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사고 사망자 ‘최저’ 해냈다…도공의 기발한 ‘묘책’

#.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교통사고가 나면 치사율은 8명 가까이 치솟는다. 이는 일반도로의 빗길사고 치사율(약 2.0명)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다.
빗길 교통사고의 인명피해가 큰 이유는 도로 위에 얇은 수막이 생기면서 타이어의 접지력이 상실돼 미끄러지고 제어가 안 되는 현상(수막현상) 때문이다. 이는 도로 표면의 미세한 변형이나 배수불량이 주요 원인이지만 일상적인 육안 점검으로 찾아내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인을 찾고 보완책을 마련하기까지 약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탓에 해당 구간은 이 기간에 잠재적인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찾아낸 해법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도로안전진단’이다. 먼저 레이저를 쏴서 반사된 빛을 분석해 이미지화하는 ‘라이더’ 센서가 탑재된 차량이 도로 형상을 정밀 스캔해 도로의 실제 상태를 정교하게 재현해 낸다.
이를 통해 빗물 역류·물 고임 등 빗길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수막 형성 지점을 과학적으로 예측한다.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1시간이다. 사고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는 시간이 3주에서 무려 1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 고속도로에선 돌발 상황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대응하느냐가 사고 예방에 필수다. 그런데 도공이 기존에 활용하던 레이더 방식의 ‘돌발상황 검지시스템’은 탐지거리가 200m 이내로 짧아 사각지대가 많았다.
또 단순히 영상만을 비추기 때문에 정체상황을 정지차량으로 오인하거나 조명이 바뀜에 따라 오류도 생겨 실제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도공이 개발한 묘책이 AI와 전국 고속도로의 CCTV(폐쇄회로TV) 네트워크를 결합한 ‘AI 영상분석 기반 돌발상황 판단기술’이었다. 단순히 화면을 비추는 수준을 넘어서 AI가 실시간 영상을 분석해 정지차량, 역주행, 화물 낙하 같은 위험요소를 스스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탐지거리가 600m에 달하고 정확도도 96%에 이른다.
이렇게 빨리 위험요소를 찾아내게 되면 순찰차의 출동 속도가 빨라져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 뿐 아니라 해당 지점으로 향하는 차량 운전자에게도 해당 정보가 바로 전달돼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속도로 안전관리의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도공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147명이었다. 이 수치가 150명 아래로 내려온 건 사상 처음이다.
도공 관계자는 “교통량이 늘고 기후변화 등 돌발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꼭 필요했다”며 “사고 이후 대응 중심에서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체계로 변화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공이 사고예방을 위해 적용한 첨단 기술은 또 있다. 바퀴 빠짐이나 펑크 등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큰 포트홀(도로파손)을 AI를 활용해 자동검사하는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AI 분석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 고속도로 구간을 월 2회 정기적으로 스캔해 미세균열 등 포트홀 전조 현상을 사전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보수한다. 점검을 한 도로가 연간 누적으로 21만 6000km에 달할 정도다.
졸음지수(DDI, Drowsy Driving Index)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고 여부, 운전 행태, 환경요소 등 19개 변수를 활용해 졸음운전 위험도를 4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5개 주요 노선(경부·서해안·중부내륙·중앙·영동선)에 적용 중이다.

졸음운전은 최근 5년간(2021~202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 원인 1위다. 졸음지수 A등급(위험) 구간에서 2시간 연속 운행을 할 땐 화물차 내비게이션 앱에서 졸음방지 안내음성과 잠을 깨우는 음악이 나온다.
또 위치정보를 연계해 안전순찰차가 졸음 위험구간에 진입하면 주변 차량이 듣고 주위를 환기할 수 있도록 사이렌과 졸음예방 안내음성을 자동으로 내보낸다.
도공 관계자는 “사상 최초로 사망자 140명대 진입은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통해 사고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위험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지능형 안전인프라를 강화해 희생자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가 감옥 가도 꼭 할거야!” 술이 확 깼다, 尹 충격 발언 [실록 윤석열 시대2] | 중앙일보
- 文은 ‘칼잡이 尹’ 쓸모 알았다…서로에게 재앙된 4번의 인연 | 중앙일보
- “한국 반도체, 역대급 기회 왔다” 인텔 이끈 겔싱어 방한 이유 | 중앙일보
- '29금 영화' 따라하며 아내와 성관계…그 남편 법정 선 이유 | 중앙일보
- 새벽 길가서 여성 2명 숨진 채 발견…안성 아파트 앞 무슨 일 | 중앙일보
- “멜론빵에서 인분 냄새” 발칵…알고보니 실수로 ‘이것’ 넣었다 | 중앙일보
- 유류할증료 벌써 3배, 5월엔 더 뛴다…뉴욕 왕복 100만원 찍나 | 중앙일보
- '선업튀' 배우 서혜원, 올해 초 결혼…남편은 비연예인 | 중앙일보
- [단독] 경찰 때리고 욕설한 만취 미국인…“명문대 교환학생” 진술 | 중앙일보
- 물귀신은 사람 이렇게 홀린다…영화가 된 ‘저수지 괴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