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아이폰 17e 써보니…"보급형보단 압축형 플래그십"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IT제품의 가격 효용가치가 달라졌다. 대형 가전 한 대와 노트북 한 대 값이 맞먹는 수준이다. 메모리 플레이션 영향이다. 전세계적으로 메모리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애플은 이례적인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저장공간은 두 배로 늘리면서도 가격을 동결한 아이폰17e를 내놓은 것이다. 사실상 ‘체감 가격 인하’로 평가받는 제품이다. 약 2주간 해당 제품을 사용해봤다.
◆ 단일 카메라의 반전…‘감성’과 ‘실용’ 사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 무렵부터 삼성 갤럭시에 정착했다. 안드로이드 특유의 범용성과 편리한 사용성 때문이다. 그전까진 지독하게 제품 외관만 따졌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성능이나 저장공간, 생태계 제약 같은 요소는 크게 따지지 않고 구매했다. 그렇게 거쳐간 스마트폰 가운데 하나가 대학 시절을 함께한 아이폰6였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얇고 작은 크기와 단일 카메라가 과거 아이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스마트폰은 다중 카메라 경쟁에 몰두하는 흐름과 달리 오히려 간결함이 강조된 것이다. 너나나나 카메라 세 개쯤은 장착하는 트렌드 속에서 한눈박이 카메라가 낯설었지만 오히려 간결한 디자인에 마음을 뺏겼다.

48MP 퓨전 카메라는 기본 24MP 촬영과 최대 48MP 고해상도 촬영을 지원한다. 광학 수준의 2배 줌도 제공한다. 야간 촬영에서도 디테일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인물 촬영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 인식해 심도 정보를 자동 저장하고, 촬영 후 배경 흐림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고양이를 촬영했을 때 별도 설정 없이 자연스럽게 인물 사진으로 변환됐다.


그럼에도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감성샷’이 유행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과물은 단점만으로 보긴 어렵다. 지나치게 선명한 화질보다 부드럽고 흐릿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아이폰17e의 카메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 성능·배터리·맥세이프…‘핵심은 그대로’

긱벤치6 테스트 결과 CPU 싱글코어 3471점, 멀티코어 8990점을 기록했다. 전 세대 프로 모델과 유사하거나 일부 항목에서는 상회하는 수준이다. GPU 점수는 3만940점으로, 그래픽 성능은 상위 모델 대비 다소 낮지만 일상 사용에서는 체감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저장공간은 기본 256GB로 시작한다. 전작 대비 두 배 확대됐다. 가격이 99만원으로 유지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체감 가격은 낮아진 셈이다. 512GB 모델도 129만원으로 구성돼 선택지도 명확하다.

이번 신작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맥세이프 지원이다. 전작에서는 빠졌던 기능이 Qi2 기반으로 복귀하면서 무선충전과 액세서리 활용성이 크게 개선됐다. 세라믹 실드2와 반사 방지 코팅이 적용돼 케이스 없이 사용했음에도 긁힘 부담이 크지 않았다.
◆ AI 기능까지 동일…보급형의 재정의


전반적인 AI 경험은 삼성 갤럭시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인상이었다. 이미지 편집 기능에서는 완성도가 높았다. 사진 속 불필요한 사물을 제거하는 ‘클린업’ 기능은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반면 각각 아이폰과 갤럭시의 AI 에이전트인 챗GPT와 제미나이를 소환해 정보 탐색을 요청했을 때 결과 정밀도에 있어서는 갤럭시가 앞선다고 느꼈다.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품 정보 및 가격 정보와 판매 링크를 곧바로 도출해 냈기 때문이다.
아이폰17e의 AI는 이해와 편집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정보 탐색과 실행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제품 전반을 놓고 보면 아이폰17e는 단순한 보급형으로 보긴 어렵다. 핵심 성능과 기능을 유지한 채 일부 요소만 덜어낸 ‘압축형 플래그십’에 가깝다. 가격은 낮췄지만 경험은 낮추지 않았다. ‘보급형이라서’라는 말은 이 제품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오히려 아이폰17e는 보급형의 기준을 다시 쓴 제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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