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수료 상한제,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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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플랫폼의 등장으로 플랫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대신 정치권에서는 음식 배달앱의 수수료 상한제가 논의 중이다.
수수료 상한제는 배달 음식점들이 배달앱 수수료 부담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수수료 상한제로 수입이 줄어든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전가하고 광고비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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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플랫폼의 등장으로 플랫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해 플랫폼 규제법 제정을 시도했지만 규제법 도입 논의는 관세를 무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으로 잠시 멈춰서 있다.
대신 정치권에서는 음식 배달앱의 수수료 상한제가 논의 중이다. 이 제도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같은 배달앱이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중개·결제·배달 수수료 등의 총액을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수수료 상한제는 배달 음식점들이 배달앱 수수료 부담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도시와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음식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수수료 상한제로 수입이 줄어든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전가하고 광고비를 인상했다. 배달료 전가에 따른 음식 주문 감소로 음식점 매출이 줄고 배달원의 수입도 덩달아 줄었다. 인상된 광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동네 음식점들의 타격이 더 심했다.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수수료 상한제가 의도와는 달리 나쁜 결과를 초래하자 수수료 상한제는 대폭 완화되거나 폐지됐다.
수수료 상한제의 풍선효과는 배달앱의 다면성에서 기인한다.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간접네트효과(indirect-network effect)를 이해해야 한다. 음식 배달앱은 앱 운영자, 음식점, 배달원, 주문자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얽혀 있다. 이들 간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한 ‘복합적 가치 사슬’ 구조를 띠고 있다. 수수료 상한제로 음식점들의 비용은 줄어드나 장기적으로는 음식점의 매출도 줄어들 수 있다. 수입이 감소한 플랫폼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거나 규제받지 않는 수수료를 올리거나 새로운 명목의 수수료를 도입할 수도 있다. 배달비 인상이나 무료 배달 축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배달 주문자들은 음식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배달 수수료에는 더 민감하다. 주문의 배달 수수료 탄력성이 높아 배달 수수료가 올라가면 배달 수요는 더 많이 준다. 수수료 상한제로 인해 음식점 매출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유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선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배달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합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과잉금지원칙이 행정규제에도 적용돼야 한다. 음식점을 살리면서 배달앱 시장도 키우는 상생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쿠팡이츠의 배달앱 시장 진입이 배민의 수수료를 낮추고 무료 배달 도입을 촉진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수수료 상한제가 당장에는 영세한 음식점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독이 될 수 있는 제도 말고 약이 되는 시장 친화적 정책 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형배 전 공정거래조정원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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