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갈매기도 동네 맛집 찾는다"…번식지 따라 달라진 '현지화 식단'[과학을읽다]

김종화 2026. 3. 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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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대표 상위 포식자인 남극도둑갈매기가 번식지 환경에 따라 먹이를 바꿔 먹는 이른바 '현지화 식단'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종이라도 사는 곳 주변에 펭귄이 많은지, 물범 사체가 있는지에 따라 메뉴가 확연히 달라져 남극 생태계의 지역별 먹이 구조를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북부 빅토리아랜드 일대 4개 번식지에 서식하는 남극도둑갈매기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서식지별로 먹이 구성이 뚜렷하게 달랐다고 3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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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 혈액 분석으로 지역별 먹이 패턴 첫 정량 규명…생태계 이상 징후 읽는 지표

남극의 대표 상위 포식자인 남극도둑갈매기가 번식지 환경에 따라 먹이를 바꿔 먹는 이른바 '현지화 식단'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종이라도 사는 곳 주변에 펭귄이 많은지, 물범 사체가 있는지에 따라 메뉴가 확연히 달라져 남극 생태계의 지역별 먹이 구조를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 뫼비우스에서 설치된 모니터링 카메라에 포착된 남극도둑갈매기의 새끼 먹이 전달 장면. 어류(a, b), 펭귄(c), 물범 내장(d).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북부 빅토리아랜드 일대 4개 번식지에 서식하는 남극도둑갈매기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서식지별로 먹이 구성이 뚜렷하게 달랐다고 31일 밝혔다.

남극도둑갈매기는 주변 환경에 따라 먹이를 가리지 않는 대표적 기회주의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로 어느 정도 유연하게 식단을 바꾸는지, 또 지역별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그동안 구체적인 비교 연구가 드물었다. 특히 북부 빅토리아랜드 일대 비교 연구는 40여년간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다양한 먹이를 이용하는 남극도둑갈매기. 황제펭귄 유조(a)와 아델리펭귄 유조(b)를 섭식하는 모습. 남극도둑갈매기가 토해낸 어류(Emerald rockcod)(c)와 웨델물범 번식지에서 발견된 태반(d). 극지연구소 제공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2021년 11~12월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4개 서식지에서 성체 41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했다. 이 방법은 최근 수일간 섭취한 먹이 정보를 과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배설물이나 토사물 분석보다 더 정밀하게 식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번식지별 식단은 뚜렷하게 갈렸다. 대규모 아델리펭귄 서식지인 케이프 할렛과 인익스프레서블섬에서는 펭귄의 알과 새끼 비중이 높았다. 황제펭귄 번식지 인근 케이프 워싱턴 개체들은 황제펭귄 알 섭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케이프 뫼비우스 개체들은 웨델물범 사체와 태반, 아델리펭귄, 물고기 등을 두루 먹는, 보다 혼합형 식단을 보였다.

남극 로스해 북빅토리아랜드 해안의 남극도둑갈매기 번식지. 케이프 할렛(Cape Hallett), 케이프 워싱턴(Cape Washington), 케이프 뫼비우스(Cape Mbius), 인익스프레서블섬(Inexpressible Island). 극지연구소 제공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갈매기 습성을 밝힌 데 그치지 않는다. 상위 포식자의 식단 변화는 펭귄, 어류, 물범 등 하위 영양 단계 생물의 분포와 개체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먹이 자원이 흔들릴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생태계 이상 징후를 읽는 '조기 경보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박사는 "상위 포식자인 도둑갈매기의 식단 변화를 모니터링하면 펭귄이나 어류 등 하위 영양 단계 생물들의 분포와 다양성 변동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남극 생태계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먹이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이 같은 공간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남극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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