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중 예외적으로 시끄러운 사람들...이 옷을 주목하라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지난 3월 28일 한국프로야구가 막을 열었다. 작년 가을야구가 끝난 뒤부터 이날만을 기다려왔던 야구팬들로 개막 2연전 전 경기장은 매진을 기록했다. 3년째 1000만 관중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초등생 때부터 야구에 울고 웃던 날이 셀 수 없던 나 역시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개막전 응원석에서 소리 지르고 있었을 텐데. 그 와중에 응원하는 팀이 초장부터 연패당한 소식을 들으니 안 본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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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엔 구장 옆에 별도로 지어진 고시엔 역사관에서 일본 고교야구와 한신 타이거스의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 ⓒ 김용국 |
더구나 한신은 고교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 구장을 홈구장으로 쓴다. 일본 야구장은 대체로 조용히 응원하는 문화인데 한신은 예외다. 시끄럽고 열정적이다. 그래선지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 팬들과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2023년엔 38년 만의 한신 우승에 흥분한 팬 수십 명이 도톤보리강에 뛰어들어 경찰이 투입되는 일도 있었다. 오사카 시내 술집에 가보면 한신 유니폼을 입은 사장이나 종업원은 물론, 안팎을 한신 관련 용품으로 장식한 매장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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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엔 구장 옆에는 별도로 지어진 고시엔 역사관이 있다. 일본 고교야구와 한신 타이거스의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2014~2015년 한신에서 활약했던 오승환 선수 사진에 "최다 세이브를 2회 획득한 오승환"이라는 설명이 있다. |
| ⓒ 김용국 |
일본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고교야구의 인기도 상상 이상이다. 얼마 전 운 좋게도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월 말 한국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고시엔 구장을 찾았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봄 고시엔'을 보기 위해서다.
고시엔 구장에서는 해마다 2차례, 3월과 8월 고교 야구대회가 열린다. 이것을 봄 고시엔과 여름 고시엔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한신 타이거스도 홈구장을 비워줘야 한다. 일본 고교야구 대회는 역사가 깊다. 1915년 오사카 도요나카에서 시작해 1924년 고교야구 전용으로 고시엔 구장이 만들어지면서 본격화한다. 이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100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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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고시엔이 진행 중인 고시엔 구장은 오전인데도 내야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
| ⓒ 김용국 |
첫 경기에서 열렬한 응원을 받는 팀은 오사카 대표이자 우승 후보로 꼽히는 오사카토인 고교였다. 중반까지는 박빙이었으나 차근차근 점수를 추가한 오사카토인 고교가 4대 0으로 승리했다. 그래도 몇 달을 살았다고 오사카팀에 박수를 보냈다(오사카토인은 결승까지 올라갔다).
첫 경기가 끝나니 점심 무렵이다. 나가서 밥을 먹을까 했더니 재입장 불가다. 요깃거리로 생맥주와 닭튀김을 시켰다. 생맥주가 850엔(8100원)으로 가격이 '사악'하다. 한국처럼 500잔에 주는 것도 아니었다. 하기야 도쿄돔 구장은 900엔(8600원)을 받던 걸 보니 일본 야구장 음식은 역시 한국보다 비싸다. 편의점도 없고 대안이 없으니 어쩌랴. 울며 겨자 먹기, 아니 맥주 먹기다.
두 번째 경기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고, 세 번째 경기도 1점 차의 박빙 승부로 끝났다. 한국 야구장에서 더블헤더(하루에 같은 팀끼리 두 경기를 치르는 방식)를 본 적은 있으나 세 경기를 본 적은 처음이다.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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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엔 구장 안내판에 대회 일정이 게시되어 있다. 2주 안에 모든 경기를 끝내야 하기에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계속된다. |
| ⓒ 김용국 |
둘째, 잘 짜인 것처럼 세밀한 작전을 많이 구사한다. 선수에게 맡기기보다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야구, 한 점이라도 내기 위한 플레이를 많이 했다. 심지어는 쓰리 번트를 시도하거나, 원아웃 이후에도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2루로 보낸 뒤 후속 타자의 안타로 점수를 내려는 이례적인 작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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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봄 고시엔 2차전에서 1루쪽 응원석의 테이쿄 고등학교 응원단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 ⓒ 김용국 |
경기가 끝나면 전광판 영상과 함께 승리 팀의 교가가 울려 퍼진다. 우승까지 한다면 총 5번의 교가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응원단 앞에 늘어서 인사한다. 이긴 팀에게도 진 팀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탈락한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이 "여기까지 진출한 것도 대단해",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격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고시엔 진출 고교들이 응원단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물가 폭등으로 전세버스 비용만 한 대당 수십만 엔에 달하고 기부금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학교들은 비용 조달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자비 부담을 추진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응원단 감축, 무박 3일 일정의 고육지책을 펴기도 한단다.
결승까지 오르면 한 학교당 경비가 수천만 엔이 든다는 추계도 있다.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들로서는 고시엔에 진출했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해 결승에 진출한 두 팀이 모두 간사이 지역이다. 3월 마지막 날 맞붙은 두 팀은 오사카 토인과 나라현의 치벤가쿠엔 고교. 치벤가쿠엔은 8강에서 8점 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31일 결승전에선 결국 오사카 토인이 우승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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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대학 도요나카 캠퍼스에서 고교 야구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
| ⓒ 김용국 |
일본을 다녀보니 널려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야구장이 없는 학교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번은 요도가와강변에 간 적이 있다. 한강처럼 강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운동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른들은 달리기, 학생들은 야구였다.
야구장이 아니라도 공터만 있으면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을 주고받는 곳이 일본이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곳도 수없이 많다고 들었다. 이처럼 규모와 기반 시설의 차이 속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왔던 것은 박수 칠 만하다. 물론 최근엔 한국이 다소 고전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4000여 개의 고교 중에서 불과 수십 개의 팀만이 고시엔의 흙을 밟는다. 그리고 1년에 단 두 팀만 우승의 감격을 누린다. 다들 야구에 진심이지만 이 중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도 어쩌랴. 단 한 번이라도 꿈의 무대에 서보겠다는데.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청춘이기에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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