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헌재 '사건 핑퐁'과 경찰 불송치 늘면 국민만 피해[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 2026. 4. 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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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 4인이 진단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장세정 논설위원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사퇴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과 '사법 3법' 통과를 주도했고, 개혁 성공을 자화자찬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면서 국회가 만든 법률의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위헌 논란에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입법들은 과연 국민의 권익 보호와 형사사법정의 구현에 얼마나 부합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각각 고법원장과 고검장을 역임한 전직 고위 법조인, 헌법학자, 입법 관련 시민활동을 해온 변호사 등 4인의 법률가를 국회 앞 잔디마당으로 초대했다.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법치주의 존중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4인은 최근 통과된 법안들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



김창보 전 서울고법원장
사법체계 틀 바꾸면서 숙의 없어
문제점 보완해 혼란 최소화하길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개혁은 속도보다 설계가 중요해
보완수사권, 인권의 마지막 보루


차진아 고대 법전원 교수
한국과 독일은 시스템 많이 달라
사법부 독립 훼손하면 법치 붕괴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검찰개혁의 큰 방향에는 동의
경찰수사 실패에 보완장치 필요

법률가 4인 방담을 지난 3월 30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회의 일탈을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왼쪽부터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보 전 서울고법원장,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임현동 기자

김창보(66)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판사(사시 24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고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후곤(60) 법무법인 광장 형사그룹 대표변호사는 검사(사시 35회) 출신으로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차진아(51)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시 39회에 합격하고 독일에서 유학한 헌법 전문가다. 정지웅(51)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변호사시험 1회 출신으로 변협 부협회장과 이재명 정부 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헌 입법 논란의 '진앙'인 국회에 온 소감은.
▶김후곤=(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계엄 발생 1년에 맞춰) 국회 본관 외벽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새긴 장면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국민이 권한을 위임했더라도 국회의 권한 한계 일탈을 제어할 시스템은 필요하다.
▶김창보=아무리 국회에 입법권이 있더라도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문제가 생긴다.
▶차진아='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말아야 한다'는 헌법 8조 4항이 떠올랐다.
▶정지웅=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제일 센 권력 기관은 경찰·군·정보기관·검찰로 변천해왔다. 이제는 국회가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다. 조만간 경찰 권력이 제일 강해지면 역사가 반복될 수 있겠다 싶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과·중수청법 공청회(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에도 속도전 하듯 입법을 강행했다. 임현동 기자


여당, 형사사법체계 근간 흔들어
-여당의 검찰개혁과 사법 3법 처리를 총평하면.
▶김창보=사법제도는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주기에 안정적·영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난 70여년 동안 유지해온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숙의 없이 추진해 안타깝고,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후곤=개혁은 속도보다 설계가 중요하다. 형사사법 체계는 복잡한 신체 구조와 비슷하다. 문제 있는 부분을 제거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진료·검사한 뒤 환부를 도려내야 하는데, 지금은 배를 갈라 전체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검찰 권한 분산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견제 장치와 보완 장치 없이 기능을 쪼개버리면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
▶차진아=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었다. 수사·기소 및 공소유지 활동과 법원의 재판을 제도적으로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은 악법이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붕괴할 위험이 크다. 검찰을 개혁한다며 검찰청을 폐지하는 논리라면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부를 폐지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를 폐지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지웅=검찰·사법 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증진하는 기능적 시스템 개선이어야 한다. 개혁이라기보다 ‘검찰 죽이기’와 ‘사법부 압박’이 뒤섞인 정치적 구조 개편에 가깝다. 국민 안전과 기본권보다 특정 정파의 증오와 보복 감정이 앞선 듯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는“검찰개혁을 입에 올리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떠오른다”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고인을 한낱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법왜곡죄가 시행됐는데, 재판 독립성이 보장될까.
▶김창보=법왜곡죄는 법관의 재판에 대해 오류 여부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양심에 따른 소신 있는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법 도입 취지는 현행 심급제도(3심제)나 형법상 직권남용죄로도 달성할 수 있다.
-4심을 넘어 재판의 '무한 루프'도 우려된다.
▶김창보='송사(訟事) 세 번이면 집안 기둥뿌리 뽑힌다'는 속담처럼 소송이 길어지고 반복되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되면 헌재가 구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달콤하게 들리겠지만, 거기에 숨어있는 송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없다.
▶차진아=대법원과 헌재 사이에서 '사건 핑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판소원 관련 사건이 폭주할 텐데 후속 대책이 없어 걱정스럽다.

