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9분 재탕 연설’… 고유가에 뿔난 자국민 달래기였다
전쟁 목표 모순적 발언도 이어져
이란은 중동 내 美 철강공장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9시부터 19분간 발언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끝낼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는 식의 자화자찬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전쟁의 퇴로를 열기 위한 ‘셀프 승전’ 선언조차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놓고 미국 내 여론 무마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트럼프의 연설 직후 미사일 발사로 응수하고 강력한 반격도 예고했다.
이날 연설 전만 해도 트럼프가 종전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뚜껑이 열리자 새로운 내용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설 후반부에 “우리는 일을 끝낼 것이고 매우 빠르게 마무리하겠다. 매우 가까이 다가와 있다”며 “앞으로 2~3주간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만이 종전 계획을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이마저도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철군 예상 시점을 “아마도 2주 또는 3주 뒤”라고 언급한 것을 재확인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19분짜리 연설에서 새로운 발표가 없었다”며 “지난 한 달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들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에 “프라임타임(황금시간대)을 이용한 연설로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듯했다”며 “트럼프에게 (종전을 위한) 어떤 계획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연설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지난 한 달간 전쟁 목표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펼쳐 왔다. 이날 연설에서도 모순적 발언이 이어졌다”며 “트럼프는 이란을 ‘격파했다’거나 ‘완전히 초토화했다’며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주장해 놓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고 심지어 확대할 뜻까지 밝혔다”고 짚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무언가에 근거한 연설”이라며 “연설을 청취한 미국인 중 누구도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란은 발언이 오락가락해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은 트럼프에게 협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가 미국 정보 당국 평가를 접한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대화 경로를 열어둘 의향을 가졌지만 이미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데다 트럼프에게 진지한 태도가 보이지도 않아 외교적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 미국 정보 당국의 평가다.
실제로 이란은 이날 트럼프 연설이 끝나자마자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중동 내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공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연설 후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는 “(미국·이스라엘이) 영원한 후회와 항복에 직면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은 고유가 등 민생고로 나빠진 미국 내 여론을 달래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WP는 “백악관이 중간선거를 6개월 앞두고 이란과의 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는 데 온 힘을 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미국인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50개 주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3.78ℓ)당 4.064달러로 전날(4.018달러)보다 상승했고, 이틀 연속으로 4달러를 웃돌았다. 미국에서 필수품인 휘발유의 ‘갤런당 4달러’는 고물가를 피부로 느끼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인식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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