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제주 4.3 유족들에게 시효제도 폐지 약속한 까닭

이경태 2026. 3. 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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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 역사와 국민에 대해 두려움 갖도록 해야 국가폭력범죄 재발 안돼"... '정치의 정상화'도 강조

[이경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나치 전범처럼 죽을 때까지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 평생 쫓아다니면서 추적·조사·수사하고 처벌한다. 그래서 좀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역사와 국민, 국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해야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유족들을 만나 국가폭력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시효제도 폐지를 공언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30일 제주 한라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제주 4.3 사건과 같은 국가폭력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여러 가지 필요한 장치들이 있다"면서 이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29일)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와 4.3 사건 유가족과의 간담회 때 국가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지만,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매번 했던 약속,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현실로 만들겠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사건은) 대규모 국가폭력의 첫 출발점 같은 사건이고 그래서 (제주도는) 가장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곳"이라며 "제주 4.3, 광주 5.18, 재작년 12.3 사태와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고민한 결과,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은 시효를 없애는 것이었다"고 했다.

"국가폭력범죄의 적나라한 실상을 제대로 드러내고 그에 대한 보상 또는 책임이 더 분명해야 하는데 문제는 세월이 지나면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해법이었다.

형사 공소시효 폐지뿐만 아니라 민사 소멸시효 폐지까지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자식이 죄가 없지만, 가해자의 재산을 상속받아서 누릴 필요는 없지 않나.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서는 자손만대 책임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주 오래된 생각이었는데 제가 당대표를 하면서 구체화돼 입법 후 통과됐는데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며 "그러나 이제 대통령이 됐고 국회가 또 (민주당) 다수 의석에 여기 제주도 국회의원 세 분도 다 전적으로 동의할 텐데 이제는 (재입법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제주 4.3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있었다"라며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삶 직접 책임질 땐 자신의 신념과 가치 실험 옳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권 요청을 받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다만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시효제도 폐지도 "완벽하지 못하다"고 짚었다. "결국은 정치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 혹은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에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정치가 '정상'이고 그런 정치가 이뤄질 때 국가폭력범죄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누군가를 죽이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으면서 자기의 부를 늘리고 명예를 누리는 그런 사회는 비정상 사회라 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며 "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가와 국민을 해치면서도 자신들의 또는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짚었다.

또한 "집단들이 한패를 만들어 또 기득권과 시스템을 악용해서 불법과 부당함을 관철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그게 정치의 이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하고 그 결과로 평가 받는 것이 정치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로지 중요한 기준은 다수 국민의 최대 행복"이라며 "국민을 기준으로 뭔가를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무슨 이념이고 가치고 개인적 성향이 뭘 중요하겠나"라고도 했다.

최근 여권 내 논란이 거셌던 '뉴이재명' 논란. 특히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과는 다소 결이 다른 언급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최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서 여권 지지층과 정치 행위자를 가치를 지향하는 A그룹과 이익을 지향하는 B그룹, 양쪽 모두의 교집합인 C그룹으로 나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자기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민의 삶을 직접 책임질 때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국민의 시각에서 '잘하기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 정치가 정상화되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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