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후면 레미콘 공급 중단"...건설현장 덮친 '나프타 쇼크'
[한국경제TV 이오늘 기자]
<앵커>
중동 전쟁으로 원유를 기초로 하는 각종 건설 자재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제 건설 현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페인트나 단열재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가장 중요한 레미콘은 2주 후면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일련의 사태들은 고스란히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건설사회부 이오늘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중동에 벌어지는 전쟁의 여파가 이제 아파트 공사 현장까지 번지고 있다는 거죠?
<기자>
네. 중동 전쟁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그 충격이 이제 건설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한 대형 건설사가 최근 재건축 중인 아파트 조합에 보낸 공문입니다.
3월에만 두 차례 공문을 보냈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 때문에 자재 협력사가 4월부터 페인트 등 주요 화학 제품을 10~4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건설사 측은 또 각종 도장용 자재와 접착제, 천장재 공급 자체가 중단됐다며, 전쟁이 길어질 경우 공사 기간 연장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아파트는 올해 10월 입주 예정인데, 공문을 받아 든 재건축 조합 측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데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기자, 이런 수급 차질 문제가 이곳에서만 발생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 건설사는 시공을 맡은 모든 정비사업지를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공문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차질은 물론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죠.
특히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는 페인트와 같은 화학 제품들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 우려가 더 빠르게 현실화된 겁니다.
다른 건설사들에도 확인을 해보니, 아직 공문까지 보내진 않았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공사비 인상이나 공사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석유를 기초 원료로 하는 대부분의 건설 자재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뭡니까?
<기자>
바로 레미콘입니다. 당장 건물을 지을 때 가장 필요하면서도 기초적인 자재죠.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에 물과 혼화제를 섞어서 만드는,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말합니다.
이 레미콘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게 바로 혼화제인데, 혼화제의 원료가 나프타로 만드는 에틸렌입니다.
그런데 국내 레미콘 회사들의 에틸렌 재고가 2주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4월 중순부터는 레미콘 공장이 셧다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프타를 원재료로 하는 다른 건자재들도 상황이 비슷한데요.
나프타 가격이 전쟁 격화 이전인 2월 27일에 비해 40% 이상 오르면서 페인트, PVC,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등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오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결국 두고두고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군요. 얼마나 오를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국제유가가 10% 올랐을 때 시멘트와 레미콘 등의 콘크리트 제품 생산 비용이 0.21%, 석회와 아스팔트 등의 비금속 광물 제품이 0.3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달러선이었던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니 60% 이상 오른 건데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국제유가가 이 정도 오르면 공사비용은 약 1.5%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공급망 충격 등 외부 변수가 반영된 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공사비 가운데 자재비는 1/3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5월부터 원자재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사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돌아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출 물량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한번 오른 비용 충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건설사회부 이오늘기자였습니다.
이오늘 기자 toda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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