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진짜 속셈...레바논 남부에서 벌어지는 일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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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에 화물선이 보이고 있다. |
| ⓒ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과 이스라엘이 내세운 목표가 이란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였다면, 이런 귀결은 실로 어처구니없다. 애초에 설득력 없는 안보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호르무즈 항로 불안과 선박 통과 문제 자체가 국제사회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책임 주체와 피해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렇다. 전쟁을 시작한 쪽은 따로 있는데, 바닷길 불안과 유가 상승, 물류 차질의 부담은 훨씬 넓은 국제사회로 번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인과 대응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누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는지 책임을 분명히 묻는 일, 그리고 이미 벌어진 충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따지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이미 충격이 현실이 된 이상, 국제사회가 먼저 바다를 보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퍼센트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그래서 선박 통과 자체가 국제 뉴스가 된다.
예멘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의 개입이 크게 다뤄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후티를 전쟁에 끌어들인 직접 원인은 이란과의 연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의지에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 개입에 곧바로 긴장하는 까닭은, 그들이 흔들 수 있는 공간이 홍해라는 또 하나의 핵심 바닷길이기 때문이다.
이 관심 이동은 우연이 아니다. 바다가 흔들리면 전쟁은 곧바로 가격이 된다. 유가와 운임, 보험료가 먼저 움직이고, 그 충격은 물가와 생활비로 번진다. 국제사회가 바닷길을 먼저 보는 것은 냉정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전쟁이 가장 먼저 자기 비용의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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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
| ⓒ 로이터 연합뉴스 |
이 전쟁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그리고 그 배후의 이란으로 이어지는 축이 이스라엘과 맞서는 구도로 더 분명해지고 있다. 전선은 테헤란과 텔아비브의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쪽 레바논과 남쪽 홍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까지 밀고 들어가려 하는 이유도 단순한 보복이나 국지적 군사 대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이스라엘이 접경 지역을 장기적으로 통제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고, 북부 국경의 질서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짜려는 데 있다.
권력은 국경과 완충지대를 놓고 다투지만, 그 싸움의 값을 치르는 것은 늘 힘없는 주민들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교전이 아니다. 권력의 대결이 민중의 실향과 축출로 이어지고, 접경 지역 전체를 다시 짜는 공간 재편에 가깝다.
국제사회에는 해협과 유가가 먼저 보이지만, 현지 주민에게 전쟁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군사적 완충지대라는 말은 건조하게 들리지만, 그 말이 뜻하는 것은 결국 귀환의 차단이고 생활 세계의 붕괴다. 누군가에게는 국경 관리이지만,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삶의 자리 상실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떠났고 1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13만 6000명가량은 집단 대피소에 의존하고 있고 나머지는 친지 집이나 임시 거처로 흩어졌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60만 명의 귀환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포격이 오가고 공습이 이어지는 동안, 접경 지역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사람이 살던 곳이 군사적으로 관리되는 공간으로 바뀌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변화는 점점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 된다. 교전은 언젠가 멈출 수 있어도, 그렇게 바뀐 땅의 질서는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레바논 남부 문제는 이 전쟁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국제사회가 바닷길의 불안을 먼저 본다고 해서, 현지에서 벌어지는 공간 재편과 주민 축출의 위험이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격의 충격이 세계로 번진다면, 삶의 충격은 현지에 더 무겁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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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5일(현지시간) 오만만 연안에 위치한 걸프 연안 에미리트 샤르자의 호르 파칸에 있는 조선소 앞에 한 가족이 앉아 있다. |
| ⓒ AFP 연합뉴스 |
개전 한 달, 중동 전쟁은 두 층에서 읽어야 한다. 하나는 세계 경제와 각국 사회를 흔드는 비용의 층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비용을 만들어내는 전쟁의 본체다. 파장만 따라가면 책임이 흐려지고, 비용만 좇으면 사람은 지워진다.
바닷길의 불안을 보는 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불안을 만들어내는 세력권의 대결과 그 과정에서 현지의 약자가 떠안는 고통까지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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