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동시 “종전” 꺼내자, 중국이 뛰어들었다

김기환, 신경진 2026. 4. 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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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양국 정상이 동시에 ‘종전’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주 이내 이란을 떠날 뜻을 내비쳤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필수 조건 충족 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1개월을 넘기는 동안 트럼프가 여러 번 종전을 시사했지만, 이란 고위층이 종전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이다. 종전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실제 성사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미국·이란·이스라엘 각국의 속셈이 달라서다.

먼저 미국은 최대한 빨리 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어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 등 전쟁 악재를 털고 싶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긴장을 관리하며 더 큰 충돌은 피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핵 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 미국이 종전 조건으로 제시한 15개 조항 중 어느 것도 이란이 수락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지난달 25일 정치·안보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은 자국의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은) 과도하고 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은 종전 자체보다 향후 체제 보장에 관심이 많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언급한 필수 조건은 앞서 미국과 종전안을 주고받으며 제시한 다섯 가지다. ▶적에 의한 침략·암살 완전 중단 ▶이란에 대한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견고한 메커니즘 수립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중동 전역에 걸친 모든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 등이다.

종전을 통해 전쟁의 손실을 만회하는 동시에 ‘미국에 맞섰다’는 명분까지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조건이라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최고지도자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실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란 내부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데 혼선을 겪는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가 계속 교체돼) 이란 협상단이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변수는 종전에 미온적인 이스라엘이다. 양국 정상의 종전 언급이 있던 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란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 역내 주요 국가와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협상 중에 이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를 공습하는 등 군사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은 공습하지 않는다’는 전쟁의 불문율까지 깨뜨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국의 속셈이 다른 상황에서 종전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목표가 다른 당사자들 간의 합의는 취약하기 쉽다”고 진단했다.

형식적으로나마 종전에 이르더라도 저강도 군사 충돌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빠르게 발을 뺄 경우 이란이 영향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라서다.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국가는 이란이 더 약화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기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어떤 휴전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중재국으로 본격 등판하려는 모습이다. 31일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걸프·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국·파키스탄 5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 ▶조속한 평화회담 개시 ▶비군사 목표물 안전 보장 ▶항로의 안전 확보 ▶유엔 헌장의 최우선성 확보 등이 구상안에 담겼다.

양국은 “중국과 파키스탄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호르무즈해협과 그 주변 해역은 상품과 에너지의 중요한 무역로로, 해협의 정상적 항행을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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