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초라함과 싸우고 있다, 그럴 때 필요한 세 글자

김남정 2026. 4.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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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고

[김남정 기자]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2026년 1월 출간)은 글쓰기의 공식이나 문장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글쓰기의 태도와 마음, 생활의 리듬을 다룬다. 임경선 작가는 20년 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글쓰기 환경과 마음 다스리는 방법, 영감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고 성찰하는지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이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후천적 재능에 가까운 글쓰기
▲ 책표지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 토스트
소장하고 싶은 책은 단순히 '좋았다'는 감상을 넘어, 삶의 어딘가를 건드리는 문장을 만났을 때 생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책을 구매해 간직하고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의 문장들은 바로 그런 힘을 지녔다.
"신인일 때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불안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일을 하는 기쁨만으로도 나를 지탱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 85p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야 할 시간을 담담하게 짚어낸 문장이다. 나 역시 아직 그 단계에 도달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일 자체의 기쁨'을 어렴풋이 알아가는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의 인정 이전에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108쪽의 문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울린다.
"고립되고 외로운 순간에 꽃이 핀다."

이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는 임윤찬 피아니스트다. 그는 압도적인 시간을 혼자 견디며 자신의 연주를 다듬는 과정을 '외롭지만 아름다운 시간'으로 표현한다. 결국 예술과 글쓰기는, 그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삶을 예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기록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빚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꾸준함으로 이어지는 작은 실천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삶의 예술'일지 모른다.

작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점검한다고 말한다. 글쓰기의 재능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 재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 재능은 매일 글을 써야 가능하다.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나를 살게 하는지 혹은 지치게 하는지 돌아보며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산책하며 머리를 맑게 하고, 작은 순간에서 생각을 떠올리는 과정 역시 글쓰기의 일부다. 나 역시 숲길을 걸으며 문득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많이 했다. 작가는 글쓰기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마음을 살피며, '창작자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217쪽)고 강조한다.

스스로에게 가혹해지지 않도록, 마음이 꼬이거나 상하지 않게 마음을 지키는 일 역시 창작자의 몫이다. 또한 작가는 비교에서 벗어나,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나아가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왜 계속 쓰고 싶은지, 질문하게 만드는 책

"남들은 다 잘나가는데 나만 이렇게 초라해"(96p)라는 마음이 들 때, 작가는 '무심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문장은 내가 글을 쓰며 느꼈던 감정과 맞닿아 깊이 공감됐다. 나름 흡족하다고 생각하며 송고했던 기사가 채택되지 않았을 때, 혹은 '좋아요'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면,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흔들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글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결국 나를 다시 글 앞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글을 '쓴다'라는 것은 사실 글을 '고쳐 쓴다'를 의미한다." - 137p

이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의 나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두고,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고쳐쓰는 과정. 그 시간은 지루하기는커녕 오히려 글이 조금씩 새로워지는 순간을 선물한다. '한 번에 완벽한 글'이라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 글쓰기는 부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에너지도 에너지다." - 233p

이 문장은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다.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써도 의미 없어 보일 때조차 그 감정 역시 글을 이루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작가는 계속 쓰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경험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잘 쓰는 법'을 알려주기보다, 왜 계속 쓰고 싶은지를 묻게 한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혹은 쓰는 일이 의미 없어 보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싶은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은 혼자 조용히 쓰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공감할 문장들이 많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 부담감을 덜고 내가 왜 계속 쓰고 싶은지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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