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필요하면 긴급재정경제명령 활용”

이동환 2026. 3. 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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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입법도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헌법에 다 있으니 현재의 제도나 법령에 제한이 있을 경우 그걸 극복할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헌법 76조에 따른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 절차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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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필요하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과감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입법도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헌법에 다 있으니 현재의 제도나 법령에 제한이 있을 경우 그걸 극복할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의 적극 대응 필요성을 주문한 것이지만 국민 기본권을 극도로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의 행사를 언급한 것이어서 국민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책을 고민할 때 통상적 절차에 계속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부처별 토의 과정에서도 “수입 규제 때문에 어렵다, 심사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심사 절차를 앞당기든지 과감히 생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고에 묶이지 말고 필요하면 법·시행령·지침·방침을 바꾸고 관행에 벗어나는 행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계엄선포권 등 3가지 ‘국가긴급권’을 규정한다. 그중 헌법 76조에 따른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 절차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이기에 과거 행사 사례도 극히 적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해 금융실명화를 추진한 게 유일한 사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경제 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을 발동해 기업의 사채 이자를 경감하고 부채 상환일을 연기했다. 당시엔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긴급명령의 명칭으로 권한이 행사됐다. 코로나19 당시 문재인정부도 검토했으나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해 실제 활용하진 못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이 행사되면 개인의 재산권은 크게 제약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 신규 투자 제한, 해외 수입 검사 절차 간소화, 석유화학제품 수출 통제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해외주식은 개인의 경제권이 개입돼 있어 ‘팔라’고까진 못하겠지만 신규 구매를 제한해 환율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고 생필품이 부족해질 경우 안전성 검사 등을 간소화해 지금은 수입되지 못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을 들여올 수 있다”며 “이미 수출 계약이 체결된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동해 제품 수급을 안정화하고 기업도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에 대한 배상금을 물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행정의 적극성을 촉구한 것이라며 수습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정청 간 긴급재정경제명령 행사를 검토한 바 없다”며 “굉장히 엄격한 권한이라 쓴다고 하더라도 여야 간 이견이 없고, 국민적 이해와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도 이를 행사하는 상황이 오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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