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 당당하게 말하는 일본축구, 망신이나 안 당하면 다행일 한국축구...어디서부터 잘못됐나
-홍명보호, 코트디부아르·오스트리아에 2연패·무득점 5실점
-일본은 8년 한 감독 체제로 완성…한국은 절차 논란에 리더십 붕괴

[더게이트]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만약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라고 당당히 선언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뜨거운 박수가 터질까, 아니면 실소와 조롱 섞인 야유가 돌아올까.

'우승' 당당하게 말하는 일본, 16강도 버거운 한국
누군가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면 반응은 뻔하다. "16강이나 가면 다행" "농담이 심하네" "축구 안 보냐?"는 냉소가 먼저 돌아올 거다. 월드컵 우승은 도전의 영역이 아니라, 비웃음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게 지금 한국 축구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반면 일본은 다르다. 모리야스 감독은 신년 인터뷰에서 2026년을 상징하는 한자로 '이길 승(勝)'을 꼽으며 우승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을 직접 찾아 현장을 눈에 담는 의식도 거쳤다. 결승을 추상적인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지로 설정하고 움직이는 팀이다.
일본축구협회는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공식 선언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50년엔 확실한 우승 후보로 정상에 서고, 지금은 다크호스로 우승을 노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은 25년짜리 로드맵의 중간 지점이다. ESPN도 일본을 '최강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일본 바깥에서도 황당한 소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2대 1로 잡았고, 2023년엔 독일을 다시 만나 4대 1 대승을 거뒀다. 모리야스 체제 출범 이후 일본은 39경기에서 단 5패만 기록 중이다. 한 번의 이변은 운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승리는 실력이다.
이번 3월 A매치도 같은 흐름이었다. 스코틀랜드전에서 모리야스 감독은 미토마 가오루, 도안 리쓰 등 주전을 선발에서 빼고도 슈팅 18대 8로 상대를 압도하며 1대 0승리를 챙겼다. 이른바 '2진'을 데리고 유럽 팀을 요리한 뒤, 곧바로 웸블리로 이동해 잉글랜드마저 침몰시켰다.

8년의 축적 vs 반복된 시행착오의 대가
어째서 일본은 우승을 당당히 말하고, 한국은 그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까. 다른 과정이 다른 결과를 낳는다.
모리야스 감독은 2018년 이후 8년째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한 사람이 한 팀을 8년 동안 만들었다. 철학이 뿌리를 내리고, 선수들은 그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했다. 단기 처방이 아닌 긴 호흡의 장기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는 대표팀 안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일본축구협회는 오랜 세월 '대표팀 강화, 지도자 양성, 청년 육성'의 삼위일체 강화책을 추진해 왔다. 코치 양성 과정에서 성장기의 각 세대별 지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이에 맞는 육성 과정을 밟게 한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축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만 83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저변이 그렇게 쌓인 위에서 미토마 가오루가, 도안 리쓰가, 후지타 조엘 치마가 나왔다. 웸블리의 결승골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반면 한국은 표류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사령탑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시작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축구협회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무시하고 홍 감독을 앉혔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전술 기조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고, 선수들은 매번 새 체계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6개월간 훈련했다는 스리백 전술은 실전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독은 스리백을 고집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다.
한국 축구 팬 가운데 월드컵 우승을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상'이란 소리를 들을 거다. 16강, 아니 솔직히는 조별리그에서 망신당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우승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라와, 우승은 꿈도 꿀 수 없는 나라. 2026년 한국 축구의 씁쓸한 좌표다. 일본이 우승을 말할 정도로 힘을 키우는 동안 한국 축구는 무엇을 했는가. 월드컵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그 질문이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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