법왜곡죄, 북한 징역 5년 한국 10년
-사법 3법을 강행하면서 독일 사례가 거론됐다.
▶차진아=법왜곡죄의 경우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가 있는 한국과 없는 독일의 시스템과 형법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법왜곡죄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인데 반해 한국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재판소원의 위헌성 논란을 어떻게 보나.
▶김창보=견해가 대립하는 재판소원의 위헌성을 최종 판단할 헌재가 제도 도입을 찬성하니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차진아=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준비 없는 도입에는 반대한다. 성향 맞는 대법관을 급격히 증원하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은 베네수엘라·헝가리·튀르키예처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것이다.

법률가 4인 방담에서 숙의 없는 졸속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및 사법 3법 시행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당부가 많았다. 왼쪽부터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보 전 서울고법원장,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임현동 기자


방담의 화제는 검찰청 폐지, 경찰 권한의 비대화와 대책으로 넘어갔다.
-공소청 검사들은 신분 보장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겠나.
▶김후곤=신분 보장은 특권이 아니라 검찰 독립성의 최소 조건이고, 중립성을 지키는 제도적 방패다. 파면이 쉬워지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고 권력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으려 할 수 있다.
▶정지웅=상시적 검사 통제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 검사가 사건의 실체보다 정권의 의도를 먼저 의식하며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기소 독립성이 위태로워지면 결국 국민에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

억울한 국민의 방어권 빼앗지 말아야
-여당 강경파는 '보완수사권'도 없애려 한다.
▶김후곤=검찰의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의 미진함을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꼼꼼히 검토해 인권 침해를 걸러내는 마지막 보루다. 유죄가 확실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방어권을 빼앗을 수 있다.
▶정지웅=보완수사권은 기관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 장치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예컨대 경찰의 성범죄·아동학대·부패범죄 1차 수사가 실패했을 때 재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면 억울한 피해자가 많이 나올 거다.
-공소청 입법 막판에 2만명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이 삭제됐다.
▶정지웅=단순히 검찰 힘 빼기가 아니라 민생 형사사법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조치다. 조세·환경·노동 등의 분야에서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이 사라지면 위법한 증거 수집 사례와 편의적 불입건·불송치가 증가할 수 있다. 변호사의 일감이 늘어 개혁의 수혜자가 국민이 아닌 법조 시장이 된다면 그런 제도는 다시 설계해야 마땅하다.
-'공소취소 모임'과 '조작 기소 의혹 국정조사'가 등장했다.
▶차진아=정치권력이 수사나 재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진행 중인 수사·기소·재판에 대한 국정감사 및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법(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을 무시한 처사다. 오죽하면 유시민씨조차 "이건 미친 짓"이라 비판했겠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의원(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강행한 주역들이다. [뉴스1]

경찰 비대해진 권한 감당 불충분

-검찰청 해체로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고 있는데.
▶정지웅=경찰은 비대해진 권한을 감당할 역량과 통제 장치가 불충분하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장기화와 장기미제 사건 증가 등 부작용을 절감하고 있다. 핵심 수사기관들이 행정부인 행정안전부 산하로 재편되면서 인사·예산을 통한 정치적 외압에 경찰이 검찰보다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 전할 말씀은.
▶정지웅=검찰개혁의 큰 방향, 특히 수사·기소 분리와 전관예우 차단에는 동의한다. 다만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과 ‘정치가 사법을 장악하는 구조’에는 반대한다.
▶차진아=대한민국 역사를 돌아보면 정치권력의 힘이 극에 달해 오남용하면 국민이 나섰다. 권력이 임계선을 넘으면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김후곤=사법 체계는 사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여서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 개혁의 본질은 '누가 권력을 갖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국민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느냐'에 맞춰야 한다.
▶김창보=사법제도의 변혁은 장기간에 걸쳐 국민의 일상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중차대한 일이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져 시행에 들어갔으니 제기되는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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