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6회 번복 망신·1루 초대형 오심·파울 안면 강타…'최악의 심판' 버크너의 저주받은 일주일
- 세 차례 'MLB 최악의 심판' 선정된 베테랑 심판
- 첨단 기술 ABS가 걷어낸 '베테랑'의 민낯

[더게이트]
이쯤 되면 저주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미움받는 심판' C.B. 버크너의 저주받은 일주일이 갈수록 꼬여간다. ABS(자동 투구 판정) 챌린지에 6번이나 판정이 뒤집히고, 손쉬운 1루 판정마저 날린 데 이어 이번엔 타구에 얼굴을 맞고 경기 중 교체됐다.
버크너는 2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 구심으로 나섰다가 2회 파울 타구를 맞고 물러났다. 밀워키 선발 제이콥 미시오로스키가 던진 161.3km/h 속구를 탬파베이 닉 포르테스가 파울팁으로 걷어낸 타구가 버크너의 마스크 정면으로 향했다.

28년 묵은 '최악의 심판'… ABS가 걷어낸 보호막
버크너는 1999년부터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누빈 베테랑이다. 커리어 내내 명예보다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3년과 2006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2010년 ESPN이 실시한 선수 설문에서 세 차례나 '메이저리그 최악의 심판'으로 뽑혔다. 지난해 6월에는 한 경기에서 볼 판정 미스를 28번이나 저질러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투수 맥스 셔저가 동전 던지기 흉내를 내며 대놓고 조롱한 장면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동안 버크너 같은 심판들에게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방패가 됐다. 비디오 판독에 이어 ABS 챌린지 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그 방패는 사라졌다. 오심이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뜨고, 관중석이 심판의 실수에 환호를 보내는 시대다.
버크너의 수난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에서 시작됐다. 8번의 ABS 챌린지 중 6번이 번복됐다. 신시내티의 에우헤니오 수아레스를 상대로 삼진을 연달아 선언했다가 줄줄이 뒤집혔고, 전광판이 오심을 증명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한 타석에서 두 번의 삼진 선언이 모두 번복되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되자 신시내티 중계진은 "이 경기 최고의 환호성"이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1루심으로 나선 다음 날에는 더 황당한 사고가 터졌다. 밀워키의 제이크 바워스가 내야 안타를 치고 1루를 먼저 밟았지만, 버크너는 아웃을 선언했다. 리플레이 화면에는 바워스의 오른발이 베이스를 정확히 밟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양 팀 감독이 서로를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날 밀워키 중계진은 "내일 버크너가 구심을 맡는다니 정말 기대된다"고 비꼬았는데, 아쉽게도 '버크너 쇼'는 2회 만에 끝났다.
버크너의 판정에 수년간 시달렸던 팬들은 동정보다 킬킬거리고 밈을 만들며 놀리는 분위기가 온라인을 달군다. 물론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은 "판정이 뒤집힌 뒤 버크너가 고개를 숙이는 걸 봤다.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디 애슬레틱이 인터뷰한 합산 경력 161년의 은퇴 심판 5명은 ABS 기준이 현장 심판들에게 버겁다고 털어놨다. 과거엔 어깨부터 무릎까지의 3차원 공간이 기준이었지만, ABS는 선수 키의 53.5%를 상단으로, 27%를 하단으로 설정한 수치를 들이민다. 브라이언 고먼 전 심판은 "내 키의 53.5%가 가슴 어디쯤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타자의 정확한 키도, 그 계산법도 모른다"고 했다. 사람의 눈으로 소수점 단위의 수치를 실시간으로 판독하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라는 얘기다.
하지만 기록은 다른 말을 한다. ABS 도입 이후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전체 판정 정확도는 93.5%로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대다수 심판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버크너의 문제는 ABS가 만든 게 아니다. ABS가 그것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만들었을 뿐이다. 버크너의 악몽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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