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하던 현수막이 8만원 됐다…지방선거도 ‘나프타 쇼크’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때 아닌 ‘현수막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동 상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선거 운동의 필수품으로 여겨 온 현수막 제작비가 기존보다 30%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각 예비후보 캠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인들이 주로 제작하는 가로 5m, 세로 90cm 규격 현수막 가격은 30일을 기점으로 개당 6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일괄 상승했다. 현수막 원단 제작에 필요한 나프타 수급 불안정으로 업체들이 이달 중순부터 예고했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결과다. 서울 을지로에서 옥외 광고물 제작업체를 운영 중인 김성혁씨는 “지난주까지는 가격 인상 전 선입금을 하겠다며 흥정을 요구하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이번주부터는 아예 계약 물량을 줄이겠다는 문의가 쇄도 중”이라고 했다.
후보들은 갑자기 오른 가격에 울상을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캠프 규모가 영세한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후보들 사이에서는 “현수막 개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구청장 예비후보 김모씨는 “현역 구청장은 구청 예산으로 달면 그만인데, 나 같은 비(非)현역은 비용을 전액 내가 부담해야 한다”며 “오른 가격만큼 현수막 수를 조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기초의회 후보 캠프 관계자는 “홍보료로 1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잡아놨는데, 현수막 비용은 그중 10% 정도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선거운동 비용 보전이 쉽지 않은 군소 정당들도 한숨을 쉬고 있긴 마찬가지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의 당선·사망 또는 유효투표수의 15% 이상 득표 시 전액을, 유효투표수의 10~15%를 득표한 경우 절반의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한다. 10% 미만 득표의 경우 비용 보전이 없는 셈인데, 원내 1석을 가지고 있는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이미 일부 지역의 경우엔 현수막 공보물 예산에 비상이 걸렸다. 군소 정당으로 선거 치르기가 더 빡빡해졌다”고 했다.

일부 후보들은 온라인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는 우회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지역 시의원에 출마한 최모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를 해보려고 한다”며 “현역 시의원도 쇼츠 조회수 100회를 채우기 어렵지만, 인지도 있는 국회의원이 출연해주면 그래도 조회수가 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층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는 그래도 현수막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출마자 유모씨는 “내가 정청래 대표도 아니고, 한번 명함 준다고 해서 기억하지도 못한다”며 “지속해서 노출되어야 이름이라도 기억한다. 사무실 비품을 줄이지 현수막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모씨도 “가뜩이나 판세도 불리한데, 현수막 마저 없으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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