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자궁내막·유방암… NGS 검사가 암 치료 지형 바꾼다
암 조직 존재 유전자 변이 정밀 분석
치료 반응·예후 예측 맞춤형 치료
2024년부터 폐암 제외한 다른 암
건보 급여 축소 환자들 부담 커져
의료계·환자, 급여 확대 필요 제기

암은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다수의 유전자가 발병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암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해 수백~수천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검사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이 활용되고 있다. 2017년 3월 국내에도 본격 도입됐다.
암 조직에 존재하는 유전자 변이를 정밀하게 분석해 치료 반응과 예후를 예측하고, 변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하다. 특히 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할지, 어떤 약제를 선택할지 등을 결정할 때 유전자 정보를 참고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이는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다만 2024년부터 폐암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고형암과 혈액암 등에 대한 NGS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본인 부담률 50%→80%)로 인해 환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최근 학회와 환자들 중심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자 관계 기관이 건보 급여 확대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검토에 들어갔다.
NGS 검사가 유용한 대표적 암종은 담도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등이다. 담도암은 증상 발현이 늦고 초기부터 전이가 잘 일어나 조기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다. 최근 담도암에도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되고 있다. 두 유형의 항암제는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치료로, NGS를 통해 환자에게 어떤 변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간내 담도암’ 환자에게 NGS를 시행해 ‘섬유아세포성장인자 수용체(FGFR2)’가 발견되는 경우 페미가티닙 같은 표적 항암제를 쓸 수 있다. 간내 담도암에서 FGFR2가 발견되는 확률은 15%이며 이런 방법을 통해 생존 기간을 의미 있게 연장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 현미경으로 관찰한 암세포의 형태가 불안정하고 DNA 복제가 불균형한 경우에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해 면역 항암제에 잘 반응한다. NGS로 면역 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확인하고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만 선별해 보다 효과적인 처방이 이뤄지도록 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진 교수는 30일 “담도암은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근래 NGS를 통한 정밀 치료로 일부 환자에게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암은 국내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2020년 이후로는 자궁 경부암을 제치고 부인암 발생 1위에 올랐다. 이 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지만 진행된 병기에선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장기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떼낸 암 조직으로 NGS와 분자병리 검사를 해서 치료 예후와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결정한다. 특히 ‘POLE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예후가 매우 좋고 재발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1·2기 환자에게는 방사선·항암 치료를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다. 불필요한 추가 치료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P53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엔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률이 높아 보다 적극적인 항암 치료가 권고된다. 또 ‘불일치 복구 유전자 이상(MMRd) 변이’가 있는 경우 면역 항암제 치료를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이전에는 자궁내막암이 재발하면 대안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NGS를 통해 면역 항암 등 맞춤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자궁내막암 치료 가이드라인도 점차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도 생존율은 높지만 환자들이 항암 치료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여전히 두려워한다. NGS를 통해 항암 치료의 이득이 크지 않은 환자에선 항암 치료를 과감히 생략하는 치료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특히 전체 유방암의 약 65%를 차지하는 유형(HR 유전자 양성, HER2 음성)이 득을 볼 수 있다. 이런 유방암인 경우 NGS로 ‘재발 점수’를 산출하고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나눠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고위험군은 전이 위험이 큰 만큼 항암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저위험군은 전이 확률이 낮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병원 외과 임영아 교수는 “HR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 치료 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반면, 부작용 부담은 커서 전 세계적으로 가능하면 항암 치료를 줄이는 방향으로 원칙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라도 폐경 이후 환자에서 유전자 검사 점수가 낮게 나오면 항암 치료를 생략할 수 있어, 유방암 환자의 약 50%는 항암 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암에 NGS가 도입돼 유전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로 우수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을 다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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