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가 이란전쟁으로 얻은 5가지 이익”-피터슨연구소

첫째, 러시아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 즉 미국-이란 전쟁이 6주 정도에 끝나더라도 전쟁이 없을 때보다 수출수입 840억달러(약 126조원), 재정수입 450억달러(약 68조원)를 더 벌게 된다.
둘째, 중동에 발이 묶인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가 영향권을 공고히 하도록 내버려 두게 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최대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셋째,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중국에게는 적당한 유가 상승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 또 전쟁 이전에 이미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많은 원유를 들여와 저장해놨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유가 급등으로 제품 생산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공산품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된다.
넷째, 중국에게는 걸프에서 벌어지는 미국 해군 작전, 즉 항공모함 이동, 미사일 요격 패턴,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가치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대만해협 시나리오를 더 정교하게 구상할 수 있다.
다섯째, 이미 취약했던 미국의 제재 체제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등 예외 조치로 더 약화됐다. 미국이 국내 비용, 이란의 회복력, 또는 그 둘 모두 때문에 철수한다면, 이란에서 중국 외교와 투자 확대의 공간은 더 넓어질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엘리나 리바코바 선임연구원과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연구소의 알리시아 가르시오 에레로 선임연구원(홍콩과학기술대 겸임교수)은 지난 30일(현지시간) PIIE 홈페이지에 올린 ‘어떻게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나(How Russia and China are winning the war in Iran)’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 전쟁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란 전쟁이 확대되면서 세계경제를 교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편 평소 말이 많던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들의 침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침묵은, 미국이 중동의 장기전에 스스로 발이 묶이도록 내버려 두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공간을 얻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해안 미사일 포대, 드론으로 봉쇄하려는 이란의 전략은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 세계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 만약 미국의 대이란 계획이 베네수엘라식 시나리오처럼 위협으로 간주한 대상을 신속하고 압도적으로 제거한 뒤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었다면, 그 계획은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한발 물러서 있다. 왜일까. 중국은 이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중국 원유 수입의 13%를 할인 가격으로 공급한다. 2021년 이후 이란은 중국과 25년 협력협정을 맺고, 중국의 투자와 안보 협력 대가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4000억달러 규모의 원유 공급을 보장받았다. 러시아 역시 2014년 대러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을 중동 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삼아 왔다. 양국은 수년간 이란을 재정, 군사, 외교 측면에서 떠받쳐 왔다.
러시아는 미국 병력, 함정, 항공기의 위치와 이동에 관한 위성 정보를 이란에 제공해 왔다. 또 드론 전술에 대해서도 이란에 조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공격 패턴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보여 준 방식, 즉 드론으로 인프라를 공격한 뒤 정밀타격으로 레이더와 지휘통제 체계를 노리는 방식과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이런 러시아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제재를 한시 완화해 러시아에 횡재를 안겨 줬다. 러시아가 얻는 재정적 횡재는 막대하다. 이란 위기 이전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은 급감하고 있었고, 2월 원유 수출 수입은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안보 분야를 제외한 전 지출을 10% 삭감하는 방안까지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제재 완화는 러시아에 더없이 적절한 순간에 찾아왔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키이우경제연구소(KSE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제재가 러시아 수출 물량 회복, 러시아산 원유 할인폭 축소, 기타 에너지 수출 수입까지 감안하면 러시아는 분쟁 기간에 따라 2026년에 최대 450억~1510억달러의 추가 재정수입을 얻을 수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 즉 6주 전쟁 후 빠른 회복만 가정해도 러시아는 전쟁이 없었을 경우보다 수출수입 840억달러, 재정수입 450억달러를 더 벌게 된다. 3개월 전쟁이라는 중간 시나리오에서는 추가 수출수입이 1610억달러, 하루 약 5억달러 수준에 달하고, 추가 재정수입은 970억달러로 러시아의 2025년 전체 재정적자보다 많다. 비관적인 6개월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가 재정흑자를 내고 국부펀드를 다시 채워, 향후 수년간 높은 전쟁 지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재무부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가 보여 주듯, 푸틴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계속 러시아 편에 설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 사이 중동에 발이 묶인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가 영향권을 공고히 하도록 내버려 두게 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능한 최대의 요구를 추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모든 것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저비용 대량 운용이 가능한 요격 드론, 다층 방공, 전자전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걸프 국가들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눈을 돌리면서 수익과 협상력을 얻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이 전선 목표물의 80~85%를 상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가격이 800~7000달러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문성을 활용해 서방 파트너와의 힘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 단순한 지원 수혜국이 아니라, 혁신적 드론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동의 전쟁 양상 변화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에 절실했던 자본을 끌어들이는 계기도 될 것이다. 유럽 재무장의 토대도 바로 여기에, 수혜자가 아니라 기여자로서의 우크라이나 위에 세울 수 있다.

