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도 거부도 못할 '과기원-제주대 연합캠퍼스'
장성철 /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 환영도 거부도 못할 과기원-제주대 연합캠퍼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도를 방문하고 발표한 '4대과기원-제주대 연합캠퍼스' 정책으로 며칠동안 생각에 잠겼다. 환영한다는 말은 하고 싶은데, 쉽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부하겠다는 말은 더욱 못하겠다는 판단이다. 왜 그런가?
제주과학기술원(이하 제주과기원) 설립 논의는 20년 이상 제주사회의 중요한 정책 과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재명 정부의 '4대과기원-제주대 연합캠퍼스'(이하 과기원 연합캠퍼스)발표로 독립 제주과기원 설립은 물 건너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내 주요 정세력들이 이구동성으로 환영 일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대전, 대구경북, 울산, 광주전남 과기원과 제주대학교의 연합캠퍼스를 통해서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산업자원에 기반한 과학기술개발 목표를 이룰 수 있는가? 현실과 실리라는 미명아래 제주사회가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지역의 과학기술주도권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독립 제주과기원 설립 – 20년 이상된 제주사회의 숙원사업
제주과기원 설립은 2000년대 초반 제주국제자유도시 출범과 궤를 같이한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이르기까지, 제주는 줄기차게 독립적인 연구·교육 기관 설립을 국가에 요구해 왔다. 이는 제주지역의 1차산업과 관광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려는 생존 전략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개발전략의 일환이었다. 우주·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산업 관련 기술 개발이 제주도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독립 제주과기원 설립 정책은 진작 했어야 할 국가적 과제였다.
정부가 내세우는 독립 제주과기원 설립의 반대 논리는 늘 '예산'과 '효율이었다. 과기원 제주연합캠퍼스 정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독립 과기원 설립에 난색을 표하며 내세우는 것은 '대학 구조조정'과 '이공계 인력 공급 과잉' 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과학기술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궤변이다.
◇ 과학기술개발, 예산과 효율의 논리로 접근하면 안돼
과기원은 교육부 소관의 일반 대학이 아닌, 과기정통부 산하의 국가 전략 기관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과기원 신설을 막는 것은 국가의 미래 전략과제인 과학기술개발을 일반 교육 서비스와 동일시하는 치명적인 오류다. 과학기술 개발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논리로 접근해서는 된다. 광주(GIST), 대구(DGIST), 울산(UNIST) 과기원이 각 지역의 산업적 특화 모델로 자리 잡았듯, 제주 역시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제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들이 중복이 아니라면, 제주과기원도 결코 공급 과잉이 될 수 없다.
◇ 제주도, 국가적 수준의 독특한 연구개발 자원 갖춘 곳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와 지질학적 특성덕분에 과학기술 연구와 개발을 위한 독특한 다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과기원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바다로 둘러싸인 저위도 지형은 해상 발사와 위성 관제의 최적지다. 이미 뉴스페이스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풍부한 자연광과 풍력은 이론을 넘어선 그린수소(P2G)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고립된 섬 지형, 한라산의 높이와 절묘한 위치, 그리고 낮은 건물 밀도는 UAM(도심항공교통)과 자율주행의 세계적 표준을 만들 최적의 테스트 베드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 독립 제주과기원, 제주특별자치도 항해에 반드시 필요
이러한 국가적 수준의 연구 자원을 갖고 있는 제주도에 연합캠퍼스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별로 연구자들이 모이고 헤어지는 방식을 고집해서 되겠는가? 손님 연구자들에 의해 제주의 지속가능한 연구개발이 가능하겠는가? 제주에 24시간 상주하며 한라산의 바람과 흙, 거친 바다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제주의 자산으로 축적할 독립된 제주과기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과기원 연합캠퍼스는 제주대학교의 대학원 기능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우려가 크다. 4대 과기원의 엔진을 잠시 빌려 쓰는 구조로는 세계적 기술적 해자를 구축할 수 없다. 제주지역에서 개발된 연구물이 다른 지역이 아닌 제주지역 산업 생태계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기술 개발 시너지는 각 지역의 과기원이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고 이를 연결할 때 극대화된다. 과학기술 개발 자산은 제주의 자산으로 지역에서 축적되어야 한다. 이는 장차 제주특별자치도의 장기 항해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이재명 정부, 제주과기원 설립 결단해야
제주도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지난 20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제주는 이제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가장 중요한 '테스트베드'로 성장했다. 더 이상 경제성이라는 이유로 과하기술 개발 업무를 재단하지 말하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의 좁은 시야로 제주과학기술원 설립을 바라보지 말고, 제주과힉원 설립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장성철 /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