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vs 현대로템 ‘진흙탕 싸움’ 왜?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3.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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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차 선점 전쟁

육군 미래형 전투체계 ‘아미타이거 4.0’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정면충돌 속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이 육군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성능확인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했지만, 경쟁사인 현대로템은 평가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불참했다.

500억원 안팎의 1차 사업 규모만 놓고 보면 양 사 실적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국내 무인 지상체계 표준을 누가 선점할 것이냐는 주도권이 달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육군 미래형 전투체계 ‘아미타이거 4.0’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을, 현대로템은 ‘HR-셰르파’를 앞세웠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리온스멧(위)’과 현대로템 ‘HR-셰르파(아래)’. (각 사 제공)
현대로템 셰르파와 무인차 경쟁

한화 아리온스멧, 최종 평가 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육군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의 최종 단계인 성능 확인 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방위사업청(방사청)이 2024년 4월부터 입찰을 추진해온 것으로, 약 500억원 규모다. 군 병력을 대신해 감시·정찰, 전투 지원, 물자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미래형 지상 무인 플랫폼 도입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을, 현대로템은 ‘HR-셰르파’를 앞세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민군협력 과제로 개발한 국내 첫 무인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AI 기반 딥러닝 기술 축적, 국산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적용, 미군 외국비교성능시험(FCT) 수행 이력 등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로템의 HR-셰르파도 만만치 않다. HR-셰르파는 6×6 구동 구조를 적용한 전기 기반 무인지상차량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2020년 신속시범 사업을 통해 군에 납품돼 GOP(일반전초)와 DMZ(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야전 운용 경험을 축적·검증해왔다.

업계는 이번 수주전이 사실상 국내 무인 지상 체계의 첫 주도권 싸움이라고 본다. 500억원짜리 초도 물량 뒤에 훨씬 큰 시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군용 다목적 무인차량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2억~30억달러(약 3조~4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6~7%대 성장이 전망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단순한 장비 납품을 넘어 군의 미래형 전투체계 핵심 인프라를 선점하는 사업”이라며 “1차 양산 규모는 500억원 수준에 그치지만 후속 양산과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면 조 단위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대성능’ 해석 전면전에

차량 반출 논란까지 확산

갈등의 출발점은 ‘최대성능’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였다. 방사청은 입찰 당시 업체들이 제안서에 적어 낸 수치를 최대성능으로 삼는 방식을 추진했다. 실물 시험에서 더 높은 성능이 나와도 추가 점수를 주지 않고, 제안서 수치에 미달할 때만 감점하는 구조다. 얼핏 보면 사업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이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서로 다른 시험기관, 서로 다른 환경, 서로 다른 측정 조건에서 나온 숫자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입찰 단계에서부터 최대성능 평가 절차와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며 “특정 조건에서 더 높은 성능이 나와도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우수한 무기체계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각은 달랐다. 한화 측은 “이미 제출된 자료를 뒤늦게 바꾸면 획득 사업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린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방사청은 지난해 봄, 업체 반발과 업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재정비했다. ‘최고 성능’을 ‘실물 시험’으로 다시 검증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격 통제 거리, 최고 속도, 항속 거리 등 A형 6개 핵심 항목에 대해 동일 조건에서 실물을 활용한 시험을 실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원하는 평가 방식에 맞춰 기존 기준을 수정·변경하며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은 의도적으로 실물평가 절차에 불참하며 경쟁입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제 차량 반출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현대로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2월 제출한 차량 2대 중 1대를 외부로 반출한 뒤 1년 넘도록 반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차량이 최종 평가에 쓰일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업체 장비가 장기간 외부에 있었다면, 시험과 유사한 환경에 미리 노출될 수 있고 이는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육군 시험평가단 테스트를 모두 마친 장비 2대 중 1대를 A형 평가항목 시험용 장비로 지정하고, 나머지 장비는 회사 소유로 돌려 다양한 행사에 활용한 것”이라며 “반출한 장비로는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현대로템과 달리 단 1대의 장비로 실물 테스트를 완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경쟁이 첨예해지며 사업이 기술 검증보다 사업 절차 공방으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방사청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했지만, 평가 방식이 서류 중심에서 실물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무인 무기체계는 기존 유인 체계와 달리 기술적 변수가 많다”며 “방사청은 입찰 단계부터 평가 기준, 시험 환경을 명확히 설계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무인차 도입 시계 후퇴하나

유찰 땐 전력화 2년 늦어져

업계의 시선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로 옮겨간다.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현대로템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2월 25일 현대로템에 불참 시 향후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이틀 뒤인 27일까지 회신을 요구했지만, 현대로템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또 최고성능평가를 마친 뒤 4월 중 가격 투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능 검증에 참여하지 않은 현대로템은 가격 투찰에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경쟁입찰 구조에서는 가격 투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대로템의 보이콧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이 유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육군의 미래 전력 체계인 ‘아미타이거 4.0’ 구축 일정이 최소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무인 지상체계 산업 전반이 다시 초기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갈등을 특정 기업 간 분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드론, 유무인 복합체계, 인공지능 기반 전장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은 사업이 확대될수록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무인체계와 같은 첨단 방산 사업에서는 디지털 검증 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환경 평가를 확대하면 장비 반출이나 외부 환경 변수에 따른 논란을 줄이고, 보다 투명한 성능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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