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뚫고 스크린·무대로”…장르 넘나드는 텍스트의 생명력

박정선 2026. 4.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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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웹툰 등 활자 기반의 지식재산권(IP)은 매체의 경계를 넘어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검증된 텍스트의 다매체 확장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소스가 되고, 독자로 하여금 단방향 관람을 넘어 릴레이 소비로 이어지도록 한다"면서 "능동적 참여자가 된 관객들은 각 매체가 제공하는 질감의 차이를 분석하면서 하나의 IP를 입체적으로 반복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기술이 결합하면서 IP 변주의 한계가 넓어질수록 관객들이 분석하고 즐길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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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복 입은 남자', 뮤지컬 이어 AI 영화로 제작
탄탄한 서사 바탕의 영상·무대화 잇따라

소설, 웹툰 등 활자 기반의 지식재산권(IP)은 매체의 경계를 넘어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기본 수익 구조로 자리 잡았다. 5월 개봉하는 인공지능(AI) 영화 ‘한복 입은 남자’가 대표적인 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개막한 창작 뮤지컬에 이어 AI 영화로 매체를 바꿔 대중을 만나게 된다.

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원작으로 지난해 개막한 동명의 뮤지컬(왼쪽)과 올해 5월 개봉하는 AI영화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블루필름웍스

텍스트가 영상(드라마 혹은 영화)과 무대로 변주가 계속되는 이유는 투자 위험성 축소다. 영상이나 무대 예술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보다 대중성과 작품성이 검증된 원작을 활용하는 것이 재무 위험을 낮춘다.

이러한 흐름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로알드 달의 ‘마틸다’ 같은 해외 고전부터 김려령의 ‘완득이’,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 등 국내 현대 문학까지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폭넓게 이어져 왔다. 나아가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가 영화와 뮤지컬로 연이어 제작되었고, 주호민의 ‘신과함께’, HUN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인기 웹툰 역시 영화 흥행에 이어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기획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원작의 팬덤을 잠재적 관객으로 흡수해 초기 흥행을 견인한다. 검증된 텍스트는 매체를 넘나들며 생명력을 연장하고 IP의 총수익을 극대화한다.

동일한 원작이라도 이식되는 매체의 물리적, 기술적 성격에 따라 텍스트는 해체되고 재조립된다. 뮤지컬 등 무대 매체는 ‘압축’과 ‘현장성’을 택한다. 시공간의 제약 탓에 텍스트의 방대한 서사를 모두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없다. 최근 공연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한복 입은 남자’의 경우 이야기의 곁가지는 생략되고 주인공의 핵심 갈등에 집중한다. 활자로 묘사되던 내면 심리는 음악(넘버)과 안무로 대체된다. 배우의 육성과 감정이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부딪치는 현장성이 텍스트의 빈 공간을 채우는 식이다.

스크린 매체의 경우, ‘시각적 구체화’로 텍스트를 치환한다. 상상력에 의존하던 텍스트 속 관념적 이미지는 화면 위에서 구체적인 시청각 정보로 고정된다. 한 예로 ‘신과 함께’는 텍스트로 묘사된 7개의 지옥을 막대한 컴퓨터 그래픽(CG)을 통해 거대한 시각물로 치환했다. 활자의 공백을 시각적 스펙터클로 채워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첨단 기술로 인해,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길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의 한계마저 무너뜨린다. ‘한복 입은 남자’에 도입된 AI 영상화가 대표적이다. 기존 영화는 시대적 배경이나 판타지 요소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거대한 세트장과 막대한 컴퓨터 그래픽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반면, AI 영상 생성 모델은 명령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즉각적으로 영상을 만들어낸다. 막대한 제작비 때문에 영상화가 불가능했던 서사도 AI를 통해 훨씬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화면에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이 비용의 장벽을 낮추면서, 창작자의 IP 확장 시도는 더욱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검증된 텍스트의 다매체 확장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소스가 되고, 독자로 하여금 단방향 관람을 넘어 릴레이 소비로 이어지도록 한다”면서 “능동적 참여자가 된 관객들은 각 매체가 제공하는 질감의 차이를 분석하면서 하나의 IP를 입체적으로 반복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기술이 결합하면서 IP 변주의 한계가 넓어질수록 관객들이 분석하고 즐길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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