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대교공원 휠체어 산책, 실안해안도로 봄나들이

김종신 2026. 3. 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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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 기자]

 삼천포대교공원 휠체어 산책, 실안해안도로 봄나들이
ⓒ 김종신
여든아홉 장모님을 모시고 사천으로 갔습니다. 장모님은 어르신학교, 그러니까 재가센터에 가는 날을 빼면 집에서 누워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바깥나들이는 쉽지 않습니다.

진주에서 사천은 가깝습니다. 그래도 휠체어를 모시고 나서는 길은 늘 가깝지만 멉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일 아닐 수 있는 봄바람이 장모님께는 귀한 외출이었습니다. 다시 볼 봄 풍경인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길인지 알 수 없기에 그날의 바다와 햇빛은 더 소중했습니다.

사천에 도착해서는 먼저 삼천포 생선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다를 보기 전에 바다 맛을 먼저 만난 셈이었습니다. 장모님도 한 술 두 술 천천히 드셨습니다. 무리한 일정은 아니었습니다. 한 끼를 먹고, 바닷길을 걷고, 그림까지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거북선 곁에서 바다를 마주한 시간
 삼천포대교공원 휠체어 산책, 실안해안도로 봄나들이
ⓒ 김종신
점심을 마친 뒤 삼천포대교공원으로 갔습니다. 휠체어를 내리자 짠 기운이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쳤습니다. 장모님 표정이 조금 풀렸습니다. 멀리서 보던 바다가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바다였습니다. 그 가까움이 먼저 고마웠습니다.

공원은 첫인상부터 시원합니다. 탁 트인 바다와 높이 선 다리, 넓게 열린 하늘이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산책로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어서 휠체어를 밀며 움직이기에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거북선 모형 앞에서는 걸음이 한동안 멈췄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선 배는 생각보다 더 크고 단단했습니다. 머리 위로는 케이블카가 천천히 지나가고, 멀리 이어진 다리는 바다를 더 넓게 보이게 했습니다. 오래 걷기보다 오래 바라보는 쪽이 더 좋은 날이었습니다.

실안해안도로, 용의 전설이 머무는 바닷길

실안해안도로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풍경의 결이 또 달라졌습니다. 길은 바다와 더 가까웠고, 물빛은 더 또렷했습니다. 휠체어 바퀴가 보도블록 위를 천천히 굴렀습니다. 발아래로는 잔물결이 따라왔고, 바람은 난간 사이를 비껴 지나갔습니다. 흐린 날에도 윤슬은 제 몫의 빛을 냈습니다.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햇빛보다 먼저 물결이 눈에 남습니다.

실안이라는 이름에도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전설로는 와룡산의 용과 구룡산의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었고, 그 순간 붉은빛이 터져 나와 눈이 멀 듯 눈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안이라 불렀다고 전합니다.

길 끝에서 만난 두 마리 용 조형물은 그 전설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몸을 틀어 서로를 향하는 모습이 먼저 보였습니다. 길게 치켜든 꼬리와 비늘의 결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용 사이에는 여의주가 걸려 있었습니다.

맞서는 자세인데도 끝내는 같은 빛을 향해 오르는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바다를 등진 조형물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 놓인 조형물이라 더 그랬습니다. 뒤로는 물빛이 흐르고, 앞에서는 용의 몸체가 휘어 오르니 전설이 설명보다 풍경 쪽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삼천포대교공원 휠체어 산책, 실안해안도로 봄나들이
ⓒ 김종신
민트빛 난간 옆으로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다리를 건넜습니다. 장모님은 바다 건너를 오래 바라보셨습니다. 섬이 보이고, 구조물이 보이고, 멀리 놀이시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가 크고 화려한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풍경이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바다 가까운 길은 늘 그렇습니다. 특별한 말을 붙이지 않아도 한참 서 있게 만듭니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인근 사천미술관으로 갔습니다. 바다를 본 눈으로 그림을 보는 일도 좋았습니다. 입가심하듯 둘러본 전시실은 해안로의 바람과는 또 다른 결이 있었습니다. 바깥에서는 햇빛과 바람을 마셨고, 안에서는 색과 선을 천천히 보았습니다. 한 번 나선 길에서 밥을 먹고, 바다를 걷고, 그림까지 보고 돌아왔으니 그날 외출은 한 장면으로 다 적기 어려웠습니다.
 삼천포대교공원 휠체어 산책, 실안해안도로 봄나들이
ⓒ 김종신
진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봄날은 간다'를 틀었습니다. 장모님은 조용히 미소 지으셨습니다. 지나가는 봄이라서인지, 함께 온 하루라서인지 그날 풍경이 더 소중하게 남았습니다.

▣ 삼천포대교공원
- 위치: 경남 사천시 사천대로 35 일원
- 시설: 장애인 주차구역, 경사로 등 교통약자 접근성 양호
- 볼거리: 사천바다케이블카, 거북선 전시관, 음악분수대(하절기 운영)
- 연계 코스: 실안해안도로 노을전망교, 사천미술관 함께 둘러보기 좋음
- 이용: 연중무휴 개방, 관람료·주차비 무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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