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불멸의 담합

지연진 2026. 4.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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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돼지고기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당시 10여개 밀가루 제조사는 담합을 통해 고시가격의 3배까지 인상해 100억원 이상의 폭리를 취했고, 담합을 엄격히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정 논의를 촉발했다.

2006년 제분사 8곳이 밀가루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해 총 4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올해 초 이들 업체 중 7개가 연루된 6조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짬짜미가 적발됐다.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돼지고기 담합 규모는 '새발의 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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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상거래 역사와 함께
끊을 수 없는 담합의 유혹
담합 기대 이익보다 손실 더 커야
담합 규제 촘촘히 재설계해야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돼지고기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에 이어 서민 식탁에 자주 오르는 삼겹살까지 기업들이 서로 짜고 가격을 주물렀다는데,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담합의 뿌리는 깊다. 기원전 3000년께 이집트 상인들이 서로 짜고 양털 가격을 올렸다는 기록이 인류 최초의 담합으로 알려졌다. 중세 유럽에서 특정 업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과 물량을 통제하던 상인 조직 '길드'가 존재했고, 19세기 미국에서 록펠러, 카네기 등 석유와 철강 재벌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상품 가격을 인상한 뒤 폭리를 취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설탕과 밀가루, 시멘트 시장을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고 가격을 담합한 이른바 '삼분(三粉)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10여개 밀가루 제조사는 담합을 통해 고시가격의 3배까지 인상해 100억원 이상의 폭리를 취했고, 담합을 엄격히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정 논의를 촉발했다.

하지만 밀가루 제조사의 담합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2006년 제분사 8곳이 밀가루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해 총 4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올해 초 이들 업체 중 7개가 연루된 6조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짬짜미가 적발됐다.

담합은 시장 경제의 핵심인 경쟁을 무력화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특히 먹거리 가격 담합의 경우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더 키웠다는 점에서 서민경제의 암적 존재다. 하지만 관계자들끼리 은밀히 진행되는 탓에 적발이 어려운 데다, 적발되더라도 과징금보다 기업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담합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하림그룹은 2019년 종계(번식용 부모닭) 담합 행위로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2022년 육계 가격 담합이 적발돼 하림지주와 하림, 올품, 한강식품 등 계열사가 총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적발된 돼지고기 담합사건에서도 하림그룹의 축산 계열사인 선진과 해드림엘피씨가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9개 축산 가공업체가 입찰 과정에서 하한선을 합의한 뒤 투찰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브랜드육의 경우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사전에 견적가격에 대해 입을 맞췄는데 하림 계열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육계가격 담합이 적발된 이후에도 계속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마트를 상대로 자행된 돼지고기 일반육 담합 규모는 103억원, 브랜드육은 87억원이다. 공정위는 리니언시(신고자 자진감면 제도)를 통해 담합 가담자들의 텔레그램을 입수해 이 같은 규모를 밝혀냈다. 선진의 지난해 매출은 5438억원. 이 중 유통매장 매출 비중은 11.82%에 그친다. 나머지는 도매유통(35.49%)과 지육(45.82%) 등 비중이 압도적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돼지고기 담합 규모는 '새발의 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 돼지고기 담합 과징금은 총 31억원으로, 리니언시를 통해 선진과 해드림, 팜스토리는 검찰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복적인 담합은 부도덕한 기업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속성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결합해 나타나는 구조적인 병폐다. 담합으로 얻은 이익보다 큰 경제적 손실이 예상될 때 담합의 유혹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연진 유통경제부장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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