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돌봄과 안락사 결정권, 무엇이 먼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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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족들은 안락사 절차 중단을 요청했고 이후 2년여의 법적 다툼 끝에 스페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는 카스티요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락사 대신 고통받는 환자를 살리는 방향의 창의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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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25세 여성 노엘리아 카스티요는 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바르셀로나 인근 한 시설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쳤습니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지낸 그는 여러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강박 장애와 경계선 인격장애(BPD) 진단을 받았습니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던 그는 2024년 안락사를 신청했습니다. 가족들은 안락사 절차 중단을 요청했고 이후 2년여의 법적 다툼 끝에 스페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는 카스티요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스페인에서 안락사법이 시행된 이후 사법부 판단을 거친 첫 사례였습니다. 대상이 말기 환자가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겪던 20대였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 논의는 국내에서도 현실이 됐습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21대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조력 존엄사(의사 조력 자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말기 환자가 약물 처방 등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임종기 환자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하는 일반적 연명치료의 중단(소극적 안락사)조차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는 교계의 시선은 단호합니다. 고통받는 이가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락사는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생명을 빼앗는 살인행위”라며 “열악한 임종시설이나 고통을 완화하는 치료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법으로 간편하게 해결하려는 편의주의적 선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락사 대신 고통받는 환자를 살리는 방향의 창의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지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은 “안락사 허용은 국가가 환자 지원을 포기한 사회적이며 사법적 실패”라며 “이는 환자의 고통을 사회가 돌보기를 포기한 일종의 조력 자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카스티요는 사망 전날 방영된 마지막 인터뷰에서 “늘 혼자였다. 안락사를 신청하기 전에도 내 세계는 너무 어두웠다”고 했습니다. 문 부소장은 “이 말이 조력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의 심리를 보여준다”며 “단순한 아픔을 넘어 고립과 외로움, 존재 가치의 상실이 이런 선택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약한 자들을 돌보고 함께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 부소장은 “교회 공동체의 시선이 마음이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상임대표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이들 곁에 충분히 있었습니까.” 교회 공동체가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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