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중국 공조 수사로 온라인 범죄 핵심 인물 리슝 송환

박정연 2026. 4.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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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온·프린스 그룹·북한 해킹 조직까지 얽힌 국경 초월 범죄망 실체 드러나나

[박정연 기자]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소재한 후이원 그룹 본사 전경. 지난해 10월 갑작스런 영업중지 사태로 고객들의 뱅크런 사태를 겪은 후 돌연 회사 간판마저 내린 후이원 그룹 본사 모습. 후이원 그룹 이슝 전 회장은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 박정연

캄보디아와 중국 수사당국의 공조로 대형 온라인 범죄 조직 핵심 인물이 검거돼 중국으로 송환됐다.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사기·자금세탁 조직에 더해 북한 해킹 조직까지 연결된 정황이 제기되면서, 국제 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4월 1일 중국 국적자 리슝(Li Xiong)을 체포해 같은 날 중국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리슝은 과거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지만, 3월 31일 국왕 칙령으로 시민권이 박탈되면서 송환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으며, 양국이 수개월간 공동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다.

리슝은 지난해 이미 해체된 '후이온 그룹(Huione Group)'의 주요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 조직은 온라인 사기와 자금세탁을 결합한 대규모 범죄 네트워크를 운영해 온 것으로 의심받는다. <차이나 데일리> 등 중국 매체들은 리가 카지노 운영과 사기, 불법 사업, 범죄 수익 은닉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범죄 네트워크, 기업형 구조로 확장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중국으로 송환된 프린스 그룹 창립자 천즈 회장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리슝은 이 조직과 연결된 핵심 인물로 분류되며, 두 사건이 동일한 범죄 네트워크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사기 조직이 기업 형태를 띠고 확장돼 왔다는 점도 공통으로 지적된다.

특히 미국 당국은 후이온 그룹을 단순 범죄 조직이 아닌 '국제 자금세탁 허브'로 규정하고 있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 회사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최소 40억 달러 규모의 불법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온라인 사기와 사이버 범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미국 당국은 후이온 그룹이 동남아 범죄 조직뿐 아니라 북한 해킹 세력의 자금 세탁에도 활용된 '핵심 경로'라고 지목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암호화폐 자금 일부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나아가 후이온 그룹은 캄보디아 권력층과의 연결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관련 기업의 주요 인사에 현 총리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국제 조사기관들은 정치·경제 권력과 범죄 네트워크가 얽혀 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해킹 국제조직인 라자루스 그룹까지 연결되면서, 범죄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기반 사기 조직이 자금을 모으고, 이를 국제 네트워크가 세탁하며, 해킹 조직이 암호 화폐를 통해 자금을 빼돌리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단속 피해 흩어진 조직원들 다시 움직일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검거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조직의 윗선과 자금 흐름을 차단하지 않는 한 유사 범죄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암호화폐 기반 자금 이동은 추적이 어려워 국제 공조 없이는 근본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훈 마넷 총리는 이달 말까지 자국 내 외국인 연루 온라인 범죄 조직을 전면 척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크메르타임스>, <프놈펜 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관련 조직 검거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프놈펜 시내에서도 과거 눈에 띄던 외국인 범죄 조직원들의 모습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31일 프놈펜 센속지구 게스트하우스에서 검거된 50여 명의 외국인 온라인 스캠 범죄자들
ⓒ 프놈펜경찰청
실제 교민 사회에서는 한때 도심 곳곳, 한인마트나 한식당에서 쉽게 목격되던 한국인 범죄 조직 관련 인물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자취를 감췄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떼지어 몰려 다녔는데 단속 이후에는 이 같은 모습이 급격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해체라기보다는 은신에 가까운 변화라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속이 본격화 된 이후 일부 조직 관리책들이 외곽 지역이나 타국으로 이동하며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제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직의 핵심 인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연락망과 자금 흐름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민들은 "겉으로는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단속을 피해 흩어진 인력들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라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범죄 조직에 도시락을 공급해 온 한 식당 주인은 "대대적인 단속 이후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라며 "여전히 일정 규모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외형상으로는 위축된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재정비와 잠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 이후의 '정적'이 오히려 다음 국면을 준비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지 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훈 마넷 총리가 공언한 '4월 내 완전 척결' 목표에 대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미 관련 조직들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활동 거점을 분산해 국경을 넘는 다층적 네트워크로 재편된 데다, 단속을 피해 은신 중인 인력까지 고려하면 단기간 내 근절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점조직화'와 '이동형 운영'이 확산되면서, 특정 지역을 집중 타격하는 기존 방식의 단속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범죄 조직의 적응 속도가 정부 대응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정책적·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향후 단속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범죄 척결 의지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부친인 훈 센 전 총리의 장기 집권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훈 마넷 총리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4월 시한'은 단순한 치안 성과를 넘어, 신정부의 통치 역량과 국제적 신뢰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따라 정권 초기 리더십 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4월까지 완전 척결하겠다고 공언한 훈 마넷 총리의 약속 지켜질까? 지난 3월 31일 프놈펜 경찰청에 의해 검거된 외국인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 현장
ⓒ 프놈펜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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