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호주 아이들은 영어를 이렇게 배웁니다
[이민호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영유아 사교육 규제 정책은 36개월 미만 아동 대상 지식 주입형 교육 금지, 하루 3시간·주 15시간 초과 인지 교습 제한, 비교·서열화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사실상 '유해 교습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규제의 강도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이른 나이에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현실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영어 교육은 여전히 입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학부모 불안과 경쟁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만으로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라지는 배움의 과정
문제는 경쟁보다 배움의 과정이 먼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영어유치원과 사교육 시장에서는 단어 암기와 시험, 등수 중심 평가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틀리면 반복하고 결과로 평가받는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말하고 듣고 쓰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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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의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자유롭게 토론하며 수업하고 있다. |
| ⓒ Pixabay |
나는 서른이 넘어 호주에 왔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는 입시 위주의 문법과 문제풀이 중심이었다.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정답을 고르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틀려도 말을 이어가며, 상대가 이해하려고 집중하고, 나 역시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애쓰며 영어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영어는 더 이상 머리로 계산하는 대상이 아니라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언어가 되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호주는 영어권 국가니까 가능하지,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교육시켜도 문제없을까?"
하지만 핵심은 국가 언어가 아니라 언어 학습 과정의 원리다. 아이들이 틀리면서 배우고 반복하며 익히는 경험은 어떤 언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요한 것은 언어를 부담이나 경쟁으로 만들지 않는 환경이다.
더 나아가 한국 영어교육은 학력고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60년 넘게 목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심에는 항상 '대학 입학'이 있었다. 조기 영어 규제와 유해 교습 금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대학 중심의 입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아이들은 여전히 점수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변화는 교육 정책이 입시 중심에서 벗어나 발달과 학습 경험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때 가능하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경쟁도, 완전한 방치도 아니다. 기본 방향은 제시하되,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놀이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균형이 필요하다. 조기 영어교육과 시험 중심 학습은 정답과 점수를 먼저 기억하게 만든다. 반면 틀리는 과정을 허용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할 용기를 잃고,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번 정책은 아이들의 배움의 과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고 듣고 반복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호주 사례가 보여주듯, 언어 학습의 핵심은 '틀려도 계속 시도하는 경험'에 있다.
결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배움과 성장의 기회다. 어린 시기에는 언어에 대한 부담을 주기보다, 충분히 뛰어놀며 아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책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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