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문제는 교복 값이 아닙니다

임정훈 2026. 4.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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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치가 민주시민 교육이다 2] 교복모범-사복불량, 불합리한 교복 규정 강요에 복장 검열하는 학교

민주시민, 민주시민 교육과는 거리가 먼 교칙(생활규정)을 중심으로 학생자치의 실태,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 문화 등을 두루 살피며 학생과 학교를 짚어보려고 한다. <기자말>

[임정훈 기자]

▲ 1981년 전두환 정권에서 만든 '중고교 학생 교복 및 두발제도 개선(안)' 교복-두발 자유화 발표에 앞서 전두환 정권에서 만든 '중고교 학생 교복 및 두발제도 개선(안) ' 자료. 교복자유화 등의 내용이 수록돼 있다.
ⓒ 국가기록원
"제복을 입으면 인간성을 벗어 버린다."

1982년 새해 연휴, 당시 문교부장관 이규호는 교복자율화를 전격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듬해 3월 2일부터 중·고교생들의 교복을 자율화한다는 것이었다(대학생 교복도 1982년 자율화되었다). 나폴레옹이 '제복의 효율성과 통제력'에 힘주어 했던 말을 이규호는 '인간성을 억압하는 굴레로서 제복'에 방점을 찍어 고쳐 말한 것이었다. 사실상 근대 교육 개시 이래 최초이자 마지막(?) 정부 차원의 '교복 폐지-사복 착용' 허용이었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학원자율화 정책' 중 하나였던 교복자율화 조치의 취지는 "교복이나 머리 모양의 획일화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을 불식시키고 자유복과 교복을 번갈아 입는 이중적 생활에서 해방시켜 자율적인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고자 함"이었다. 1979년 12월 김옥길 문교부장관은 "중·고교 교복, 모자 머리 모양 자율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사회적 논란 속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1979년 12월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문교 당국자는 21일 '모든 교육 행정은 자율화해야 한다'는 신임 김옥길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라… 중·고교생의 교복 교모의 자유화(<동아일보>, 1979년 12월 21일)", "내년(1980년) 새 학기부터 중·고등학생들의 교복과 교모 및 머리 모양에 대한 선택권을 학교장에게 맡기기로 한 문교부의 전진적인 구상(<경향신문>, 1979년 12월 22일 자 사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정비해 다시 전격 추진한 것이 1982년 교복자율화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위원회(지금의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복자율화 시범학교'를 지정했다(중학교 12개 연서중, 당산중, 영동중, 숭인여중, 용산여중, 동대문중, 남대문중, 배재중, 동명여중, 영일여중, 성신여중, 숙명여중, 고등학교 8개 성동고, 여의도고, 창덕여고, 영등포여고, 중앙고, 금란여고, 정신여고, 영동고). 그해 8월에는 '학교 밖에서 사복 착용 금지'를 규정한 교칙 조항도 삭제했다. 중·고교에서는 '사복 입는 날', '자유복 입는 날', '교복 없는 날' 같은 날을 마련하여 교복자율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그러나 이 같은 "전진적인 구상"은 1983년 3월부터 1986년 9월까지 불과 '3년 6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교복자율화는 교복을 다시 입는 것으로 학교장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한 취지가 아님을 분명히 하여 시행에 착오 없도록 할 것.", "학생의 복장은 지역 실정에 따라 알맞게 입히고, 제조업자들은 경쟁력 제고를 통해서 질 좋은 옷을 공급토록 할 것", "가능하면 현행대로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임" 등과 같은 '대통령 각하 지시사항(1986년 1월 29일 실시한 문교부 업무보고 자료)'을 확인할 수 있으나 1986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교복자율화는 폐지되었다. 2학기부터 '학교장 재량' 형식으로 교복이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교복자율화는 그렇게 끝났다. 1994년에는 당시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감에게 "국가 기강 확립을 위해 교육 질서를 강화하라"라며 "외출 시 교복 착용"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학교 밖에서도 교복을 일상복처럼 입으라는 명령이었다. 이후 교복 체제는 2026년 현재까지 아주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상품 내걸고 학생들끼리 서로 단속하게 하는 학교도
▲ 교복 착용을 독려(?)하는 학생회의 모습 등교 시간 교복 착용을 확인하고, 교복 착용한 우수 학급에 상품이나 상금을 주는 게 중고교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 임정훈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에게 교복 착용을 강제하거나 의무화한 법률은 없다. '두발, 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 학교규칙에 기재하도록 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이 2020년 삭제되었다. 하지만 학교규칙(교칙)에는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다. 교칙이 헌법이나 법률보다 힘이 세다는 세간의 비판이 여기에서 나온다. 법으로도 빼앗지 않고 보장한 교복(복장)의 자유를 학교생활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학교가 쉽게 빼앗는 것은 가능하며 정당한 일일까(학생부장 교사가 일방적으로 교복 착용 규정을 강제했던 2024년 충남 A고 사건과, 새로 부임한 교장이 교복 자율 착용 규정을 삭제하고 의무 착용 규정을 신설해 논란이 크게 일었던 2025년 충북 옥천고 사건이 불과 1~2년 전이다).

