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창민 감독, 평소 장애인 자녀 부모들 적극 대변했다"

이선필 2026. 4. 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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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인과 가까웠던 박용규 목사 "창작활동 매우 열정적"... 영화계 "스태프로도 일하며 생계 유지"

[이선필 기자]

 촬영 현장에서의 고 김창민 감독.
ⓒ 유가족 제공
지난해 10월 20일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경기도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숨진 고 김창민 감독이 생전에 생계유지를 위해 영화 세트장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영화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단편영화 감독으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마녀> 등 영화 제작 과정에서 세트 조립이나 현장 소품을 설치하는 스태프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고인과 가까웠던 박용규 목사는 "영화 현장에 들어가 소품 담당과 삽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자기 작품을 썼다"며 "네 번째 연출작인 <회신>이 결국 유작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창작 활동에 대한 의지

고인이 연출한 작품은 <그 누구의 딸> <구의역 3번 출구> <보일러> <회신> 총 4편이다. 모두 30분 미만의 단편영화다. <그 누구의 딸>은 2016년 제5회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구의역 3번 출구>는 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됐다.

박용규 목사는 "<회신>을 발표한 이후 제게 같이 영화를 짜자고 김 감독이 아이디어 북을 줬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등장하는 이야기였다"며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데에 매우 열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인이 박 목사에게 전했다는 아이디어 북에는 영화 제목으로 보이는 '슬로우 온'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박 목사는 "이 책을 작전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결국 채우지도 못하고 빈 책으로 남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2013년 영화 <용의자>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마녀>(2018),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소방관>(2024) 등에 참여했다.

대부분 보도를 통해 고인은 '작화 감독'으로 알려졌지만, <마녀> 등 일부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세트 조립이나 현장 소품을 설치하는 스태프로 일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화 감독이란 영화 촬영을 돕기 위해 콘티를 짜는 스태프를 주로 지칭하는 용어다.

<마녀> 측 관계자는 "(고인이) 작화라고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돕고, 세트를 조립하는 일을 한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 역시 "상업영화 현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세트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인의 부친 또한 <오마이뉴스>에 "대학을 1년 다니다가 바로 군복무를 했고, 제대 후 사진 촬영과 음악을 배우다가 영화 소품팀에서 일했다"며 "그 외 시간엔 아들을 돌보고 자기 시나리오 쓰는 데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시시비비 정확히 가리던 사람... 장애인 자녀 부모님들도 적극 대변"
 김창민 감독이 현장 스태프로 참여했던 영화 <마녀> 세트 현장.
ⓒ 관계자 제공
 김창민 감독이 현장 스태프로 참여했던 영화 <마녀> 세트 현장.
ⓒ 관계자 제공
유가족은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법원이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용의자 1명을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로 반려됐고, 다시 상해치사 혐의로 20대 남성 두 명을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과정에만 4개월가량 걸렸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하자, 유가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답답함과 분노를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3월 말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김창민 감독의 부친은 "우리가 그때 항의하고 검찰에서도 보완 수사하라고 하니 그제야 피의자를 추가로 특정해 다시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3월 24일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며 "제일 안타까운 건 손자다.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데 걔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냐"고 호소했다.

고인은 뇌사 판정 뒤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눴다. 부친은 "제가 1998년경에 이미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게 있다. (아들의) 장기기증은 가족회의로 결정했다"며 "아들을 통해 4명이 새 생명을 얻은 것에 그나마 위로받고 있다. 아들 일이 잘 수습되면 아들의 이름을 건 영화제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부친은 "영장 판사가 사건의 중대성도 모르고 기각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불구속 기소면 1년이나 지나서 재판받는다더라. 가해자들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박용규 목사는 "(고인의) 아들이 현재 스무 살로 따뜻한 성품을 갖고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창민이가 홀로 아이를 키웠다"며 "평소에도 아들 생각이 가득했고 아들을 위한 기도문을 반복해서 봤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박 목사는 "섬세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이라. 불의를 보면 좋아하진 않았다. 친분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사람이었다"며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변하는 일을 도맡아서 했다. 자기도 돈 없는데, 못 돌려받더라도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곤 했다"고 말했다.
 고 김창민 감독이 평소 믿고 따랐던 박용규 목사에게 건넨 영화 아이디어 북.
ⓒ 박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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