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퀀트 충격’ 급락한 D램 삼형제…“수요 꼭 줄진 않는다” 왜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TurboQuant)’ 알고리즘이 반도체 업계에 예상보다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최근 한껏 높아진 메모리 수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실제 31일 국내 증시 정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1% 내린 16만7200원, SK하이닉스는 7% 하락한 80만9000원을 기록했다. 앞서 미국의 마이크론은 10% 가까이 급락했다.



터보퀀트는 인공지능(AI) 모델 추론 과정에서 필요한 메모리를 압축해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다. 기존 16~32비트로 저장하던 데이터를 3~4비트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구글은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엔비디아 H100 기준 연산 속도를 최대 8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AI가 대화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키값(KV) 캐시’에 적용된다. KV캐시는 AI의 임시 저장공간으로, 대화가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증가한다. 이를 압축하면 같은 자원으로 더 긴 문맥과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시장이 이를 ‘메모리 수요 감소’ 신호로 받아들이며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터보퀀트가 메모리 수요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메모리 효율이 높아지면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대당 필요 용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연산과 더 긴 문맥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전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토큰 처리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 개선이 수요 확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터보퀀트처럼 메모리 활용 효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 확산할 경우, 메모리 업체의 경쟁력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어 위협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존에는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특정 AI 모델과 작업 유형에 맞춰 메모리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메모리’ 설계 역량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터보퀀트를 ‘수요 감소’보다 ‘경쟁 방식의 변화’로 해석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효율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론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비용이 낮아지면서 AI 활용 자체가 더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터보퀀트는 메모리 수요를 직접 줄이기보다, 메모리 업체들이 대응해야 하는 경쟁 구조를 바꾸는 변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조정을 ‘추세 훼손’보다는 ‘단기 변동성’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동 긴장 고조와 터보퀀트 이슈로 인한 주가 조정은 유의미한 매수 기회”라며 “2분기 메모리 주문은 기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메모리 수요는 지정학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증가 추세”라며 “현재 주요 고객사의 수요 충족률이 약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타이트한 수급이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구글 터보퀀트 같은 효율화 기술은 추론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연산량 증가와 메모리 탑재 확대를 유도해 전체 수요를 키울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다음주 발표될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4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전망치는 45조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가격 강세가 반영된 결과다.
박영우·이영근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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