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벚꽃 위에 앉아 한 잔…79층에서 완성된 '천상의 봄'
석촌호수 벚꽃을 내려다보는 조용한 자리
칵테일부터 애프터눈티까지
향기와 맛으로 즐기는 계절
서울에서 가장 먼저 봄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인 석촌호수. 매년 봄마다 호수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감상하는 명소지만, 꽃길 한복판은 가득 채운 인파에 치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올해는 벚꽃 감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벚꽃을 '올려보는' 대신, 내려보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선 시그니엘 서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5성급 호텔로,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다. 지난달 방문한 79층 라운지는 서울의 봄을 가장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다. 아래에서 느꼈던 분주함은 사라지고, 정제된 공간과 넓게 트인 시야가 맞이했다.
호수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그 사이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유리창 너머 한 폭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창가를 따라 배치된 테이블에 앉으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진다. 석촌호수는 물론, 올림픽공원의 녹지와 멀리 한강까지 한눈에 담겼다.

시그니엘 서울이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봄 시즌을 맞아 벚꽃 칵테일을 선보였다. 알코올과 논알콜로 선택할 수 있는 '블라썸 진 피즈'는 잔에 담긴 연한 핑크빛부터 시선을 끈다. 진 특유의 보태니컬 향 위로 벚꽃 코디얼과 시럽이 얹히며, 코끝에서는 은은한 꽃향이 먼저 퍼진다. 그 위에 산뜻함과 달콤함이 겹겹이 균형을 잡았다. 벚꽃을 우려낸 차가 깊고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며 봄의 가장 우아한 순간을 담은 한 잔이다.
'풀 블룸 마티니'는 알콜만 선택 가능했다. 산뜻한 벚꽃 핑크색과 달리 한 모금 머금은 순간 꽤 묵직한 도수가 느껴진다. 잔을 가까이하면 봄밤 공기가 떠오르는 섬세한 꽃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깨끗하고 차분한 보드카 베이스에 벚꽃 향이 얹히면서,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공기가 바뀌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만개한 벚꽃처럼 짧지만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순간을 담아낸 한 잔이다. 두 칵테일 모두 단순히 '예쁜 술'이 아니라, 향과 여운까지 계산된 한 잔이다.
애프터눈티 세트는 시간을 더 길게 붙잡아두는 선택지다. 티 또는 커피와 함께 샴페인 한 잔이 포함된다. 특히 커피는 리필이 가능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늘리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곳의 애프터눈 티 세트는 흔히 떠올리는 3단 트레이와 달랐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구조다. 가장 아래층에 놓인 핑거푸드부터 시작해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즐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지상에서 벚꽃을 올려다보다가 점점 높은 곳으로 이동해 결국 롯데월드타워 79층에 자리한 시그니엘 라운지에 도달하는 흐름과 닮아 있다. 단순한 디저트 구성이 아니라, 시선의 이동과 경험의 상승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연출이다.
가장 아래에는 한입 크기의 세이보리가 자리 잡고 있다. 훈제 연어 토스트는 크림치즈와 어우러져 부드럽고 깊은 감칠맛을 남긴다. 짭조름한 시작 덕분에 이후 이어지는 디저트가 훨씬 부담 없이 받아들여진다. 흑임자와 대파 스콘은 스콘의 텁텁함과 특유의 버터 맛이 아닌 흑임자와 대파 맛이 강하게 느껴져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벚꽃이 봄의 상징이라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과일인 딸기를 활용한 딸기 타르트는 바닐라 타르트에 상큼한 레몬크림과 딸기, 딸기젤리를 올려 입안에서 또 한번 봄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그 사이에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형상화한 핑크빛 초콜릿이 놓여 있다. 화이트초콜릿과 라즈베리로 재현한 이 롯데월드타워 라즈베리초콜릿은 이 공간의 상징성을 위트 있게 담아낸다.

중간 단계부터는 본격적인 디저트가 등장한다. 미니 버거는 작지만 고기의 풍미가 응축됐다. 바질과 레몬, 치즈를 조합한 메뉴는 입 안에서 산뜻하게 터지며 봄의 느낌을 살리고, 단호박 무스는 부드럽게 녹아내려 잔잔한 단맛을 남긴다. 딸기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꾸덕한 질감과 상큼함이 균형을 이루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흐름을 가볍게 환기시킨다.
상단으로 갈수록 달콤함은 조금 더 짙어지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일반적인 애프터눈 티 세트가 디저트 위주로 이어지며 쉽게 물리는 것과 달리, 이곳은 '단짠'과 산뜻함이 교차했다.
작은 팁 하나를 더하자면, 라운지 내부뿐 아니라 화장실에서도 인상적인 뷰를 만날 수 있다. 오히려 더 정면으로 석촌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어, 잠깐의 이동조차 또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다.
올해 석촌호수 벚꽃축제 일정은 4월3일부터 4월11일까지다. 칵테일은 각각 3만7000원. 연말까지 상시 판매되는 애프터눈티세트는 2인 기준 17만원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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