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SNS '부동산' 메시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 [전강수의 경세제민]

전강수 2026. 3. 3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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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의 경세제민] 부동산 투기 척결 의지 환영하나 철학과 청사진이 먼저

[전강수 기자]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린 트윗
ⓒ 엑스
지난 1월 25일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연일 강경한 부동산 투기 척결 의지를 쏟아내고 있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정상화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과제다",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 꼭 뿌리 뽑겠다"와 같은 메시지들이 하루가 멀다고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직접적이고 단호한 경고는 즉각적인 파급력을 발휘했다. 호가를 높이던 매도자들은 곧 닥칠 세금 부담을 염려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영끌 매수'에 나서던 수요자의 불안 심리도 눈에 띄게 진정되고 있다.

3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의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보다 12포인트 내린 96으로 집계됐다(이 지수가 100을 밑도는 것은 1년 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값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던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이대로 간다면, 한정 없이 오를 것으로 보였던 수도권 집값은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양도소득세의 '매물 잠금 효과'를 꼬집어 언급한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대책도 세워두고 있을 법하다. 투기 심리를 제압하고 시장의 과열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 빠른 '메시지 정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밝힌 구체적인 투기 근절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지, 다주택자 대출 연장 중지, 임대 사업자 양도소득세 감면의 점진적 철회 세 가지다. 현재 시장은 잔뜩 엎드린 채, 앞으로 이 세 가지 대책 외에 어떤 대책이 추가로 발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SNS 정치의 한계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언급한 이 세 가지 조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과열을 일시적으로 누르는 데는 유효할지 몰라도, 꼬일 대로 꼬인 대한민국 부동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이 근본적인 제도 정비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통령의 단발적 메시지들에 의해 주도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SNS 정치는 높은 국정 지지율에 기댄 '보여주기식' 대처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서 시장에 구두 개입을 이어갈 경우, 정작 정책을 설계하고 실무를 담당해야 할 관계 부처 관료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복지부동하기 쉽다. 권한과 재량이 주어지는 경우 관료 사회는 내부 토론과 탐구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하려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시로 메시지를 날리는 경우 관료들의 적극적인 정책 개발 의지는 꺾이고, 마침내 지시 이행에만 급급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2025년 10.15대책이 발표된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범정부 차원의 정교하고 체계적인 종합 대책이 발표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정책에서 단기주의와 장기주의의 차이는 극명하다. 치솟는 열을 내리기 위해 급하게 해열제를 처방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식의 대증요법이 단기주의라면, 시간이 걸리고 일시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서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구조 개혁이 장기주의다. 진보개혁 정부라면 두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수십 년간 노무현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들도 투기 광풍이 불면 각종 투기 억제 조치를 쏟아내는 냉탕식 정책 운용을 반복했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 기미를 보이면 역대 정부들은 즉시 투기 억제 장치들을 모조리 해체하며 시장 부양책을 꺼내 드는 열탕식 정책 운용으로 돌아섰다.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땔감으로 활용한 것이다. 냉열탕식 정책으로 단기 처방에 급급했던 과거의 낡은 악순환이 지금 다시 반복되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장기주의적 청사진의 중요성
 29일 KB부동산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6일 조사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43% 상승했다. 반면 강남구(-0.16%)는 2024년 3월(-0.08%) 이후 2년 만에 가격이 상승을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여기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과 기득권층의 거센 조세 저항을 온몸으로 감수하면서까지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불로소득 환수 장치 강화,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추진, 실거래가 제도 정착 등 획기적인 제도 개혁을 밀어붙였다.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여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굳건한 국정 철학과, 수십 년 뒤를 내다본 장기주의적 청사진이 뒷받침되었기에 발휘할 수 있었던 뚝심이었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상 최초의 장기주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당장 인기를 끌 단기정책보다는 경제구조를 개편해 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장기정책을 마련하는 일에 몰두했다.

단기정책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정권을 내준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장기정책을 중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신만큼은 이재명 대통령이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개혁은 일시적인 충격 요법이나 잦은 구두 개입과는 대비되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제도적 기틀을 탄탄하게 다지는 지난한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도 부동산 제도의 근본을 바로잡는 장기적 청사진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 청사진의 중심에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자리해야 마땅하다. 토지와 자연 자원은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그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토록 하고 그 수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과 사유재산권은 존중하되, 토지 독점이나 개발 호재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은 합리적으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철학이다. 투기라는 '벌'을 쫓아버리려면 불로소득이라는 '단것'부터 치워야 한다는 것이 이 철학의 근본 인식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국토보유세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정책 수단도 이미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토지보유세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양도소득세와 개발부담금을 정상화해 불로소득을 사후적으로 환수한다. ▲ 정부는 기존 국공유지 매각을 중단하고 공공택지의 국공유 상태를 가급적 유지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한다. ▲ 획기적인 지역 균형 발전 정책으로 수도권에서의 불로소득 취득 기회를 축소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정책 수단은 토지보유세 강화다. 이는 당장은 현행 종합부동산세의 교정과 강화를 통해 추진해야겠지만(2026년 2월 25일 자 "대통령의 부동산 고군분투, 이제 '진짜 무기' 꺼내야" https://omn.kr/2h4q4 참고),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로 완성해야 한다.

이는 한 주체가 전국에 소유하는 토지의 공시가격을 인별 합산해서 동일한 기준과 방법으로 일률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동산 보유 비용을 높여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면서, 거둬들인 세수의 순증분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균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세금은 80~90%의 국민을 순수혜자로 만들어 기득권층의 조세 저항을 돌파할 수 있는 영리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2025년 12월 1일 자 "조국의 용감한 행보... '노무현의 꿈' 이루기 위한 비책 있다" https://omn.kr/2g7i2 ).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만 제대로 설계해서 시행하더라도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지대추구 경향은 완화되고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 할 것이며, 토지 불평등 또한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재벌과 대기업의 토지 투기가 방지되고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특히 모든 국민이 국토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고양될 것이다.

이 정책에다 공공주택 공급 정책과 지역 균형 발전 정책, 그리고 부동산 대출의 위험을 금융기관과 차입자가 공유하게 만드는 부동산 금융개혁이 더해진다면,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고자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꿈도 정말로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구조 개혁은 설계를 거쳐 시행에 옮긴다고 하더라도 말처럼 쉽게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조세 저항은 어떤 단계적 조치로 돌파할 것인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완충 장치는 언제 가동할 것인지에 관한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도 장기적 청사진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시장의 불안과 기득권층의 저항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이며, 그러다가 개혁이 좌초하기 쉬울 것이다.

청와대 참모와 정책 라인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쇄신의 필요성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X를 통해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나 실무 책임자가 부동산 투기로 사익을 추구해 온 사람이라면, 위에서 소개한 근본 정책을 입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않듯이, 이해충돌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매우 정확하며 환영할 만하다.

다만, 실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부동산 투기꾼 배제 원칙을 명문화하고, 현재 청와대 참모와 정책 라인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쇄신을 즉각 단행하는 철저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혹시라도 투기 전력이 명백한 참모가 건재하다면, 그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순간 대통령의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대통령 개인의 언술이나 단발적인 메시지 정치 외에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관료들이 올바른 정책 철학을 모색하고 장기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이 그 청사진에 기초하여 설계하는 단기정책과 장기정책을 정부 관련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시스템과 절차에 기반한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복귀해야 한다. 철학과 청사진, 로드맵이 결여된 땜질식 처방은 결국 '영리한' 시장의 역공에 부딪혀 길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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