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사일·자폭드론 날린다…국가도 삼킨 ‘홍해 해적’ 후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신은 위대하다)!”
2023년 11월 19일(현지시간), 평온하던 홍해의 수평선을 찢은 건 광기 어린 함성이었다. 정체불명의 군용 헬기가 거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 위로 내려앉자 검은 복면의 무장대원들이 갑판으로 쏟아졌다. 그들은 순식간에 조타실을 장악했고, 선원 25명은 총구 앞에 두 손을 들었다. 배는 곧장 예멘 연안 호데이다항으로 향했다. 국제 해양 질서를 정면으로 조롱한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들의 정체는 친이란 세력인 예멘 내 반정부 무장 세력 ‘안사르 알라(Ansar Allah·신의 조력자들)’, 이른바 ‘후티(Houthis)’다. 외신이 이들을 “현대판 바르바리 해적”, “홍해의 해적”이라 부른 건 과장이 아니다. 18세기 북아프리카 해적들이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길목을 움켜쥐고 서구 열강을 압박했듯, 후티는 오늘날 세계 물류의 급소인 홍해를 흔들며 국제사회를 인질로 잡고 있다.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국제 보험료와 운임이 출렁이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과거 해적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변방의 종교운동, 국가 삼킨 무장세력으로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조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후티의 뿌리는 1990년대 초 예멘 북부 사다 지역의 자이드파 종교 부흥 운동 ‘믿는 청년들’이다. 한때는 변방의 종교운동에 불과했지만,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과 종파 갈등, 전쟁이 낳은 빈곤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세력을 불렸다.

창시자 후세인 알후티(1959~2004)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비판하며 “알라는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공식 채택해 조직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했다. 2004년 그가 예멘 정부군과의 교전 중 사망하자 조직은 그를 ‘순교자’로 추대하며 그의 이름을 따 ‘후티’로 부르기 시작했다. 동생 압둘말리크 알후티(46)는 뒤를 이어받아 흩어진 부족 세력을 묶어 군사조직으로 키워냈다.
결정적 장면은 2014년 수도 사나 장악이었다. 반군이 대통령궁과 정부 부처를 틀어쥐고 국가 기능을 사실상 대체한 순간, 후티는 더 이상 지방 무장세력이 아니게 됐다. 종교운동으로 시작한 조직이 수도를 점령한 통치세력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때부터 후티는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준국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란 위해 미사일 쏘는 ‘홍해 수문장’
후티의 위협이 더 무서운 이유는 총탄 몇 발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 값싼 드론 한 대, 미사일 몇 기로도 세계 해운사들의 항로를 바꾸고 보험료를 끌어올리며 유가와 물류비를 자극할 수 있다. 후티의 활동지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이 흔들리면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길목이 막히고,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한다. 누군가의 지역분쟁이 순식간에 세계 경제 뉴스가 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9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선사 소유의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이터니티 C'가 침몰하는 모습. [EPA=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2/joongang/20260402050238473zwel.jpg)
게다가 홍해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흔드는 동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이라는 또 다른 에너지 동맥을 쥐고 있다. 하나는 홍해의 입구, 다른 하나는 페르시아만의 출구다. 두 관문(chokepoint)이 동시에 흔들리면 중동의 전쟁은 곧바로 전 세계의 비용이 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해상 보험료 급등과 운임 상승이 이어지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공급망 전반에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종교운동으로 태어나 수도를 삼키고, 이제는 바다까지 겨누는 후티. 이 조직은 누구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왔고, 왜 지금 홍해를 전장의 한복판으로 만들고 있을까. 세계를 놀라게 한 후티의 군사력 진화와 ‘홍해 인질 전략’,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이란의 계산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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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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