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BTS '아리랑' 울려퍼질 때 삼청동에선

전사랑 2026. 3. 30. 16:5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도올, 조해리 작가 <영원한가> 4월 5일까지 전시... 음악의 시각화 인상적

[전사랑 기자]

이제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더 붐비는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 도올을 찾았다. 주로 국악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조해리 작가의 <영원한가>(永遠限歌) 전시(4월 5일까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대표적 국악 기악곡 <천년만세>를 주제로 한다. BTS의 '아리랑' 공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삼청동 갤러리에서 <영원한가> 전시는 조용하고 덤덤하게 영원에 대해 묻고 있었다.

일요일마다 전시에 상주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전통음악에 대한 무지를 재차 확인하게 된다. <천년만세>를 제대로 들어본 적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림 속 전통 악기를 볼 때 느껴지는 '익숙하게 낯선' 감각에 스스로 놀랐다. BTS의 '아리랑'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정작 선조들의 음악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보이는 음악, 들리는 풍경
 조해리, <만고불변>, 한지에 수묵채색, 2025
ⓒ 갤러리 도올 제공
여기 푸른 산이 있다. 먹의 농담으로 겹쳐져 표현된 산 위에 우리 악기 해금과 거문고가 산 위에 자리한다. 산에서부터 다양한 색채가 날아오른다. 자연의 소리를 닮은 국악이 산과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지는 듯하다. 산의 음향은 우리 악기의 자연스럽고 신비로운 선율처럼 넓고 은은하게, 자연의 일부처럼 퍼진다.

하늘로 울려 퍼지는 형상을 자세히 보면 명주실이 있다. 현악기인 해금의 줄이기도 하고, 장생을 의미하는 줄이다. <만고불변>에서 명주실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꼬여, 하늘과 땅을 연결시킨다. 국악의 선율은 더 이상 들리는 것이 아니라, 산의 형상과 색의 흐름 속에서 '보이는 구조'로 전환된다. 음악이 자연을 닮는다기보다, 애초에 자연과 분리된 적 없었던 것처럼 하나가 되어 울려 퍼진다.

정간보의 시각적 선율

사각형은 조해리 작가의 작업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의 사각형은 한 박을 뜻하는 정간보의 한 정간을 나타낸다. 다섯 개의 음 '궁, 상, 각, 치, 우'는 전통 오방색 '황, 백, 청, 적, 흑'으로 치환되었다. 단단한 껍질 속에서 부서져 나온 석류알 같은 사각형들은, 그 크기와 색에 따라 옛 악보를 표현해 낸 시각적 음악 기호인 셈이다.
 조해리, <만년만세>, 한지에 수묵채색, 2026.
ⓒ 갤러리 도올 제공
작가에 따르면 정간보를 해석할 수 있는 국악 연주자들은 이 작품들을 악보처럼 어느 정도는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들은 <천년만세>의 선율이 오방색 정간을 통해 열두 점의 연작으로 시각화되어, 세 악장이 네 점의 작품들과 조응한다. 이로써 음악은 소리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시각과 구조로 읽히는 보이는 선율로 탄생한다.
조해리 작가에게 국악은 몸에 새겨진 감각이다. 음악적 집안에서 태어나 붓을 잡기 전에 바이올린을 잡았던 폴 클레(Paul Klee)처럼, 조해리 작가 또한 해금 연주자 무형문화재 아버지 밑에서 해금을 몸소 익혔다. 클레가 선율을 회화로 옮겨 담기 위해 색채와 선, 면을 사용했듯이 작가는 동양적 화법으로 우리의 음악을 표현해 낸다. 그 방식은 한국화의 여백과 기상, 산수를 활용하면서 신비롭게 변모되고 있었다.
 조해리, <첫 실타래>, <맺은 매듭>, 한지에 수묵채색, 2026.
ⓒ 전사랑
이 두 점에 연작은 한국 전통 음악에서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축'과 '어'이다. 이 두 악기는 타악기로, 나무 몽둥이로 내리쳐 소리를 낸다. 작가는 <첫 실타래>에서는 고요함을 깨는 시작음을, <맺은 매듭>에서는 음악의 끝나는 순간을 형상화시켰다.

물 같기도 하고 산세 같기도 한 배경은 음악이 가진 공감각적 특징을 보여준다. <첫 실타래>는 음악 없이 고요한 새벽과도 같은 순간, 그 정적을 조심스럽게 깨는 '축'을 시각화한 듯이 보인다. 음악이 흐르고 물결은 음악에 따라 파도치며 여물어 가는 순간, '어'가 내리쳐지며 음악을 덮는다. 일렁이는 파도는 아직 봉합되지 않은 음악의 여운 같다.

은하수처럼 끊임없이 흐르며 이어지는 감각

이번 전시 <영원한가>는 영원을 기원하는 음악을 표현하는 동시에 중의적으로, '영원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점에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산은 작가의 주제를 드러내기에 적합한 존재다. 사계절을 모두 품은 듯, 흘러가는 시간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머무르리>, 한지에 수묵채색, 2026.
ⓒ 갤러리 도올 제공
전시 <영원한가>에서 작가는 '영원'에 대해 사유한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 지속되는 시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며 이어지는 감각이다. 흩어진 한 음들이 모여 음악이 되듯, 수없이 많은 별들이 이어져 은하수를 만들듯, 작가는 이 흐름을 작품으로 붙잡으려 한다.
어쩌면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변주되며 이어지는 흐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 축복받은 순간에, 우리는 찰나의 영원을 조금이나마 감각하게 되는지 모른다. <영원한가>에서 만난 작품들은 그 찰나, 영원이 스쳐가는 순간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작가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전사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조해리 작가노트,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78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0573 https://www.dailyartmagazine.com/passing-time-with-klee-demonstrating-temporality-in-visual-art/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