개 변수가 서로 충돌하는 ‘슈퍼 트릴레마’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중동 전쟁은 원유와 LNG 공급망을 흔들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고밀도 전력을 요구하며 기존 에너지 시스템 한계를 시험한다. 이런 변화가 맞물려 에너지 산업 질서도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레짐 체인지1] 저유가 시대 종언

첫 번째 변화는 저유가 시대 종언 가능성이다.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과 지정학 리스크 등이 추가돼 저유가 시대 회귀는 단기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장 우려를 키우는 요인은 지정학 리스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구간이다. 문제는 공급 충격이 한 번 발생하면 시장이 이를 일시적인 변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축 수요(Hoarding Demand)’를 통해 가격 상승을 스스로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비축 수요는 미래 공급 차질을 우려해 기업·소비자가 필요 이상으로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해 실제 소비보다 수요가 부풀려지는 현상을 뜻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등에 따르면, 전쟁과 해상 운송 불안으로 미래 공급이 불투명해지면 정유사와 수요 기업은 보유 재고를 더 아끼고 추가 재고를 쌓으려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소비량이 늘지 않아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줄고 가격은 더 뜀박질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급 업체들은 방어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에 공급 부족을 야기해 가격 하락을 막는 ‘경직성’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저유가 시대로 단기간 되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 의존 구조,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비축 수요, AI가 키운 전력 수요가 서로 맞물린 현 상황에서는 종전 뒤에도 유가가 예전 수준으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단기간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돼도 기업은 한 번 학습한 공급망 불안을 쉽게 잊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기존 정유 시설들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등으로 급격히 전환하려면 시설 보수와 장비 교체 등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자원의 수급 불안을 상시 위험으로 보고 ‘보험’ 성격의 공급망 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레짐 체인지2] ‘에셋 헤비’로 회귀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에너지 산업을 지배해온 ‘자산경량화(Asset-Light)’ 전략도 균열 조짐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던 기조에서 다시 대규모 설비와 인프라 투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자산집약형(Asset-Heavy)’ 시대로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산업 장기 흐름은 자산집약형 → 자산경량화 → 자산집약형으로 회귀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중국 산업화와 글로벌 수요 폭증으로 정유·광산·발전 등 실물 인프라 투자가 급증한 자산집약형 시대였다. 이후 2014년 유가 급락을 기점으로 에너지 시장은 급변했다. 저유가와 과잉 공급, ESG 확산이 맞물려 다수 에너지 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 대신 비용 절감과 자본 효율에 집중하는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이동했다. 이 시기 대대적인 투자 축소는 단기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여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자산 경량화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목소기가 높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 리스크는 공급망 불안을 상수로 만들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마저 급증해 에너지 인프라 절벽을 우려하는 시선도 팽배하다. 이 탓에 전력망·발전설비·정유·저장 인프라 등 전통적 하드 인프라 투자가 다시 에너지 산업 전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에는 경기 둔화나 유가 하락이 투자 사이클을 되돌리는 계기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공급망 안정과 전력 확보 자체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섣불리 투자를 줄이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즉, 실물자산 에너지뿐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전 산업에서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통제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구조로 재편이 이뤄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제프 커리(Jeff Currie) 에너지·원자재 총괄(헤드)은 “이는 단순한 트레이드가 아니라 레짐 체인지”라며 “2014년 이후 이어진 에셋 라이트 사이클이 종료되고 다시 실물자산 중심 투자 사이클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레짐 체인지3] 페트로달러 균열

중동 전쟁은 달러 기반 에너지 질서를 떠받쳐온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에도 균열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유가 상승 시 산유국이 늘어난 달러 수익을 다시 미국 국채와 금융자산에 투자해 글로벌 유동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했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페트로달러 체제에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이다.

페트로달러 체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미국과 중동 산유국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형성됐다. 1971년 ‘닉슨 쇼크’로 금태환이 중단되며 달러의 국제 신뢰 기반이 흔들리자 미국은 원유라는 전략 자원을 통해 달러 수요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닉슨 쇼크는 1971년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던 금태환 제도를 중단해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사건이다. 그 결과,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공식 협정을 맺고 사우디는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대신, 미국은 군사·안보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원유 결제를 달러로 통일해 달러는 사실상 에너지 거래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산유국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미국 국채와 금융자산에 재투자하면서 ‘페트로달러 재순환(petrodollar recycling)’ 구조가 확립됐다. 덕분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글로벌 금융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페트로달러 체제 균열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페트로달러 체제 균열은 유가 상승 → 산유국 달러 수익 증가 → 미국 금융자산 재투자로 이어지던 기존 순환 고리가 약해지는 데서 시작된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와 제재 경험이 누적되자 일부 산유국과 중앙은행이 달러 대신 금·비달러 자산으로 외환 보유를 분산하고 원유 거래에서도 비달러 결제 확대 흐름이 나타난다. 미국의 중동 의존도 감소와 걸프 국가들의 안보·경제 다변화 전략까지 겹쳐 유가 급등 시 달러가 미국 금융 시장으로 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로이터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페트로달러 체제 기반이 흔들린다”고 보도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로이터는 “중동 군사 충돌 이후 걸프 국가들이 직접 안보 위협에 노출돼 원유 거래와 안보, 금융이 결합된 페트로달러 체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리카 사크데바 도이체방크 전략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페트로달러 지배력 약화의 촉매제가 되고 페트로위안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페트로달러 체제에 추가 균열이 생길 경우 기축통화 역할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페트로달러 체제의 급격한 붕괴 우려는 기우라는 시각도 많다. 여전히 글로벌 원유 거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된다. 미국 금융 시장의 달러 기반 유동성을 단기간 대체할 자산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달러 지위가 단기간 흔들리기 어렵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위안화가 일부 국가간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를 흔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배준희·노승욱·이채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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