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달러를 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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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창밖으로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어느 겨울밤, 태평양 너머에 잠시 머물고 있는 후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달러벌이'를 꿈꾸는 이가 비단 이 한 사람뿐이겠는가.
후배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시점에도 강달러가 휘몰아쳤다.
한국에서 모은 내 재산을 달러로 환산하면 어쩐지 하찮아지게 만들기도 하는 게 환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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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창밖으로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어느 겨울밤, 태평양 너머에 잠시 머물고 있는 후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쩐지 오랜 친구가 그리워진, 그런 밤이었다. 시차를 무시하고 옛 연인 느낌으로 농담을 건넸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여긴 아침이죠, 선배. 저는 요즘 무엇보다 달러를 벌고 싶어요.”
‘달러를 벌고 싶다.’ 한참 고환율 이슈를 기사로 다루던 시기에 건네 들은 이 말이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었다. 이렇게 ‘달러벌이’를 꿈꾸는 이가 비단 이 한 사람뿐이겠는가. 그렇게 이따금씩 ‘평범한 사람에게 달러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됐다.
남의 나랏돈인 달러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때가 있다. 잠시 미국살이를 하는 후배의 경우가 그렇다. 달러벌이를 꿈꾸게 만든 결정적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후배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시점에도 강달러가 휘몰아쳤다. 그가 벌어둔 돈은 ‘원화’인데 쓰는 돈은 ‘달러’다. 한국 돈 1만원으로는 10달러도 구할 수 없다. 요즘엔 1만5000원이 있어도 10달러를 채우지 못한다. 10달러로는 미국 맥도널드에서 빅맥 세트도 살 수 없다. 후배가 가진 한국 돈이 저절로 꾸깃꾸깃해지는 것 같다. 일부러 구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환율이란 이런 거다. 모국의 화폐 가치를 순식간에 평가 절하시키는 것. 한국에서 모은 내 재산을 달러로 환산하면 어쩐지 하찮아지게 만들기도 하는 게 환율이다.
달러와 무관한 삶을 산다면 환율이 얼마인지, 아니 환율이 무엇인지조차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인도양의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 같은 곳에서 아무런 교역도, 어떤 교류도 없이 살아간다면 몰라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가 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계속 넘을 것인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달러가 당장 궁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환율은 중요하다. 마트에서 오렌지 하나를 사려고 해도 환율이 작동한다. 수입할 수밖에 없는 원유, 설탕, 밀가루, 철강 등이 환율에 따라 가격이 바뀐다. 아이를 유학 보낸 부모도, 직구하는 상품을 사는 소비자도 모두 환율 영향권에 있다.
원화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은 달갑지 않다. 달러 강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간 이어진 추세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던 1500원은 최근에야 돌파했다. 현시점에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은 미국·이란 전쟁이다. 마지노선은 뚫렸고, 환율 1500원 시대는 열렸다.
다만 이 상황이 상대적으로 덜 충격적이었던 것은 1490원대 언저리를 수차례 오갔던 경험 덕분이다. ‘심리적 마지노’라는 수식어는 ‘뉴노멀 임박’이라는 전망을 동반하곤 했다. 그렇게 마지노선은 차츰 흐릿해졌고, 1500원대를 오가는 환율 상황을 맞이했지만 ‘큰일’은 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이 길어지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마음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달러를 벌고 싶다’는 열망이 한국 돈을 더욱 평가 절하하게 만든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서학개미를 문제 삼는다거나, 수출 기업의 환 헤지를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위기일수록, 불안할수록, 변동성이 격렬할수록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렴하고야 마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견고함’을 이야기하려는 거다. 원화 강세를 달러 약세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점차 선명해진다. 우리만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 이란 사태로 확인된 뼈아픈 지점이다. 지갑 속 1만원이 유독 꼬깃꼬깃해 보이는 것 같은 나날이다.
문수정 경제부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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