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대거 사망, 이란 ‘권력 진공’ 상태… 미국과 협상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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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지도자 수십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이란에서 지도부 분열로 일치된 대미 전략을 세우지 못해 휴·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와 협상 중"이라며 조속한 합의를 독촉했지만 실제로 의사 결정권을 가진 대화 상대와 접촉 중인지를 놓고서조차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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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보다 혁명수비대 부각
“‘새 지도부’ 위험 커 공개 못해”

고위 지도자 수십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이란에서 지도부 분열로 일치된 대미 전략을 세우지 못해 휴·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와 협상 중”이라며 조속한 합의를 독촉했지만 실제로 의사 결정권을 가진 대화 상대와 접촉 중인지를 놓고서조차 의문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부와 참모진 등 수십명의 요인을 잃은 이란 정부는 의사 결정과 공격 조율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며 “이란에서 군사·안보 기관들은 작동 중이지만 정부는 새로운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그나마 미국과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던 고위급 인사 상당수는 2월 28일 개전 이후 사망했다. 현재 생존한 인사들도 미국·이스라엘의 도청이나 표적 공격을 우려해 서로 전화도 걸지 않은 채 만남을 피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소통이 단절되면서 이란 지도부 안에선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강경파가 득세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2일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명목상의 최고 권력에 불과하며 혁명수비대가 이슬람 율법 학자 등 종교 지도자들보다 더 강한 실권을 쥐고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보 당국자들 분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아직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한때 사망설까지 제기된 모즈타바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란 지도부 안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NYT는 “이란 지도부의 의사 결정 체계가 위축될수록 미국과의 협상은 더 어렵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란 협상단은 자국 정부가 무엇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의향을 물어 결정해야 하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서방국들의 대(對)이란 정보 평가를 접한 NYT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느끼는 좌절감에는 이란 정부가 미국의 협상 제안을 조율하거나 결정짓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6일까지 이란 에너지 시설을 포함한 전면적인 공격을 유예하고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을 통해 물밑에서 이란 정부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이란 지도부의 제안에 일관성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새롭고 더 합리적인 이란 정권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지도부’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이 미국과 접촉하는 이란 측 인사로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상대를 확인한 적은 없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와 관련해 “누구인지를 밝히면 이란의 다른 세력들로부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 공개할 수 없다”며 “이란 내부에는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이전 지도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사람들이 실제로 실권을 잡게 될지, 성과를 낼 정도의 능력을 갖췄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이를 시험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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