개학을 앞둔 지난 2월 말부터 개학한 3월 초. 전국 각 학교 학생자치회에서는 SNS 등을 통해 '등교 시 교복 착용'을 공지했다. 단순히 '교복을 입고' 등교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교칙에 정한대로 셔츠-넥타이-조끼-재킷 등 모든 기준과 조건을 갖추어 입고 오라는 것이었다. 셔츠 안에 입는 (속)옷은 원색은 불가하며 흰색이나 검은색 등 '무채색 계열'이어야 한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정문-후문 가리지 않고 등굣길 교문 앞에서 지도-단속-징계한다는 내용도 당연히 뒤따랐다. 그냥 '교복을 입고' 가면 되는 게 아니었다. 이것이 3월 개학 전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중·고교 등굣길 살풍경한 모습의 일부이다.

지난 2월, 셔츠-넥타이-조끼-재킷 등을 '풀착장'해야 하는 교복 값이 비싸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하자 온 나라가 '교복 값' 논란으로 들썩였다. 교복 값만 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했다. 교복을 둘러싼 다른 사정이나 형편을 살피는 데는 소홀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복 값 전수 조사는 서둘렀지만, 정작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 교육 당국에서는 그 흔한 학생설문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학생이라는 사람'에게 주목하지 않고 '대통령의 말씀'과 '교복-옷(값)'에만 집중했다. 학생 삶에 대한 관심은 부재했고 어른들의 일-업무로서 경제성-효율성만 유효했다.
▲ 교복과 징계 개학 전부터 혹은 개학과 동시에 교복 착용을 알리며 단속-징계한다고 알리는 학생자치회
ⓒ 임정훈
대통령도 아마 이른바 '정복 교복'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학생들이 어떻게 차려 입어야 교문 통과가 가능하며 징계를 안 받을 수 있는지는 몰랐을 것이다. 교복 안에 입는 옷도 색깔이며 형태를 정해놓고, 등굣길 교문을 통과하려면 겉옷을 내려 선도부와 학생부장 교사에게 확인 시켜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교복 값'만 짚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활복, 체육복도 그냥 입으면 되는 게 아니다. 교칙에서 정한 대로 상하의를 갖추어 입어야 한다. 생활복, 체육복과 혼용 가능한 복장 규정이 있고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 체육복 안에 사복을 입고 등교했을 때 체육복을 교내에서 벗으면 안 된다거나 생활복, 체육복과 디자인과 색상은 똑같지만 사복은 안 된다거나 하는 등의 규정을 어기면 징계를 받는다. 교문을 통과할 때까지는 정복 교복을 완벽하게 갖추어 입어야 하는데 무사통과한 후에는 교복을 벗고 사복을 입어도 되는 학교도 있다. 하교할 때는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고 교문을 나가야 한다. 이런 희한하고 이상한 교복 교칙을 둔 학교들이 많다는 걸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다.

교칙에 정한대로 교복을 차려 입고 등교하면 선물이나 상품 심지어 현금을 주는 학교도 있다. 이런 건 보통 개인전이 아니고 단체전이다. 그러니까 학년 별로 혹은 전 학년에서 제대로 교복을 차려입고 등교한 학생이 가장 많은 학급이나 학년에 선물이나 상금을 주는 것이다. 개인의 행위를 학급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고3은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교복 착용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기도 한다). 선물이나 상금을 받으려면 모두 교복을 제대로 차려입어야 한다. 혹여라도 자신 때문에 반이 선물이나 상금을 못 받게 되면 담임교사는 물론 학급 친구들에게 역적, 내란범 취급을 받는다. 학생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지도-단속하기 때문에 학교는 선물과 상금만 준비하면 된다.

