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윤종신이 이야기하는 발라드의 현재와 미래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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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들 성시경 윤종신 |
| ⓒ MBC |
1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는 '시대가 사랑한 발라드' 음악인 윤종신과 성시경이 출연했다.
발라드(Ballad)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음악스타일을 뜻한다. 두 사람은 한국 발라드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다. 성시경이 데뷔할 무렵인 2000년대 초반 윤종신과는작곡가와 가수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약 20여년째 두터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 제 노래의 가사는 사랑의 힘들고 쓰라린 상처를 표현한다면, 성시경이 부르니까 마냥 슬프게 들리지 않는다. '저 사람 되게 아름다운 사랑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화법을 지닌 가수였다."(윤종신)
"윤종신의 음악은 전문 작곡가들이 쓴 정교한 화법의 곡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노래를 할수 있는 선배들이 쓴 곡은, 어떻게 부르라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작사가들이 있지만, 윤종신의 가사가 개성과 표현력에서 1등이라고 생각한다."(성시경)
고 김영대 평론가는 윤종신의 음악을 평가하며 "찌질함의 서사를 30년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별을 하고나서 찌질하지만 안 찌질한 척하는 것이 인간들의 심리다. 하지만 윤종신의 발라드는 굳이 그런 감정을 숨기지 않는 태도를 본질로 한다.
"찌질함이 발라드의 제일 중요한 코드다. 그냥 유치하게 '난 매일 울어. 난 네가 보고 싶어'가 찌질한게 아니다. 사랑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풀어낸 것이 윤종신 음악의 포인트다."(성시경)
"발라드의 유형에는 달콤한 사랑고백형도 있고,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형이 있다. 저는 '찌질하다'라는 감정을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이별후 찌질하지 않다면 조금 덜 사랑한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윤종신)
윤종신은 이러한 노래의 원천은 결국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1996년 발표한 <환생>은 이별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한 설렘을 표현한 곡이다. 실제로 윤종신은 사랑에 빠지면서 노래가사처럼 매일 샤워하고, 안 사던 꽃을 사게 되었다는 일화를 밝히며 "소소한 감정 하나하나를 느끼고 놓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간 '사랑의 방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발라드를 이해하는 감수성도 변했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순애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연애가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SNS와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상대를 볼 수 있고 근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이승환의 <천일동안>이나 김범수의<보고싶다>같은 노래 가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 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찌질함과 집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성시경)
"한국에서 발라드란 애절한 템포의 느린 노래였다면, 요즘은 적당한 리듬이 있는 상태에서 이별감정을 넣는 경우가 많다. GD의 '그XX'(2013)라는 노래가 경쾌한 템포와 직설적인 가사로 이별을 노래하는 것처럼, 요즘 발라드는 저희 시대랑은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윤종신)
그럼에도 발라드는 시적인 가사의 미학으로도 꼽힌다. 성시경은 가수의 입장에서 멜로디보다도 가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저는 제 자신을 싱어(가수)라고 생각한다. 연기에서 감독(작곡자)과 배우(가수)가 있는 것처럼, 멜로디가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니까. 배우가 대본이 좋아야 연기하고 싶은 것처럼, 저는 멜로디가 나쁜 것은 괜찮지만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래를 안 했다."(성시경)
윤종신은 역사적으로 '아리랑'부터 이어져오는, '슬픔'을 활용하는 한국인만의 고유한 음악적 정서를 이야기했다.
2000년대 이후 가요계는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그룹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윤종신은 "현상은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 물결은 막을 수 없다"고 변화를 인정했다.
반면 성시경은 급변하고 있는 한국 음악시장에 대한 우려와 고민도 내비쳤다.
"예전엔 가요 순위프로그램에 가면 장르고 구성도 제각각이고 다양성이 살아있었다. 요즘은 음악프로그램도 줄고 라이브 환경도 사라졌다.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보며 솔직히 박탈감을 느낀적도 있다. K팝 아이돌도 인정하고 멋지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건 아닌가 싶었다."(성시경)
급변하는 음반시장은 감성, 소비패턴, 작법에서,이제는 곡을 어떻게 소비하느냐까지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카세트테이프, CD로 음악을 듣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휴대폰을 통하여 음원파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됐다. 윤종신은 자신이 만든 '팥빙수' '영계백숙' 등을 예로 들며 "음악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뮤지션에게 앨범이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었다면, 현재의 음악시장은 상업성이 강화되면서 디지털화와 파편화가 대세가 된 흐름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음악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가 'K팝'이기도 하다. 윤종신은 "과거의 낭만은 좀 사라졌지만, 음악 시장의 측면에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라고 중립적인 평가를 내렸다. 성시경은 "발라드계에도 작곡, 노래, 외모 다되는 팔방미인같은 슈퍼스타가 한 명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시경은 과거에는 느끼한 이미지로 인하여 여성팬들이 대다수였으나, 나이가 들고 유튜브를 하면서 남성팬들이 점점 늘어났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어릴 때 남자들이 저를 싫어했던 게 정확하게 기억난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잘생기지도 않고 노래도 파워풀하지 않은데 '쟤는 인정할 수 없다'는게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유튜브를 보니 결혼도 못하고 국밥에 소주를 먹으면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러면서 내 청춘의 한구석을 차지하는 성시경의 노래를 응원해주고 싶었나보다. 요즘은 '예전에 형 미워해서 미안해요'라는 남성들의 응원 댓글이 늘어났다(웃음)."
윤종신은 MBC <라디오스타> 등 예능 방송에서 활발하게 출연하다가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나가 '이방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20년간 대중 앞에 서다가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온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대중앞에 선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활동을 정리하고 저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간 것이 제게는 좋았던 선택이었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다."(윤종신)
윤종신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17년째 매달 음원을 발매하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음악 기획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윤종신은 "제가 유일하게 지치지 않는 일이 음악이다. 상상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월간 윤종신의 강점은 지금의 생각을 바로 다음 달 음악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제 가치관이 배어있지만 강요가 아니라, '난 이렇게 생각해' 정도까지만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어느덧 40-50대를 넘긴 나이에도 두 뮤지션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목말라있다. 윤종신은 4월에 새로운 앨범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시경은 일본무대에 진출하여 신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일본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우는 일본무도관에서의 공연을 꿈꾸고 있다.
"노래의 인기 비결은 기술과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내가 너무 이게 잘하고 싶을 때, 잘되고 싶은 감정을 느낄 때 내놓는 음악이 반응이 있더라. 잘 팔리는 음악은 그 사람의 기술(완성도)보다 기세를 파는 것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완성도는 지금이 더 좋겠지만, 대중들은 젊은 시절 윤종신의 기세를 더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윤종신)
"일본에서 '신인'이라는 게 좋았다. 아무도 나를 못알아본다는 게, 제2의 인생을 살아보는 기분, 나를 다시 한번 도전시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힘이 나고 즐겁다. 제가 만일 일본 무도관에서 공연할 수 있다면 바닥부터 고생해서 한국에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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