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L1 낮은 폐암 치료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관심↑…“비용 부담 관건” [쿠키인터뷰]

신대현 2026. 4.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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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L1 음성·저발현 환자군 미충족 수요 커
장기 생존 가능성 보여줬지만…치료 접근성 제한적
“돈 있어야 치료 이어갈 수 있는 상황 굳어져”
한지연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약 35년 전에는 폐암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두 가지에 불과했다. 비소세포폐암은 그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었고, 소세포폐암은 그나마 두 가지를 사용할 수 있어 선택지가 있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점점 돈이 있어야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굳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한지연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폐암 치료 환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고가인 탓에 허가가 되더라도 비급여로 남게 되는 약제가 최근 많아져 환자의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해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제만 있다면 생존 연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생존이 좌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로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두려운 질환 중 하나다.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편평상피세포암과 비편평상피세포암으로 나뉜다. 선암이 약 60%, 편평상피세포암 및 기타 유형이 약 20%를 차지한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15%에 불과하다.

면역항암제의 도입으로 과거에 비해 폐암 치료 성적과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존 치료 옵션에 장기적인 치료 반응이 제한적인 환자군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다. 이 중 편평상피세포암은 표적치료 옵션이 거의 없고,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르며 예후가 상대적으로 불량해 치료가 까다로운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면역항암제 치료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PD-L1 발현율이 낮거나 음성인 환자군 역시 기존 면역항암제 단독 또는 화학요법 병용 치료만으로는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폐암 치료에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PD-1 또는 PD-L1 억제제다. PD-L1은 면역세포의 PD-1과 결합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역할을 한다. 즉 면역세포가 존재하더라도 기능이 떨어져 있는 이른바 ‘지쳐 있는 상태’로 만드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PD-1 또는 PD-L1을 억제하는 항체를 사용하면 억제돼 있던 면역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PD-L1 발현이 높다는 것은 억제 신호의 타깃이 많다는 의미로, 그만큼 면역항암제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는 면역세포가 많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PD-L1 발현이 높을수록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이 더 좋게 나타난다.

PD-L1 발현율이 높을수록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높아지지만, 발현이 낮거나 음성인 경우에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화학요법이 종양 항원을 방출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거나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PD-1/PD-L1 억제제와 화학요법을 병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PD-1/PD-L1 억제제는 오노약품공업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시작으로,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치료제들을 단독요법으로 평가했지만, 이후 병용요법이 1차 치료로 도입되면서 현재는 펨브롤리주맙+화학요법이 대부분의 환자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표준 항암치료만 사용하던 시기에 비해 생존율이 개선되고 치료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결국 질병이 진행되는 한계를 보인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미충족 수요는 ‘PD-L1 발현이 낮거나 없는’ 환자군이다.

한 교수는 “PD-L1 발현이 낮거나 없고, 뚜렷한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 등이 미충족 수요가 크다”며 “이러한 환자들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PD-L1 음성 환자군은 기존의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 치료에서도 반응률과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

PD-L1 음성 환자군의 생존 측면에서 이점을 보인 치료법은 오노약품공업과 BMS의 옵디보+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다. 폐암에서 면역항암제 간 병용요법 중 성공한 사례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유일하다. 그 외 면역항암제 병용 전략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대부분 개선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 교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전략으로,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설계된 치료법”이라며 “해당 기전을 규명한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로 면역학적 기반이 확립돼 있다”고 소개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펨브롤리주맙+화학요법 치료의 한계도 극복했다. 화학요법 자체가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펨브롤리주맙과 화학요법 병용이 1차 치료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보면, 일반적으로 화학요법을 4주기까지 시행한 이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으로 이어가거나, 경우에 따라 세포독성항암제 ‘페메트렉시드’를 포함한 치료를 이어가는 구조다.

반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화학요법을 2주기만 시행한 이후 면역항암제 중심의 장기 생존을 목표로 치료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화학요법을 2주기로 제한해 일반적인 4주기 투여 대비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CheckMate-9LA’ 연구 6년 장기 추적 관찰 결과, PD-L1 1% 미만 환자군의 6년 전체 생존율은 20%로, 대조군 7% 대비 약 3배 높은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HR 0.64, 95% CI 0.49-0.84). 편평상피세포암 환자군에서도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14.5개월(95% CI 13.1-19.3)을 확인해 대조군 9.1개월(95% CI 7.2-11.6) 대비 사망 위험을 35% 감소시켰다(HR 0.65, 95% CI 0.49-0.85).

한 교수는 “두 가지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만큼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고, 어떤 환자에게 적용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PD-L1 음성 환자군에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고려된다”고 짚었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제한적이고 생존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군에서 보다 의미 있는 임상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비급여’라는 점이다. 한 교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 치료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이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치료 효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그 ‘지속’이라는 부분이 결국 비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혁신 신약의 허가 속도를 높여왔지만, 급여까지의 과정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남아 있다”면서 “이에 따라 치료 선택이 사실상 환자 개인의 부담에 맡겨진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되고 있으며, 결국 경제적 여건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달라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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