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높아지고 무거워진 KBO 공인구, 홈런이 안 나와야 정상인데…탱탱볼 논란은 느낌적 느낌?
-측정 지표들, 하나같이 '비거리 감소' 방향 가리켜
-타자들의 ABS 적응·투수 구속 저하 등 복합 요인

[더게이트]
시즌 초반 야구장을 뜨겁게 달구는 '공인구 논란'이 반전을 맞았다. 반발계수가 역대 최저로 나타난 데 이어 타구 비거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솔기(실밥) 높이도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측정 가능한 모든 지표가 홈런 증가가 아닌 감소를 가리키면서, 올 시즌 초반 홈런 폭증의 원인이 공인구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올 시즌 시범경기 60경기에서 터진 홈런은 경기당 1.98개로 지난해(1.26개)보다 57%나 급증했다. 개막 2연전에서도 24방의 홈런이 쏟아져 경기당 2.4개를 기록했다. 정수빈, 한승택, 신윤후 등 홈런과 거리가 멀었던 타자들까지 연신 담장을 넘기자 현장에서는 "공인구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KBO는 지난달 30일 1차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샘플 5타의 평균 반발계수는 0.4093으로 합격 기준(0.4034~0.4234)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오히려 홈런이 줄어야 할 조건이다.
솔기 높이도 높아졌다
물론 반발계수가 전부는 아니다. 공인구의 비행 성능은 솔기 높이, 가죽 표면의 거칠기, 공기저항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솔기 높이는 타구 비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솔기가 낮아질수록 공기저항이 줄어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주스볼' 논란 당시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KBO의 현행 검사 항목에 솔기 높이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제조기준 대상이 아니어서 공개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혹시 이 미발표 항목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닐까. 사실은 정반대다. 더게이트 취재 결과 2025년 0.94mm였던 솔기 높이가 2026년에는 1.14mm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0.20mm 상승이다. 솔기가 높아지면 공기저항이 커져 타구 비거리가 줄어든다. 홈런 증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변한 셈이다.
솔기 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7.03mm였던 솔기 폭은 올해 7.85mm로 0.82mm 넓어졌다. 솔기 폭이 넓어지면 실밥이 더 두드러지게 돌출돼 공기저항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무게도 같은 방향이다. 2025년 144.12g이었던 공의 평균 무게는 2026년 145.30g으로 1.18g 늘었다. 공이 무거워지면 배트에 맞았을 때 초기 타구 속도가 줄어들어 비거리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공인구가 원인이 아니라면 다른 요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타자들의 하이 패스트볼 적응력이다. KBO는 2024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며 스트라이크존 상단 판정 비율을 높였다. 투수들은 2년 동안 높은 코스 패스트볼로 재미를 봤지만, 타자들은 그 2년을 학습했다. 이제는 높은 공을 확실한 타격 구간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린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가운데 높은 코스 홈런 비율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153% 폭증했다는 데이터도 있다.
투수들의 시즌 초반 컨디션 문제도 변수다. KBO 관계자는 "시범경기 피홈런 데이터상 평균 구속이 전년보다 약 3km/h 낮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리그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컨디션이 아직 시즌 수준에 맞춰지지 않은 데다, 각 팀 에이스급 투수와 외국인 투수 중 WBC 참가로 시범경기를 결장한 선수도 많았다.
표본이 작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범경기 60경기와 개막 10경기를 합해봤자 정규시즌 144경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 스몰 샘플만으로 특정한 결론을 내긴 이르다. 각 팀 주축 투수들이 페이스를 완전히 끌어올리는 4월 중순 이후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느낌적 느낌'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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