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죽는 날만 기다립니다”…중증장애인 1만명 이런 고통, 왜

변민철 2026. 4.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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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식사·이동·배변 등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중 24시간 활동지원을 못 받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고, 예산도 적어 대상자 선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사을 받지 못 하는 공모씨. 변민철 기자

인천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 공모(58)씨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뇌병변장애인이다. 종일 방 한쪽에 누워 같은 자세로 TV를 보는 게 일과의 전부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집으로 올 때까지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다. 대·소변을 본 채 장기간 방치된 날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활동지원사업으로 총 450시간을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하고, 주중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나가 근로보조 업무도 한다.

그런데도 한 달에 200시간 넘게 아무 도움 없이 홀로 지낼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가 선정하는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오전 만난 공씨는 “오전 7시부터 활동지원사가 오기로 한 오후 5시까지 같은 자세로 있어야 한다”며 “바지에 실수할까 봐 걱정돼 물이나 밥도 아주 조금만 먹곤 한다. 누워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각 지사가 방문조사를 벌여 점수를 측정해 활동지원 구간을 정하고 있다. 구간은 일상생활동작,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등으로 평가하는 ‘기능제한점수’로 판단한다. 구간에 따라 매달 최대 480시간을 지원한다. 부족한 시간은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워 지원하는 구조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24시간 활동지원 선정 최소 기준으로 기능제한점수 360점 이상을 요구한다. 360점 이상이면 홀로 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별로 호흡기 착용, 발달장애 동반, 희귀성 난치병 등 자체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예산상 한계로 24시간 활동지원을 못 받는 장애인이 많다고 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능제한점수가 360점이 넘는 장애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약 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은 967명에 그쳤다. 백인혁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책실장은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은 많은데, 예산상 한계로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사업 수요 파악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720시간 이상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 의원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된 최소한의 권리”라며 “지방비가 아닌 국고로 중증장애인 24시간 지원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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