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씩 옮겨 심은 지 30년, 원미산 진달래 동산의 비밀
[김홍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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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을 머금은 채 분홍빛으로 일렁이는 진달래, 투명한 계절 봄의 숨결을 전한다. |
| ⓒ 김홍의 |
반대로, 분명 다르다고 여겼던 것들 사이에서 같은 결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분홍 진달래와 흰 진달래가 그랬다. 3월 30일, 부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낮은 산 원미산(遠美山)에 오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숨이 조금 차오를 즈음이면 능선에 닿고, 고개를 들면 도시가 함께 따라오는 곳. '멀리서도 아름답다'는 뜻의 이름 뒤에는 긴 시간이 겹쳐 있다. 본래 이 산은 '멀미산'이라 불렸다. '멀'은 머리나 마루(꼭대기)를, '미'는 산을 뜻해 '꼭대기 산'이라는 의미였다.
이 이름은 조선 시대에 들어 또 한 번 변한다. 멀리서 바라본 산의 능선이 여인의 눈썹을 닮았다 하여 '원미산(遠眉山)'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이후 세월을 거치며 눈썹 '미(眉)'자는 어느새 아름다울 '미(美)'로 바뀌어 지금의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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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미산 능선 위, 분홍빛 진달래 사이로 부천종합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 |
| ⓒ 김홍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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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어우러진 원미산 산책길. 봄은 색을 달리하며 천천히 이어진다. |
| ⓒ 김홍의 |
과거 나무가 드물던 산에 시민들이 하나둘 옮겨 심기 시작한 묘목들. 그 나무들이 30년을 지나 약 3만㎡ 부지를 채운 7만여 그루의 진달래 동산으로 자라났다. 사람이 심은 시간이 봄으로 피어나는 순간, 이곳의 봄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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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빛 바다 사이 순백의 섬처럼 피어난 흰 진달래 군락이 봄의 위로를 건넨다. |
| ⓒ 김홍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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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잎보다 먼저 피어난 분홍빛 참꽃, 앙상한 가지 끝에서 투명한 봄의 이야기를 전한다. |
| ⓒ 김홍의 |
그리고 그때, 분홍빛 사이에 숨어 있던 작은 흰 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의 흰 진달래는 홀로 피어 있지 않다. 서로 기대듯 모여 작은 군락을 이루고, 분홍빛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순백의 섬'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익숙한 색 속에서 마주하는 낯선 빛은, 그 자체로 시선을 붙잡는다.
우리는 종종 비슷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기억한다. 진달래와 철쭉을 쉽게 헷갈리듯, 수많은 분홍빛 속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걸음을 늦추는 순간, 그 안에는 분명히 다른 시간과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쩌면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익숙함에 기대어 세상을 단순하게 묶어버릴수록 그 안에 숨어 있던 의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원미산에서 만난 흰 진달래는 그 익숙함 속에서 한 걸음 더 들여다보라는 조용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원미산의 진달래는 다시 피어날 것이다. 우리는 또 비슷한 꽃들 사이에서 잠시 헷갈리겠지만, 그 헷갈림 끝에서야 서로 다른 얼굴을 알아보게 된다. 분홍빛 속에 숨어 있던 순백의 섬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그렇게 쉽게 지나쳤던 다른 의미들이 조용히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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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미산 진달래동산을 가득 채운 분홍빛 물결 사이로 봄을 느끼며 산책하기 좋은 시기다. |
| ⓒ 김홍의 |
- 축제기간 : 2026.4.4(토)~4.5(일) / 관람료 무료
- 위치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원미산 진달래동산)
- 대중교통 :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450m.
- 개화현황 : 3월 말 기준 약 60% 개화, 4월 초순 만개 예상
- 참고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 이용 및 혼잡 예상으로 최대한 이른 시간 방문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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