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중드 '옥을 찾아서'에 발끈한 中 인민해방군 "화장하는 군인 NO"

중국군과 공산당 선전 당국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서 방영 중인 중국 드라마 ‘축옥(逐玉): 옥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외모를 지적하고 나섰다. 전쟁 장면에서도 화장한 얼굴과 티 없이 하얀 피부를 드러내 ‘파운데이션 장군’으로 조롱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극에서 화장품 바르는 장군은 남성성을 올바로 표현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지난 2021년 방송 심의 당국이 발표했던 남성 아이돌 외모 규제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라마 ‘축옥’은 중국의 인기 웹 소설 ‘후부인과 돼지잡는 칼’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중국 연예계의 젊은 피인 1997년생 장링허(張凌赫·29)와 동갑인 여배우 톈시웨이(田曦薇·29)가 주연을 맡았다. 중국 송나라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대윤(大胤) 왕조를 배경으로, 억척스러운 정육점의 소녀 번장옥(樊長玉, 톈시웨이)이 가업을 지키기 위해 몰락한 귀족 무안후(武安侯·무관에게 주어지는 작위 이름) 사정(謝征, 장링허) 가문의 비극을 추적해 복수를 도모한다는 스토리다.
“돼지 도살업자인 여 주인공이 몰락한 귀족을 구한다”는 역설적인 설정과 “결혼 먼저 연애는 나중”이라는 클리셰, 미남미녀 주인공 등 여러 흥행요인이 케미를 이루면서 첫 방영 후 중국 OTT 텐센트 비디오에서 3만, 아이치이에서 1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플랫폼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돼 첫 주에 12개국 차트를 석권했고 이번 주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순위에서 6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중국 사극으로는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30일 마지막회가 방영된다.
높은 인기 속에서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극 중 남성 주인공 무안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전장에서 싸우는 장군 역할인데 등장할 때마다 화장한 얼굴에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는 “6시 전쟁을 위해 4시에 일어나 화장한다”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가상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니 너무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인기가 치솟자 중국 당국도 우려를 드러냈다. 중국공산당 저장성 선전부가 운영하는 SNS 절강선전(浙江宣傳)은 지난 27일 “파운데이션 장군은 왜 조롱을 당하나”는 글을 싣고 “가치관(價値觀)이 안치관(顔値觀·외모지상주의)에 양보했다”고 비판했다. “드라마가 갈수록 얼굴의 잘생김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캐릭터의 정신력·인격·스토리의 탄탄함까지 모두 소외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비슷하지만 가짜인 역사 드라마는 해외 관객이 중화 문화를 오독하도록 만들 수 있다”며 외국 시청자에게 해롭다고도 덧붙였다.
인민해방군도 나섰다. 군 정치공작부가 직접 운영하는 ‘균정평공작실(鈞正平工作室)’은 27일 웨이보(중국판 X)에 “사극에서 화장하는 ‘장군’으로는 남성성을 조성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논평을 게재했다. 균정평은 “일부 고대 전쟁터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 가운데 전쟁터 장군의 이미지가 미묘하게 왜곡돼 지나치게 여리고, 의도적으로 세련되며, 심지어 화장품까지 바르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표현은 대중의 역사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으며 진정한 군인의 기질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문예 창작은 다양한 심미관을 추구할 수 있지만 군인의 이미지를 ‘미화’하는 것은 진실을 잃을 뿐만 아니라 남성성이라는 정신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한류 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중국 방송계는 ‘미남’을 흥행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자 지난 2021년 9월 중국 방송 심의기구인 국가광전전시총국(NRTA)과 중앙선전부는 ‘예술오락 프로그램 및 인력 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남성 아이돌 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당국은 ▶불건전한 ‘팬덤’을 단호히 반대하며 ▶냥파오(娘炮·여성 같은 남성) 등 기형적인 심미관을 단호히 배척하며 ▶배우와 출연진의 보수를 규제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조치로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국 문화 상품 수입 금지 정책)의 해제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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