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살았지만..." 이란 전쟁 한 달, 우리가 모르는 진짜 현실

정주진 2026. 3.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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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시와 억압 더 심해져, 종전 후 미래도 불확실

[정주진 기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WANA 제공)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겼다. 매일 전 세계는 전쟁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막상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이란인들이 처한 상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소식이 거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외 언론이 이란 내에서 취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 정부의 조치로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이란인들이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이란 밖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극히 제한된 경로와 증언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은 이란인들이 전쟁은 물론 정치적, 사회적 상황 때문에도 공포의 일상을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장 큰 공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차별 맹공으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여성 사업가인 바란(가명)은 BBC 뉴스에 "폭격 소리가 들린 후에는 거대한 검은 연기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며 "오늘은 살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살아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BBC는 매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이런 질문은 전혀 추상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의 NBC 방송은 테헤란에 사는 미리암이라는 여성의 보이스 메시지를 보도했다. 그녀는 "전투기 소리가 들리고 나면 항상 폭발음이 뒤따른다"면서 "그후엔 집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그후의 상황은 종말과 같다. 난 머리가 없는 시체를 봤고 울부짖으며 아들을 찾는 아버지를 봤다"고 말했다. NBC는 테헤란 밖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면서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미국과 이란 이중 국적을 가진 여성의 말을 전했다. 친척들과 숨어지내고 있는 그녀는"모든 시간, 모든 곳이 위험하다"면서 "그동안 만든 삶이 무너지고 있고 모든 것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 반정부 지지자들 색출 및 처벌 강화

이란 적신월사는 30일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 전역에서 10만 개 이상, 그리고 테헤란에서만 약 4만 개 이상의 민간 주택과 사업장들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보건부는 3월 27일 기준으로 사망자가 1,937명, 부상자가 24,800명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파괴와 생명의 안전에 대한 공포가 일상이 된 가운데 이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공포는 전쟁 후 더 심해진 정권의 감시와 억압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란인이 전쟁의 한가운데서 공포 정치까지 견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란 내 소식이 밖으로 전해지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튀르키예에 도착한 이란 피란민들을 인터뷰한 캐나다의 CBC 뉴스는 이들이 언론에 말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정권에 반하거나 충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이란에 있는 가족들이 심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자신들도 돌아간 후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익명의 36세 남성은 CBC에 "정부는 사람들이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숨막힐 듯한 감시와 협박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매일 정부가 보내는 문자가 도착하고, 국영 방송은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영상만 방송하고 이란 내 파괴 상황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런던의 이란어 뉴스인) 이란 인터내셔널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상황이 정반대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금지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이유는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위협을 받고 사실상 약화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정권 약화의 틈을 타 반정부 저항 세력이 형성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금지 외에도 이란 정부는 강경책을 통해 반정부 지지자들 색출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CBC는 전쟁 후 일주일이 지난 3월 7일 이란 정보부가 폭격 영상을 촬영하는 등의 행위를 간첩행위로 재분류했고, 3월 24일 이란 경찰이 24시간 동안 466명을 체포한 사실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에 거주 중인 이란 인권활동가 쉴란 미르자데인은 CBC에 "정부가 누구든 간첩행위로 체포되고 처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공포와 협박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때 경찰 살해 혐의로 체포된 3명을 전쟁 후인 3월 19일에 교수형에 처한 것 또한 이런 공포 분위기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월의 반정부 시위 관련 첫 사형이었고 여기엔 19세의 레슬링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들이 정당한 사법 절차 없이, 그리고 고문에 의한 혐의 인정 후 사형에 처해졌다고 비난했다. <유로 뉴스>는 이들이 경찰 살해 외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에 유리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됐다고 전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외에 이란 정부는 국영 방송을 통해 친정부 집회 등을 계속 보도하면서 여론을 왜곡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BBC는 강한 정부 통제하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만 들리고 밤이 되면 정부 지지자들이 차를 몰고 골목을 돌며 사람들을 감시한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공포 정치 외에 경제적 압박 조치도 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란 정부가 반정부 세력이라는 이유로 재산까지 몰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4일에 있은 것으로 사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테러리스트들과 공모하고 협력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권 교체를 지지해 온 한 배우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했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조치는 정부 당국이 여러 차례 이란 내와 해외의 반정부 세력에게 재산 몰수를 경고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인들이 느끼는 또 다른 공포는 경제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전쟁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물가 상승에서 비롯된 판매 감소를 매일 체감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상인은 <알자지라>에 "많은 사람이 가격을 두, 세 번 본다. 이런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의 목표와 달리, 더 견고해진 이란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편 정부의 인터넷 금지로 온라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로 온라인으로 가죽제품을 판매하던 테헤란의 한 여성은 AP에 "인터넷 금지로 그렇지 않아도 적었던 판매가 이제 제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마저 폭격 피해를 입어서 "수리할 비용 마련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 판매를 하는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다. 온라인으로 귀금속과 장식품을 판매하는 또 다른 여성은 <알자지라>에 "정부가 이번에는 언제 인터넷 금지가 해제될지 한마디 말도 없다"면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물가는 높아지고 있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전쟁을 피해 튀르키예로 온 익명의 한 남성은 CBC에 정부의 인터넷 금지를 걱정하면서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경제 사정 때문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도 공포지만 전쟁으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 또한 많은 이란인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공포다.

전쟁과 공포 정치 가운데서도 많은 이란인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알리(가명)는 BBC에 소수의 정부 지지자들이 우리한테서 광장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에 반대하지만 이란이 공격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이 너무 무섭고 미래를 생각하면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통해 정권이 끝나고 우리가 변화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내세운 이유와 명분 중 하나는 이란인들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을 이용해 반정부 목소리를 모두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온통 전쟁에 쏠린 지금을 오히려 반정부 목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억압하고 제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이란 정부는 친정부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해 종전 후에도 흔들림 없는 정권을 만들려 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표명한 목표와는 다르게 이란 정부에 이전보다 견고한 내부적 기반을 만들 기회를 주었다. 반대로 이란인들은 전쟁 때문에 변화를 만들 소중한 기회를 상실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종전 후에도 더욱 가혹한 정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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