불행하게도 이를 대행하는 기구는 학생들의 자치기구인 학생자치회이다. 학생이 학생의 복장을 지도-단속하는 일을 학생자치회가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당한 위법적인 일이라는 것은 전혀 모른 채. 대통령도 학생들의 이런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전국 중·고교 학생자치회 중 그 어디에서도 교복 논란에 왜 한 마디 의견조차 내는 곳이 없는지 3선 교육감 출신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알까.
▲ 교복 입고 선물-현금 받기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 형식으로 학생이 학생에게 ‘복장 지도’, ‘교복 단속’을 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 선물이나 상품은 물론 심지어 순위에 따라 현금까지 준다.
ⓒ 임정훈
그러므로, 교복 값만 문제가 아니다. 교복은 사람(학생)을 위한 옷이 아니다. 교칙을 위한 옷, 학교를 위한 옷이다. 교복 업체를 위한 옷이다. '바른 교복', '편한 교복', '착한 교복', 그런 옷은 없다. '교복 입은 학생'은 있어도 '교복 입은 시민'은 없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복 착용 강제의 굴레를 잠시나마 벗어나려고 '사복데이' 같은 날을 학생자치회장단 선거 공약으로 내놓기도 한다. '사복데이'의 조건은 평소 교복을 규정대로 잘 입는 것과 '사복'의 범위를 최소화하여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결국 교칙과 학교가 요구하는 대로 교복을 잘 입어야 시혜적 '사복데이'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사복 입는 날"이라는 용어는 1982년 교복자율화 조치 당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교복자율화의 전 단계로 사복 입는 날을 정해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도록 한 것에서 시작했다. 현재 중고교에서는 교복을 강제하는 교칙에서 벗어나고픈 학생들의 요구를 일시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교복데이'나 '교복 입는 날'도 있다. 이는 학생들이 교복을 제대로 차려입지 않으니 이날만이라도 교복을 구성품 모두 완전히 다 갖추어 입고 오라는 뜻으로 시행한다. '사복데이', '교복데이' 모두 학생자치회에서 이를 주관한다. 이벤트나 행사라는 이름으로 학생이 학생에게 '복장 지도', '교복 단속'을 하는 것이다. '학생 생활지도'는 법률 상 교원의 고유 임무인데 이를 학생(자치회)에게 위임했다. '학생자치',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부당한 명분으로 말이다.

2024년 일본의 한 설문사이트에서 일본인 30~50대 100명에게 '신뢰할 수 없는 이상한 교칙'을 물었다. 교복과 두발 규정이 각각 1, 2위로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런 설문조사를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교복과 두발 규정은 학교 생활지도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다. 학교(교사)는 '지도-감시-단속-억압'하려 하고 학생은 벗어나고 싶어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미래교육'이라는 말이 상투적 표현이 된 지 오래다. 그 미래를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교복으로 길들인 순종성일까 주체적 자율성일까. '교복 지옥 : 사복 천국'을 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교복 모범 : 사복 불량'이라는 식민지-군사 정권 이데올로기로 억압하는 것은 정당한가.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에서도 "전진적인 구상"이라며 추진했던 교복-두발 자유화가 빛의 혁명으로 세운 국민주권정부에서 불가능한 까닭은 무엇인가.

교복은 초등학생 때도 안 입던 옷이고 대학을 가도 안 입는 옷이다. 교복은 오직 중고교생만 '토 달지 말고 교칙에 따라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이다. 세상은 그들이 왜 교복을 입으려 하지 않는지는 관심 밖이다.

'학생의 복장이나 머리 모양에 까다로운 어른의 모습은 자신들이 교육이나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이 미숙하고 부적절함을 보여주는 것'(오오타토 시마사おおたとしまさ, <학교에 물들지 마! 學校に染まるな!>, 92쪽, 국내 미출간)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교육과 학생을 대하는 성숙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 교복 착용 금지사항 교복-생활복-체육복을 그냥 입으면 되는 게 아니다. 교칙에서 정한 대로 상하의를 갖추어 입어야 한다. 생활복, 체육복과 혼용 가능한 복장 규정이 있고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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