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와 대중가요의 연결, 흥미롭게 읽은 이유
[김용찬 기자]
시조나 가사 등 조선시대까지 향유되었던 서정적인 문학 갈래들을 일반적으로 '고전시가'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현대시는 문학의 한 갈래로써 '시(詩)'이지만, 시조와 가사 등의 옛 노래들은 문학(詩)과 음악(歌)을 아우르는 의미의 '시가(詩歌)'라는 갈래 명칭을 사용한다. 당연하게도 조선시대까지 고전시가 작품을 창작했던 작가들은 자신이 지은 작품을 직접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작가가 밝혀지지 않은 시가 작품들도 적지 않게 전하고 있다.
작자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던 이유는 오늘날처럼 창작자로서의 의식을 내세우기보다, 그저 해당 작품이 자신이나 혹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노래로 불려진다는 사실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그렇기에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분명하게 밝혀 기록했다는 점은 적어도 작가로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고전 시가 작품들을 창작한 사람이 직접 노래로 불렀다면, 그들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는 가수를 뜻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시가 작품을 해설하면서, 그 작가와 작품을 싱어송라이터로 간주하여 현대의 대중가요 작품과 가수들에 견주며 설명하는 책 <조선의 싱어송라이터>(2026년 3월 출간)의 구성 방식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
|
| ▲ 책표지 |
| ⓒ 북극곰 |
따라서 고전시가를 대중가요와 비교하는 이 책의 중심 내용 역시 이른바 '사랑 노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노래 혹은 노래의 의미와 효과 등을 다룬 작품들 또한 적지 않은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두 개의 주제를 큰 항목으로 설정하여 논의를 펼쳐내고 있다. 저자가 선정한 고전문학 작품들을 현대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창작하여 부른 대중가요들과 함께 소개하면서, 저자의 관점에서 시공을 초월한 작품들을 서로 연결하는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먼저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모두 8편의 한시 또는 고전시가와 현대의 대중가요 및 그 노래를 만들어 부른 가수들의 작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장 먼저 고려가요인 <서경별곡>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비롯한 대중가요와 비교한다든지, 정지상의 한시 <송인(送人)>을 김민기의 <친구>와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밖에도 다양한 한시와 고전시가들을 현대의 대중가요와 나란히 제시하면서, 그들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내용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물론 포구에서의 이별을 노래한 정지상의 <송인>과 바닷가에서 마주친 풍경을 보고 오래 전에 죽은 친구를 소환하는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 내용을 연결 시키는 방식이 다소 억지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시공을 넘나들면서 고전 작품과 현대의 대중가요를 연결하는 방식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면모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작품들을 설명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저자만의 작품을 분석법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겠다.
"메마른 땅에 노래가 단비처럼 내리면"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항목에서도, 모두 8편의 한시와 고전시가를 현대의 대중가요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동짓달 기나긴 밤을~"로 시작되는 황진이의 시조를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라는 노래와 연결 시켜, 여성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면모로 해석하는 내용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밖에도 정철의 가사 <사미인곡>을 안예은의 <상사화>와 비교하여 짝사랑하는 화자의 심정을 비교하여 이해 한다든지, 박인로의 가사 <누항사>를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와 견주어 일상에 짜든 이들의 면모를 형상화하는 것으로 읽어내는 방식 또한 충분히 공감되는 바가 있었다.
평소 고전문학을 강의하면서 나 역시 현대의 문학이나 가요들과 비교하는 방식을 즐겨 활용하고 있기에, 독자들에게 해당 작품을 쉽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이 책의 구성이 더욱 흥미롭게 여겨졌다. 아마도 대중가요와 해당 가수들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이해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는 한시와 고전시가를 현대의 대중가요와 비교하는 방식을 고려하여 저술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모두 16편의 고전 작품을 중심으로, 그와 비견되는 현대의 대중가요와 가수들을 나란히 제시하여 비교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더욱이 고전시가가 노래로 불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고전시가 작가들을 현대의 '싱어송라이터'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고전 작품들은 고전시가만이 아니라, 노래가 아닌 한시(漢詩)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애써 언급하고자 한다.
일단 '노래'와 '시'는 같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갈래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해야만 한다. 즉 예나 지금이나 시는 대체로 문자로 기록된 것을 눈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인 향유 방식이며. 이와 달리 노래는 귀로 듣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학교 교육에서 고전시가를 노래가 아닌 문학 작품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은 그러한 점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시는 글로 읽지 않는다면 제대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에, 노래로 듣고 쉽게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고전시가와는 명백히 다른 갈래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의 사대부인 이황은 <도산십이곡>이란 12수의 시조 작품을 창작하면서, 그 서문에 "한시는 읊을 수는 있지만 노래할 수 없어(可詠而不可歌)" 우리말 노래인 시조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어려서부터 과거 공부를 위해 한문을 익혀야 했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시조보다 한시가 훨씬 더 익숙한 갈래였으며, 이는 12수의 시조를 창작한 이황의 경우 천여 편이 넘는 한시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모두 5편의 한시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작품들은 노래가 아닌 시였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 내용으로는 충분히 현대의 대중가요와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이를 현대의 싱어송라이터와 비교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는 점을 애써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고려가요 <서경별곡>과 가사 <노처녀가> 그리고 민요 <천안삼거리> 등도 작품의 주제 혹은 내용과 관련해서 대중가요와 연결하여 논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작품들 역시 현대의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들과 곧바로 견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바가 있다는 점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럼에도, 고전문학 작품을 현대의 대중가요와 비교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그 내용의 공감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인 나아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음을 밝히고자 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법원의 기괴한 자아분열...'유령판결'이 만든 27년 잔혹사
- 일본인들 중 예외적으로 시끄러운 사람들...이 옷을 주목하라
- '계란 스와프' 하며 20년 버틴 식당, 이젠 한 치 앞도 모르겠네요
- [단독] "꼭 필요한 인재"...'채 해병 순직' 당시 여단장, 샘플 주며 탄원서 부탁
- '관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일... 제발 이건 참지 마세요
- 요금 없어요, 그냥 타고 목적지에서 내리기만 하세요
- 대통령이 봐야 할 산불 실험...산림청이 만든 '불 폭탄'
- 이 대통령 "인도네시아는 K방산의 파트너, 미래 프로젝트 더 많이 만들자"
- 국힘 충북지사 공천 '법원 제동' 불복하나... 김영환 "무소속 출마 열어둬"
- [단독] 교육단체도 '사망 교사 사직서 조작' 사립유치원 고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