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러 휘발유, 美국채 매도, 등 돌린 동맹… ‘사면초가’ 트럼프
인플레 지속 땐 중간선거 완패 우려
트럼프 “나토 탈퇴 강력 검토” 발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료 시점을 ‘2~3주 이내’로 특정해 철수를 예고한 배경에는 휘발유 가격 상승 등 민생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인 필수품인 휘발유값이 3년7개월 만에 심리적 방어선인 갤런(3.78ℓ)당 4달러를 넘어선 것을 방치하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강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트럼프 발언에서 보듯 동맹들이 이번 전쟁에 소극적인 것도 철수의 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 자동차협회(AAA)가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50개 주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당 4.018달러다. 미국인에게 ‘갤런당 4달러’는 고물가를 체감해 다른 소비를 줄이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인식된다. 미국에서 평균 휘발유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은 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캘리포니아(5.887달러) 하와이(5.452달러) 워싱턴(5.346달러)주의 경우 5달러를 웃돌았고, 50개 주에서 가장 저렴한 오클라호마주도 3.272달러를 기록했다. 전국 최저가마저 1개월 전 평균가(2.982달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트럭·화물열차 연료인 디젤 가격은 갤런당 5.454달러로 한 달 전(3.758달러)보다 45% 급등했다. 디젤 가격이 오르면 물류비가 상승해 소비자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당장 공공 물류 서비스는 고유가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 우정청은 ‘우선 배송 우편’을 포함한 일부 인기 상품의 요금을 일시적으로 8% 인상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고유가 국면에선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가 전쟁 목표를 뚜렷하게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전을 예고하자 정치적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장관 수석 고문을 지낸 비영리단체 캘리포니아포워드의 케이트 고든 대표는 NYT에 “고유가는 집권 세력에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강타해 휘발유값이 올라도 당대 집권 세력에 책임을 물었다. 트럼프는 이미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대이란 전쟁을 결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담은 미 국채 가격 하락이다. 집권 2기 관세전쟁 과정에서 수차례 보여준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의 배경으로 지목된 국채 금리도 대이란 전쟁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의 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분석해 “대이란 전쟁 여파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며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국채 보유고는 지난 2월 25일부터 최근까지 820억 달러나 줄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건 스위버 전략가는 FT에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이후 석유 판매 수익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지속 의지를 꺾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결성 과정에서 한국·일본·영국·프랑스 등 핵심 동맹국의 외면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미군 항공기의 영공 통과나 기착을 잇달아 거부당했다. 폴란드 국방부도 보유한 패트리엇 체계 2개 중 하나를 중동에 배치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이날 거부했다.
가뜩이나 나토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는 1일 나토 탈퇴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미국의 나토 탈퇴를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탈퇴를) 재고할 여지가 없다. 나는 항상 나토가 ‘종이호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블라디미르) 푸틴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백악관이 더는 유럽을 신뢰할 만한 방위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역대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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