중국 역시 걸프 원유 의존에도 불구하고 수혜를 볼 위치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걸프산 원유는 하루 약 540만배럴로, 러시아산의 두 배를 넘는다. 따라서 중국은 해협 재개방에 분명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도와줄 유인은 없다. 대신 중국은 더 미묘한 행동을 하고 있다. 중국 국적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확보하기 위해 테헤란과 직접 외교에 나섰고, 분쟁 첫 몇 주 동안에만 이란산 원유 1100만배럴 이상이 계속 중국으로 흘러갔다. 결제는 중국의 국경간 위안화 결제시스템(CIPS)을 통해 위안화로 이뤄졌다.
중국은 이미 원유 공급 차질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예상했는지, 중국은 1~2월 두 달 동안 원유 수입을 16% 늘렸고 러시아는 하루 약 30만배럴을 추가로 중국에 수출했다. 이로써 러시아의 대중 해상 원유 수출은 하루 약 210만배럴 수준이 됐다. 중국의 전략비축유와 상업 비축유를 합친 규모는 이제 13억~14억배럴로, 수입 기준 약 4개월치를 감당할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가 여전히 크게 할인되던 시점, 그리고 시장이 앞으로의 교란을 가격에 반영하기 전부터 저장탱크를 채우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의 이익은 에너지 회복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안고 전쟁에 들어간 것과 달리, 중국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장 출고가 하락, 임금상승률 1% 남짓, 일본식 장기침체 위험이 그것이다. 적당한 유가 상승은 베이징에는 오히려 리플레이션(물가 재상승) 효과를 준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장기적으로 큰 할인폭에 들여오고, 막대한 비축분을 보유하며, 통합 정제 부문이 비싼 원유를 일부 상쇄해 주기 때문에 경쟁국보다 이런 인플레이션을 더 잘 흡수한다. 그 결과 서방의 투입비용이 더 빨리 오를 때에도 중국 공산품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된다.
반면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도 적지 않다. 만약 미국이 이란을 장악해 역내 영향력을 해체하고 더 다루기 쉬운 정권을 세운다면, 중국이 중동에서 어렵게 쌓은 외교적 성과는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이익만 된다면 어떤 이란 정권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겠지만 말이다. 2023년 중국의 글로벌안보구상 아래 성사된 사우디-이란 화해는 걸프에서 미국 우위를 견제하는 상징적 성과였다. 베이징은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및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가 주도하는 BRICS 가입을 밀어붙이며, 자신이 원하는 다극 질서를 구축해 왔다. 미국의 이란 승리는 이런 질서를 무너뜨리고, 중국의 안보 보장이 허울뿐이라는 신호를 글로벌사우스에 보낼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국내 비용, 이란의 회복력, 또는 그 둘 모두 때문에 철수한다면, 중국 외교와 투자 확대의 공간은 더 넓어질 것이다.
현재 분쟁을 넘어서는 정보 차원의 의미도 있다. 걸프에서 벌어지는 미국 해군 작전, 즉 항공모함 이동, 미사일 요격 패턴,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는 전략적으로 가치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대만해협 시나리오를 더 정교하게 구상할 수 있다. 미국이 걸프에서 더 많이 전개하고 자국의 작전 방식과 약점을 드러낼수록, 중국은 대만 무력 점령 계획을 더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 전쟁의 가장 큰 하방 위험은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수출 수요에 의존한다. 유럽만 해도 중국 수출의 15%를 흡수한다. 지속적인 에너지 충격이 유럽과 미국을 침체로 밀어 넣는다면, 중국의 수출 주문은 무너지고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위기를 더 악화시키며, 부동산 붕괴로 이미 위축된 내수의 취약함도 드러낼 것이다. 일반적인 모형 계산에 따르면 유가가 25% 오를 때마다 중국 GDP는 약 0.5% 감소한다. 게다가 서방 정부와 달리 중국은 소비자를 보호할 재정 여력도 크지 않다. 2026년 적자 재정 목표에는 소비 진작을 위한 추가 재정 여력이 없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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