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걷기, 우울증 청년에 희망을 주다

김용현 2026. 4. 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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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20대 후반 은둔형 외톨이 청년 A씨는 병원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 걷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SNS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땀 흘려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올해는 직접 길을 걷겠다며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 김주선(50) 목사에게 먼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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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 국토종주 동행 취재기
국토종주 ‘생명을 향한 한 걸음’ 캠페인 참가자들이 31일 전북 군산 금강갑문 위를 걷고 있다.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20대 후반 은둔형 외톨이 청년 A씨는 병원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 걷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SNS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땀 흘려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올해는 직접 길을 걷겠다며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 김주선(50) 목사에게 먼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던 청년은 2시간 동안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쫓아 5㎞ 구간을 걸어냈다. 땀에 젖은 채 목적지에 다다른 그를 마중 나온 아버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 끝내 눈물을 훔쳤다. 걸음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A씨는 “내년에 또 하면 오겠다”고 말했다.

31일 전북 군산 대야역에서 충남 서천 화성1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27㎞ 구간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 목사가 들려준 올해 부활절 주간 국토종주 ‘생명을 향한 한 걸음’ 캠페인의 한 장면이다. 이날 김 목사와 기자를 포함해 7명이 이 길을 함께 걸었다.

사그라드는 생명을 떠올리면서 걷는 이들의 마음에는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이 함께하고 있었다. 위기청소년 상담 사역을 16년간 해 온 오선화(49) 작가가 “소외되고 아픈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것이 예수님께서 그랬던 방식이 아닐까 한다”며 “상처 입은 아이들을 나에게 끊임없이 보내주시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들고 방 안으로 가출한다”며 “그들의 마음에 가닿기 위해 학교와 교회에서 또 길에서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작가는 걷기가 자살 예방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일하다 알게 됐다고 전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SNS를 통해 청소년 상담을 하는 그는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에게 정신과 진료 시 전문의들이 공통으로 강조하고 권하는 것이 걷기”라며 “걷는 것만으로 약물로 무기력해진 몸을 회복하고, 함께 마음에 부담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이날 8년 동안 위기 상황을 돌봐 온 20대 청년과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캠페인 소식을 접하고 식사 대접을 하겠다며 찾아온 남승희(66) 서울광염교회 집사는 “우리 주변에도 조금만 돌아보면 자살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있더라”며 “땀 흘려 운동만 해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오는 9일 서울까지 500여㎞를 걷는 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당하는 건 김 목사 혼자다. 그는 자살 예방에 뜻을 모아 찾아오는 이들과 대화하고, 함께 밥을 먹고, 또 길을 걷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꺼내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을 SNS에 올려 알고리즘을 타고 누군가의 닫힌 방문 너머로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 목사는 “단절된 방 안에서 홀로 고통받고 있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걸으면 자살 예방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걸어보니 진짜 된다”고 강조했다.

군산·서천=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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