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죄 2심 ‘계엄 준비 시점기’ 공방 예고…항소 이유서 보니

정진호, 석경민 2026. 3. 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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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지난 29일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비상계엄 모의 및 준비가 2024년 12월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결심을 계엄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에 했다는 1심 재판부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준비, 2024년 12월 1일보다 앞선 시점”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지난 29일 법원에 제출한 257쪽 분량의 항소이유서 중 3분의 1 이상인 93쪽을 비상계엄 준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데 할애했다. 계엄 결심 시기는 2차 종합 특검의 수사와 윤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혐의와도 직접 연결된다. 2024년 12월 1일 계엄을 결심한 것이라면 군 내 불법 비밀조직 구성, 무인기를 통한 북한 도발 유도(일반이적죄) 등은 계엄과 무관한 의혹으로 남게 된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선 계엄 준비 시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검팀은 항소이유서에 2024년 11월5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를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휴대전화에 “ㅈ(정보사), ㅌ(특전사), ㅅ(수방사), ㅂ(방첩사)의 공통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한 상황이 와야 함. 호기를 잡도록 오판하지 않도록 직언 드림”이라고 적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도 2024년 10월 7일 휴대전화 메모에 “특임, 기동중대들은 군 사법경찰로서 테러(계엄 시 방첩사를 지원 합동수사 예정) 발생 시 경찰과 원활한 협업”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 특검팀은 “1심이 이 같은 메모를 사실인정과 판단에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2월 1일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결심했다는 1심 결론과 달리 그 이전부터 구체적인 계엄 논의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민정수석·경호처장 임명으로 계엄 준비”


특검팀은 2024년 5월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과 같은 해 9월 박종준 경호처장 임명 역시 계엄 준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이 2024년 12월 3일 계엄 당일 오후 11시4분부터 13분간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반대세력 처벌 근거가 될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등 업무 지시가 이뤄졌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전언이나 계엄 관련 준비 정황도 항소이유서에 담겼다. 2022년 8~9월쯤 윤 전 대통령 지인으로부터 비상계엄 계획을 전해 들었다는 전직 경찰 간부의 진술과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유튜브에서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 저녁 식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 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는 내용 등이다.


“노상원 수첩, 은밀하게 관리”…증거능력 인정되나


특검팀은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노상원 수첩이 2023년 10월 군 인사 전에 작성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있다가 압수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책상 위에 방치한 게 아닌 상당한 거리에 있는 모친 주거지의 박스 안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은밀하게 관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첩엔 ‘여인형 → 소형기’, ‘박안수 → 김흥준’, ‘강은 차후’ 등이 기재됐는데 실제 2023년 10~11월 군 인사에서 여인형은 방첩사 사령관으로 승진 부임하고, 소형기는 방첩사 2인자인 참모장을 맡는다.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과 계엄사령부 참모장을 맡게 되는 박안수와 김흥준도 이때 육군참모총장과 정보작천참모부장으로 각각 인사가 이뤄졌다. 강(강호필)은 2024년 4월 뒤늦게 대장으로 승진해 합참 차장을 맡았다.

2023년 10월 군 인사, 2024년 5월 김 전 민정수석 임명, 2024년 10월 계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령관들의 메모 등 여러 시점에 걸쳐 계엄 준비 정황이 드러난다는 게 특검팀 주장이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항소심에서 계엄 목적이 반대 세력 제거와 장기 집권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진호·석경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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