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해" 남일처럼 구는 트럼프, 통행료 군침 흘리는 이란…출구 안 보이는 고유가[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필요한 국가가
스스로 그곳 지켜야 할 것"
국제법 위반 소지 있음에도
이란, 통행료 제도화 움직임
미군, 이란서 철수해도
고유가 상태 지속 관측
브렌트유 6월물 105.55달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하고,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국가가 해결하라"고 강조하면서 국제 유가가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동부시간) 밤 진행된 20여분에 걸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석유 수입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 국가 중 해협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 중 그곳을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가 참전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스럽게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지도부와의 협상을 두고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과 휴전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연설에 앞서 3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휴전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최근까지 중재국들과 접촉하며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을 거부한 동맹국들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며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문제를 미루는 듯한 언사는 한국 포함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원유 수송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 69.1%에 달한다.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정도다.
호르무즈 해협을 움켜쥔 이란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통행료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관리안을 승인했다.
통행료 제도화와 관련 자국 여론도 우호적이다. 이란 대학 교수이자 경제 분석가인 호세인 라그파르는 지난달 30일 타스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전시 상황을 계기로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통행료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타스님통신 등은 정부 통행료 수입이 연간 1000억달러(약 15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선 미군이 이란에서 철수하더라도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쟁 전 안정기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60~63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종전되더라도 이전 가격으로 회귀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일(한국시간) 오전 10시45분 현재 브렌트유 6월물은 105.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거래일 종가 대비 4.39% 오른 수치다.

포렉스닷컴의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부 조정이 있었으나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아직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도 고객 노트에서 "브렌트유가 2026년 말까지 최소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습 피해로 가동이 중단된 중동 인프라만 고려한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석유 수출 제한 조치를 언급하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석유정제업체인 중국 석유화공(시노펙) 등은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내 석유 수요가 높은 중국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까지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에서 사실상 '거리두기'를 해온 중국이 지난달 31일 파키스탄과 '평화구상'을 발표하며 갑자기 중재 수위를 높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해운업계 보험 문제 등 전반적인 안보 프리미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해운협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전쟁보험료는 1100% 폭등하고 저유황유 가격은 227%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비철금속류 시장 역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가격 회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은 전일 t당 3523.80달러로 마감해 3500달러선을 유지했다. 러·우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헬륨 생산 등도 큰 타격을 받았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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