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간 주식, 1만원 때 샀다…계급장 뗀 ‘모닝 투자미팅’의 힘

남윤서 2026. 4.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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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오른쪽 셋째)와 임직원들. 회사명에도 ‘신뢰(트러스트)’라는 단어가 들어있을 만큼 이들은 신뢰가 자산운용사의 핵심 가치라고 믿는다. 김경록 기자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휘청이며 금융사에도 칼바람이 불 때였다. 한 종금사 막내 사원이던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에게 직접 주식을 운용할 기회가 빠르게 찾아왔다. 주식 시장 폭락으로 선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면서 그의 차례까지 온 것이었다.

금융투자업계가 하루하루 수익에 목 매며 불안에 떨던 시기를 지켜본 황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붐이던 ‘벤처’를 투자업계에서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뜻을 모았다. 트러스톤의 전신인 IMM투자자문은 그렇게 시작됐다.

황 대표는 직원에게 “정답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침 7시 30분, 서울 성수동의 본사 803호 회의실에서 열리는 모닝 미팅은 각자의 정답을 꺼내보는 자리다. 사장부터 젊은 애널리스트까지 계급장을 떼고 누구나 투자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한번은 모닝 미팅에서 젊은 직원이 ‘요즘 올리브영에 외국인이 많다’는 얘기를 꺼낸 걸 계기로 대대적인 화장품 회사 리서치와 탐방을 시작했고, 결국 ‘K뷰티’가 크게 뜨기 전에 화장품에 선제 투자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제 트러스톤은 24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내 대표적 독립계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지난 20년간 두 해 정도를 제외하면 변덕스런 시장 수익률을 늘 이겼다. 황 대표와 정무일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주요 인사들을 통해 시장을 먼저 내다보고 수익을 내는 그들의 비결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 투자 철학은.
A : “3가지다. ▶장기적으로 가치를 상승시키는 기업을 선택한다 ▶내재 가치 이하(가격)에서 투자한다 ▶리스크란 가격 변동이 아닌 펀더멘털(기업 내적 가치)의 변화다.”

Q : 가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A : “가치가 ‘상승하는’ 기업이 아니라 가치를 ‘상승시키는’ 기업이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는데 경기가 좋아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보다는 고유 경쟁력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든 가치를 상승시키는 곳을 찾아야 한다. 물론 아무리 경쟁력이 있어도 가격이 거품일 때 투자하면 안된다.”

Q : 어떻게 사고 팔아야 하나.
A : “주가는 탐욕이 커지면 오르고, 공포가 커지면 하락한다. 탐욕과 공포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를 봐야 한다. 펀더멘털이 나빠진 게 아닌데 공포 때문에 가격이 떨어졌다면 매수 찬스고, 펀더멘털이 좋아진 게 없는데 가격이 오르면 매도 찬스라고 본다.”

Q : 펀더멘털 변화는 어떻게 알 수 있나.
A : “지름길은 없다. 철저한 탐방과 리서치가 근본이다. 기업마다 연 2회는 탐방을 가고, 결과를 모델 포트폴리오에 업데이트한다. 스타 매니저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면 성과 등락이 너무 커진다. 조직 역량이 강해야 장기투자를 맡길 만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종목을 어떻게 고르는지 궁금하다.
A : “성장주를 볼 때는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기업의 밸류에이션 지표보다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중요시한다. 반대로 가치주를 볼 땐 기업의 어떤 부분이 해결돼야 적정 가치로 주가가 오를지 살펴본다. 예를 들면 5년 전 HD현대일렉트릭을 정말 싼 가격에 투자했다. 당시 3년간 적자였기 때문에 밸류에이션만 보면 투자할 수 없는 기업이었지만, 구조적 성장주란 확신이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021년 주가는 1만~2만원대였다. 2024년 AI 붐으로 급등한 이 종목은 올해 초 100만원을 넘겼고 최근엔 90만원대다.)”

Q : 국내 증시가 급등했다가 이란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A : “단기 하향 압력은 불가피하다. 한국 시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강한 수익률을 기록해온 만큼 차익 실현하려는 투자자도 많다. 하지만 개별 섹터의 방향성은 구분해 봐야 한다. 전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 국방비 확대, 공급망 재편은 반복해 나타난 패턴이다. 이번 충돌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구조적 수혜 섹터 수요는 확대될 수 있다.”

Q : 어떤 섹터가 유망한가.
A : “먼저 기술 변화 흐름에선 반도체가 가장 좋다. 공급자 우위 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지정학적 변수가 실적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이 높다. 두 번째론 지정학적 재편 흐름에서 방산과 전력기기를 주목한다. 유럽의 방산이 폭발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으로 수요가 이동한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각국이 전력망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 변화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고, 관광객 증가로 카지노, 화장품 등도 좋다. 기업 가치가 정상화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 기업도 주목한다.”

Q :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A : “첫째, 반드시 위험을 컨트롤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빚내서 하는 레버리지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본인이 잘 아는 주식을 사야 한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왜 떨어지는지 알고 버티거나 더 살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남윤서 기자

김영희 디자이너

◆더하우스(The House)=오직 ‘최고의 투자를 해보겠다’는 신념을 밑천 삼아 한국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한 주역을 만나봅니다. 이제껏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는 창업자들의 이야기와 수익 비결을 파헤칩니다.

남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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