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원금’ 이달 중 지급… 월소득 974만원이 기준 될 듯

정부가 31일 발표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민과 기업의 ‘고유가 피해’를 금전으로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 정책이 4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12조1709억원)의 40% 규모다.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수도권에서 멀수록, 취약 계층일수록 더 많이 지급된다. 차상위·한부모(36만명) 가구는 1인당 수도권 45만원, 비수도권·인구감소 지역은 50만원을 받는다. 기초수급자(285만명) 가구는 수도권 55만원,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은 60만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1차로 차상위·한부모 및 기초수급자 가구에게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대상자는 추후 확정해 2차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소득 하위 70%에 포함된 수도권 거주자는 10만원, 비수도권은 15만원, 인구감소지역 중 우대지역(49곳)과 특별지역(40곳)은 각각 20만원, 25만원이 지급된다. 4인 가구 기준 최소 40만원(소득 하위 70%·수도권)에서 최대 240만원(기초수급자·비수도권)까지 받는 구조다. 지급 방식은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사용처에서만 쓸 수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를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건보료 기준 소득 하위 70%는 중위소득 150%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올해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49만4738원으로, 이를 150%로 산정하면 약 974만원이다. 외벌이 직장 가입자뿐 아니라 맞벌이도 부부 합산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지역가입자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당시처럼 자산 규모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구체적 지급 대상자·시기 확정에 착수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회 추경안 처리 이후 20일 전후로 지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소비쿠폰은 국회 법안 통과 후 17일 만에 1차 지급(전 국민 대상)이 이뤄졌다. 소득 하위 90% 2차 지급에는 80일이 걸렸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가급적 지난해에 준해서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유가 민생지원금 지급 대상자는 총 3577만명이다. 소득 하위 70% 가운데 기초수급자 285만명, 차상위·한부모가구 36만명에 나머지 3256만명을 더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 2651만대로, 차량을 보유하고 운전하는 유류 소비자보다 더 광범위한 규모의 현금 지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조 실장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기 때문에 특정 계층보다 더 많은 사람한테 지원금을 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K패스 환급률도 6개월 한시로 최대 30% 포인트 높인다. 현재 기본형 K패스는 대중교통 이용 횟수에 따라 이용 금액 일정 비율을 환급한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한 저소득층은 현 53%에서 83%로 환급률이 커진다. 3자녀 가구는 50→75%, 청년·2자녀 가구·노인은 30→45%, 일반 가구는 20→30%로 확대된다. 정부는 약 65만명 가량의 신규 K패스 이용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도 확대한다. 등유나 액화천연가스(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20만 가구에 에너지 바우처 5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시설농가 5만4000개소와 어업인 2만9000명에도 유가 연동 보조금을 한시 지원한다. 무기질비료 구매비용 42억원, 축산농가 사료 구입 정책자금 650억원도 추가 공급한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도 279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보증금 5억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가 보증금 3분의 1을 보장한다. 보증금 3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면 1억원은 정부가 돌려주는 방식이다. 누구나 소득 심사 없이 즉석밥, 세제 등 생필품을 받을 수 있는 ‘그냥드림센터’도 현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늘린다. 일시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확대와 돌봄서비스 추가 제공에도 각각 131억원, 99억원이 편성됐다. 복지시설 750개소의 냉·난방설비 지원에 128억원이 투입된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수출기업의 자금난 해소와 공급망 안정 분야에도 2조6000억원이 배정됐다. 먼저 수출 정책금융에 6500억원을 배정하고 이를 마중물로 총 총 7조1000억원의 정책자금이 지원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정책금융에도 2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태양광에 1200억원, 해상·육상풍력에 100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보급 지원 사업’도 10만 가구에 추진된다.
원유 등 공급망 안정화에는 7000억원이 들어간다.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입 지원에 5000억원을 사용한다. 2000억원을 투입해 전략 석유비축 물량 130만 배럴 확보에도 나선다. 가짜 석유 판매나 매점매석 등 석유시장 불법행위에도 165억원을 추가 투입해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을 위해 5조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 중 4조2000억원은 정유사 손실 보전에 사용된다. 조 실장은 “6개월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운용한다는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일자인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6월까지 정유사 손실분에 대해 향후 원가산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급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보전 대상에는 휘발유, 차량용 경유·등유뿐 아니라 선박용 경유도 추가됐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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